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순천 정미소집에서/ 오양심 [시와 그림과 음악이 있는 풍경]

오양심 2024-02-12 (월) 04:58 18일전 111  

설날이 

돌아오면

동네방네가 들썩거렸다

 

까치는 떼를 지어

감나무위에서 깍깍거렸고

조무래기들은 꽁꽁 언 미나리꽝에서

날이 저물도록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탔다

우리 집 발동기도 통통통 소리를 내며

몇날 며칠 잠을 자지 못했다

 

잡잡머더 마을마다

덕시루에다가 쪄낸 김이 펄펄 나는

쌀밥을 이고 와서 떡가래를 뽑았기 때문이었다

정미소 집으로 갓 시집을 온 나도 설맞이 채비로 분주했다

시어머니를 도와 가마솥 뚜껑에 여러 가지 부침개를 부치고

두부와 조청을 만들기 위해 하루 종일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폈다.

 

섣달

그믐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말씀하시던

친정 부모님이 그리웠고

졸리는 눈까풀을 비비면서 설빕을 입고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던 형제들이 생각났다

 

오늘은 설날

떡국 먹는 날이다

우리 아이들은 떡국 먹고 키가 자라고

우리는 떡국 먹고 추억 속으로 돌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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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 사진작가 <순천 와온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