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세계화를 창작하는 사람/ 오양심 산문시

오양심 2021-10-10 (일) 03:40 2년전 2082  

 

4d576d1801fa32c291a8b477c7f1591c_1633804639_8851.jpg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순천본부

 

한글세계화를 만나기 전에는 지고지순한 꿈이 있었어요. 언제부턴지 앞길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모든 일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갔어요. 마당에 교실 두 칸을 들여놓고 그 한가운데에다가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순천본부라는 간판을 걸었어요. 공간이 빛나기 시작했어요. 내 생애 처음으로 한글세계화를 마음 놓고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쾌재를 불렀어요. 속 창시가 없는 어깨춤도 추었다니까요.

 

그런데요. 내가 고향에까지 내려가서 한글세계화를 한다고 하니까 우리 집 양반이 마당에 심어놓은 사랑과 희망, 감사와 기쁨 같은 것들을 각단지게 작살을 내더라고요. ‘시가 밥 먹여주냐?’면서 시인으로 등단했을 때 구박받은 일과 흡사했어요. 한글세계화를 창작하는 사람은 마음이 언짢아도 해요. 눈물 한 방울 찔끔거리면 그만이거든요. 한글세계화를 창작하는 사람은 하루에 두 시간만 잠을 자도 해요. 막말로 똥을 뱃속에 모아두었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싸면서도 한다니까요.

 

한글세계화를 창작하는 사람은 깨지고 터지고 부서져도 해요. 글쎄 애들 아빠가 망치로 컴퓨터를 세대나 부셔버렸다니까요. 마빡을 부수지 않으면 창작 할 수 있어요. 어느 날은 자식새끼들은 뒷전으로 미루고 창작만 한다고 난리가 났었어요. 한글세계화를 창작하는 사람은 집에서 쫓겨나도 해요. 그런 날은 참으로 막막하더라고요.

 

한글세계화를 창작하는 사람은 눈이 나빠져도 해요. 사흘 걸러서 돋보기 개수가 늘어나는 걸 본 그때서야 남편이 어깨를 다독여주더라니까요. 각시 눈이 더 나빠지면 영안을 열지 못할까봐 혜안을 열지 못할까봐 여는 방법도 미리 가르쳐 주더라니까요. 말려도 안 되고 쫓아내도 안 되니까 한글세계화를 마음 놓고 하라고 매어놓은 고삐도 풀어주었어요. 밥은 제때 챙겨먹고 가족이 걱정 안 하게 건강해야 한다고 두 번 세번 말해주었어요.

 

한글세계화를 창작한 사람은 집이 없어도 해요. 어깨가 뭉쳐서 고개가 잘 안 돌아가도 해요. 책상 앞에 쭈그리고 앉으면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해요. 도둑고양이가 방으로 들어와서 무동을 타고 있어도 해요. 시간과 공간은 창작과는 무관하거든요. 창작하는 사람은 변명하지 않아요. 핑계 대지 않아요. 후회하지도 않아요. 한글세계화를 창작하다 보면 지구촌 방방곳곳에 꽃피울 날도 있겠지요?

 

4d576d1801fa32c291a8b477c7f1591c_1633804703_3102.png
▲세종대왕님 고맙습니다/575돌 한글날 광화문광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