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어떤 스승/ 문기주

관리자 2021-09-01 (수) 07:45 25일전 234  

 

눈 오는 날

겨울 산을 오른다

잠자리 날개보다 가벼운 것들도

어께 위에 쌓이면 등을 휘게 하는가?

 

고집스럽게 꼿꼿하던

독야청청 푸른 솔이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없던

아름드리 소나무가

가지 끝에 사뿐 내려앉은

저 작은 눈발들을 못 이기고

비명소리를 지르며 목을 꺾고 만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뒷목을 만진다.

한 오십여 년 자리 잡은 오만과 편견이

통증도 없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다.

눈감고도 보이는 맵짠 길들이

얼음장 밑을 흘러가면서

한수 가르쳐 준다.

 

작고 사랑스러운

조약돌을 만든 것은

돈이 아니고 명예도 아니라고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물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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