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노래, 동인도양 밤하늘 울려퍼져

김우영 2020-02-10 (월) 00:07 4년전 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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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문학박사 김우영
 (아프리카 탄자이나 외교대학 한국어학과)

□ 여는 시
 
저 까아만 밤하늘에 떠 있는 수 많은 별들
인연이 있어 수 억겁 년 은하계를 떠돌듯이

동인도양 바다깊이 있는 수초(水草)와 물고기도
나름의 인연으로 수 억 겁 년 동안 사운대고 있다.

마사니만(Msasani Bay) 마사키 해안에 늘어선
야자수나무 밤공기 가르며
바람과 어둠을 만나고

이름없는 나비와 풀벌레도
나름의 인연이 있어 만나고 헤어지듯

우리네 인생만사 회자정리
(人生萬事 會者定離)라 했던가!

이역만리(異域萬里) 아프리카 동인도양
탄자니아에서 만난 인연이 다시 헤어지는구려!

그간 낯설고 물설은 광야의 대륙
울고 웃었던 씨줄과 날줄의 교차로에서
만난 고뇌와 보람, 긍지의 나날들

훗날 좋은날, 좋은자리 있으리오
우리 그날을 위하여 오늘 웃어요
암요, 웃어요!
 - 김우영의 詩 ‘인연’ 全文

  
1. 동인도양 마사니만(Msasani Bay)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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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나절 햇살 동인도양에 저물며 노을빛으로 색칠하던 무렵.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지역 자원봉사단원 친목회장을 맡고 있는 주숙자 회장(간호봉사단. 경북 울진)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임기를 마치고 11일 귀국합니다. 오늘 저녁 식사 함께 하시지요?“

  반가운 맘에 초대에 응했다.

  “아, 회장님 알겠습니다. 6시에 마사키 궁식당(Maski Goong korea restaurant)으로 갈께요.”

  우버(Uber)택시를 타고 킬와로르(Kirwa rord)를 출발하여 창옴베로드(Changombe road)를 거쳐 다운타운 카리야구(Kariakoo)와 키수투(Kisutu)를 지났다. 길가에는 달라달라와 바자지, 오토바이, 길거리 상인들로 얽히고 붐볐다. 멈칫 멈칫하던 우버택시는 동인도양 마사니만(Msasani Bay)에 자리한 한인(韓人) 경북 안동댁이 운영하는 ‘궁식당’에 드디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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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시간이 잠시 남아있어 주변 상가를 기웃거렸다. 길 건너 작은 가게에서는 탄자니아 전통의 옷감인 캉가(Kanga)와 키텡게(Kitenge)를 전시하고 있었다. 그 사이 눈에 띄는 게 있었다. 가죽으로 만든 마사이족이 잘 두들긴다는 북이다. 판매가격을 물으니 15,000실링을 이란다. 흥정 끝에 10,000실링에 사서 궁식당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주숙자 회장이 특유의 살가운 미소를 지으며 들어온다. 궁금하여 인사차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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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11일 귀국하세요?”


  “네, 그래요. 귀국길 우간다에 들러 선교차 와 있는 언니네 들러 1달 정도 머물다 가려고해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다르에스살렘 시내 병원에 배치되어 근무하는 간호 자원봉사자 김정화 단원이 도착한다. 셋이서 반가운 마음에 악수를 하고 그간의 안부와 근황을 주고 받았다.

2. 안동댁이 베푼 정월대보름밤 풍요로운 고국의 어머니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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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위는 어둠을 뿌리며 까아맣게 익어가는 봄 밤. 한인(韓人)이 운영하는 궁식당에는 대부분 한인 손님들이었다. 탄자니아 주재 상사원들과 기업인, 국제관계 ngo 등 다양한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고국의 소식과 탄자니아에서의 생활상을 주고받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고 김치찌개와 갈비탕, 김치파전 안주와 세렝게티(Serengeti) 맥주를 시켰다. 마침 어제가 정원대보름이어서 나물이 골고루 나온다. 콩나물, 고사리나물, 무나물, 당근나물, 시금치나물 등을 비롯하여 콩자반과 김치, 깍두기, 간장, 고추장, 동그랑땡 등 그야말로 풍요로운 고국의 어머니 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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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모처럼 안동댁이 베푼 풍요로운 고국의 어머니 밥상이네요!”

  “푸짐하여 좋으네요!”

  “이 좋은 밥상에 우리 건배가 빠질 수 없지요? 탄자니아식으로 은디지(Ndedge)로 할까요!”

  “은디지, 와호오---호호호---”

3. 울고 웃었던 탄자니아 생활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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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외무부 코이카 소속 자원봉사자 셋이는 이역만리(異域萬里) 머나먼 대륙 아프리카 동인도양 탄자니아에서 그간 겪으며 울고 웃었던 일화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임지에 도착하여 첫날 인근가게로 쌀을 사러갈 때 골목길을 걸었다. 비포장과 도랑에 물이 고여있고 흙먼지 날리는 을씨년스런 길은 무서웠단다. 너무나 긴장한 탓에 이마와 등어리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길목 양쪽에서는 낯선 피부의 동양인을 보고 알아듣지 못하는 스와힐리어(Swahili)로 말을 걸어오는 검은 얼굴의 흑인들이 무서웠단다.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면 어쩌나…? 권총들고 나타나면 어쩌나…?’

  또는 시장이나 시내로 물품을 사러갈 때는 같이 근무하는 현지인과 같이 가서 바가지요금을 방지하고 복잡한 시내거리에서 발생할 사고 등을 대비하느라고 식은땀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렸단다.

  그러나 1년여 지난 지금은 혼자서 시장과 시내를 들러 물건을 사고 맛있는 식사도 사 먹을만큼 언어와 문화에 낯이 익었단다. 주숙자 회장은 말한다.

  “정이 들만하니까 탄자니아를 따나네요? 시원 섭섭해요!”

  그래서 응수를 했다.

  “그럼 더 있다 가세요?” 

  그러자 주 회장은 정색하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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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예요? 이때다 싶을 때 떠나는 것이 추억과 아쉬움이 따르지요. 짧지고, 길지도 않았던 1년이예요.”

 김정화 단원이 말을 받는다.
 
  “젊은 스무살의 청춘. 찢어진 청바지에 손을 푹 찔러넣고 무작정 찾아온 이곳에서의 지난 일들은 눈물과 회한, 보람과 긍지로 점철된 나날이었어요.”

  “맞아요. 이역만리 먼 땅에서 낯설고 물설은 탄자니아에서 일은 젊은 날 우리들에게 찬란한 추억이 될 겁니다.”

  착잡하고 회한의 분위기를 다시 잡았다.

  “자. 우리 건배해요. 우리들의 동인도양 탄자니아여! 우리가 간다. 잘 있거레이!”

  “오, 추억과 눈물, 보람과 긍지 가득한 탄자니아 밤이여! 저 정월대보름달처럼 우리도 둥글게 둥글게 건배.” 

  “내 사랑 탄자니아(Nakupenda Tanzania) 치얼즈(Cheers)!"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맥주와 분위기에 취한 자원봉사자들은 하늘에 뜬 정월대보름날 밤 둥근달을 보며 건배를 외쳤다.

4.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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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를 한 주숙자 회장이 말한다.

  “김 박사님 오늘같이 의미깊은 날. 음악이 빠질 수 없지요? 통키타로 풍악을 울려주세요.”

  그러자 김정화 단원도 맥주잔을 입가에 대며 거든다.

  “맞아요. 이렇게 둥근달이 뜬 날 밤이 되니 고국이 더욱 그리워요. 감성어린 통키타와 노래를 듣고 싶어요!”

  “아, 좋지요. 그럼 저 보름달이 부럽도록 띄워볼께요. 여기는 탄자이니까 이 나라 노래를 한 번 하지요. ‘Jambo'와 ’Malaika'를 부르지요. 같이 따라해요.”

 이역만리 아프리카 대륙 동인도양 탄자니아 광야의 밤. 마침 휘영청 뜬 보름달이 머리 위에 쏟아지는 밤. 셋이는 통키타에 반주에 맞추어 탄자니의 노래를 비롯하여 한국의 전통노래와 7080 포크송으로 넘어갔다. ‘아리랑’ ‘고향의 봄’ ‘가을사랑’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과수원길 ‘사랑해’ 등을 함께 불렀다.

  익어가는 초여름밤이 부럽도록, 더러는 서럽도록 셋이는 통키타 반주에 맞추어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노래’를 부르며 타국에서의 시름과 정한(情恨)을 쏟아냈다. 우리들의 노랫소리는 야자수 나뭇가지를 타고 동인도양 마사니만(Msasani Bay)파도를 타고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그리움이 눈물이 되고, 향수는 고향을 부르고, 잔잔한 정은 어머니와 가족을 부르고 있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마사키 해안 궁식당에서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노래소리는 영원히 우리들 가슴속에 자리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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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닫는 시
 
잘 가시오
잘 가시오.

그간 낯선 언어와 다른 문화속에서
1년여 울고 웃었던 고뇌와 보람의 나날은
자원봉사자에 찬란한 추억의 빛이 되리라

그댈 보내고 얼마 후
우리도 뒤를 따라 또한 가리다.

가고 오고
또 오고 가는 것

이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저 휘영청 뜬 정월대보름달을
그대 가슴에 살포시 얹어드릴지니

외롭거나 쓸쓸할 때
울진의 밤하늘 보며 꺼내어 보고
추억을 그리리라!
- 주숙자 자원봉사자 귀국기념 석별만찬 귀국 만찬장에서

* 三行詩에 붙여
주 : 주리라 그대에게

숙 : 숙성된 찬란한 추억의 여정길
자 : 자랑스럽게 영원히 자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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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랑 탄자니아 

   (Nakupenda Tanza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