눈꽃/ 최도열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오양심 2024-02-23 (금) 08:23 2개월전 392  

갑진 년 이월  

스무 이튼 날이다

새벽잠을 깨운 눈꽃이 창문을 열고 

천지개벽(天地開闢)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도를 넘지 않고 

종심(從心)을 살아왔더니 

자연과 하나가 된

신선놀음으로 호사를 누리고 있다. 

 

공자가 말한 

논어 위정편이 생각나고 

피카소 그림과는 견줄 수가 없는 

조물주가 만들어준 걸작 앞에서

 

백년 넘은 집앞 

소나무에 핀 눈꽃송이와 

아파트 담벼락과 자동차 지붕에 핀 

눈꽃들을 보면서도 경이로움을 떠올리고 있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마다 눈꽃이 피리니 

눈꽃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내 마음에도 눈꽃이 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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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도열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