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나의 사춘기 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
화선지가 흔하지 않아서 몽당연필을
손깍지에 끼워 문종이에다가 육필로 썼다.
“열개의 벼루를 갈아 바닥을 내고
천개의 붓을 닳도록 썼다”는 글은
조선의 글씨를 만천하에 알린 추사
김정희가 친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이다.
일흔 해나 편지를 썼어도
글씨 하나도 못 익혔다고
한탄하는 추사의 글 앞에서
나는 그만 피가 거꾸로 솟았다.
흔히 말하는 나이 77세(희수)는
나하고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 나이 미수를 향하고 있다.
한 자루의 붓도
대머리로 만들지 못한 나는
천개의 붓을 다 쓰고도
글씨가 안 된다고 한탄한 추사의
뼈만 남은 세한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 사진작가
▲추사 김정희 작/ 세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