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너 언제 시인될래?/ 오양심 시. 이광희 그림

오양심 2020-07-24 (금) 08:20 3년전 709  

 

아버지가

이승을 떠나면서

두 손을 포개준 사람이 있다.

애비 없는 여식을 지켜주는 힘은

오직 시 한줄 쓰는 일 밖에 없다고

손수 필사한 사서삼경을 건네주면서

부족한 공부를 관찰해달라고

당부했다.

 

그깟 시 쓰는 일이 뭐라고

25시간 문어처럼 걸상에

엉덩이를 찰싹 붙여놓고

시를 쓰고 시를 쓰고 시를 써도……

내가 쓴 시를 읽을 때마다

그 사람은 쯧쯧 혀를 차며

너 언제 시인될래?”

하고 못마땅해 하신다.

 

세상에는 사람답게 사는 일이

천지 빛깔로 쌓여있는데

나는 그 사람에게 지청구를 들을 때마다

아버지를 원망하며 눈물을 훔치는 일이 잦다

아니다.

험난한 시인의 길은

어느 가문 어느 재산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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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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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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