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우,기록여행 7] 나의 영국 연수기

이훈우 2020-02-11 (화) 17:03 4년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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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훈우/동경한국학교 교감,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 본부장

    

desmond thomas교수님은 현지 체험 과정을 담당 해 주셨는데, 사전에 계획된 자세한 안내 속에 이루어진 런던과 옥스포드 방문은 아직도 가슴 떨리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천 년이 넘게 자리를 지켜오는 동양과는 전혀 다른 양식의 건축물들, 거리의 모습들, 사람들의 모습들에서 경이로움과 감동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는 영국인들의 냄새와 색깔이 물씬 풍겨나는 도시 전체가 볼거리 가득한 박물관 그 자체였다.

 

현지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아이들이 정해진 교과서 없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에 많이 놀랐다. 한 분의 선생님이 3~4년 동안 계속 동일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시스템이었다. 교육계획(커리큘럼)도 한 장의 종이에 3~4년 분량을 간략히 메모형식으로 써서 활용하고 있었다. 형식을 중요시 여기고 진도와 시수 맞추기에 급급해 하는 우리나라 교실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부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국가 단위의 교육과정은 너무나 간단하게 되어있었고, 지역이나 학교에 맞는 교육과정을 자체로 편성해서 운영하고 있었다(우리나라도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당시는 조금 달랐다). 한 교실에 20여 명의 아이들이 4~5명씩 짝을 지어 서로 다른 내용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공부의 내용과 방법도 일정부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던 것 같다. 전교생이 845분에 시작하여 315분에 함께 마치는 일과였는데 3~4개의 과목을 종소리 없이 하루 종일 융통성 있게 블록형태로 진행하고 있었다. 어느 구석, 어느 곳에서도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자료나 게시물, 장치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교실 현장을 떠 올리며 반성도 하고, 이것을 어떻게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 해 보았다(이후 귀국하여 필자는 전국 열린교육학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3권의 저서도 출판해서 초창기 열린교육 보급에 헌신했다. 최근에는 열린교육이 교실 현장에서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다음 기회에 밝힐 예정이다)

 

연수 기간 중 무엇보다 나를 즐겁게 해 준 것은 evening events와 주말을 이용한 자유여행이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본 재즈 페스티벌과 TATTOO 공연, 영국, 프랑스 등의 박물관 구경 등은 아직도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가슴 떨리는 흥분으로 남아있다. sport, social, concert, guest speaker, roman villa, shopping, int. cuisine eveing, rose garden, cruise, barn dance 등의 evening 행사는 외국에서의 입에 맞지 않는 식사, 우중충한 날씨와 함께 스산함까지 겹쳐 편히 잠들지 못하는 밤, 익숙하지 않은 언어 등에서 오는 각종 향수와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 주곤 했다.

 

특히 int. cuisine eveing 행사에서 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고르고 구입하여 만든 한국식 불고기, 김밥, 겉절임을 연수생들과 함께 나누어 먹으며 서툰 사물놀이 장단에 맞추어 목이 터져라 불러댔던 아리랑은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가슴 찡한 감동으로 모두가 한 민족 한 핏줄임을 증명케 해 주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울려 퍼지는 우리의 장단, 춤사위는 나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스페인 등에서 온 연수생들에게도 낯설지만 함께 어깨를 맞잡고 하나가 되는 한국과 한국인의 멋과 흥을 느끼게 해 주었다.

치체스터성당에서의 콘서트-리투아니아 국립 교향악단의 심포니-beethoven symphony no.5는 아직도 귓가에 여운이 남아 원초적 감동으로 내 가슴을 적시고 있다. 영국의 영웅 [넬슨] 제독의 기함 빅토리아호가 출항했던 유서 깊은 군항 포츠머스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3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선상 파티는 이국 항의 정취에 흠뻑 젖으며 역사의 숨결을 더듬어 보기에 충분했다.

 

arundeal castle에서는 그 화려했던 윌리엄공작가의 영화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고풍어린 유품들이 역사의 증인의 되어 우리들의 발길을 오래도록 묶어 놓았다. 바이킹의 후예, 어쩌면 영국 역사는 투쟁의 역사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roman villa, rose garden, barn dance 등 모두가 아름다운 가슴 떨림의 순간들로,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