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독서의 달)책은 인류의 진보 사다리와 진리에 대한 진지한 물음표?

김우영 2020-06-06 (토) 17:05 3년전 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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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김우영 작가의 독서사랑) 

 

 ▲ 암담한 젊은시절 늪에서 건져준 책

  충청도 고향에서 소년시절 중학교 2학년 때 이다. 집과 학교의 8km 정도 거리였는데 매일 이 길을 오가며 통학길 손에서 책을 떼지 않고 ‘길거리 독서’를 할 때이다. 오죽해야 그 당시 별명이 '김우영은 책벌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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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꾸는 문학소년시절 김우영 학생)

   내가 본격적으로 책과 친해지기는 중학교 2학년 때 이다. 그 당시 책을 가까이하게 된 동기를 어여쁜 선생님의 숙제 덕분이었다. 흰 블라우스에 쑥색 바지를 입으신 예쁜 국어 선생님이 숙제를 내었다. 시를 한 편씩 써 내라는 것이었다. 

  난 거침없이 '길'이란 시를 써서 제출하였다. 왜냐하면 학교 다닐 때 집에서 학교까지는 4km거리였는데 매일 왕복 8km를 걸어 다녔다. 논둑길, 재너머, 숲길, 기찻길, 역전길 등을 거쳐가는 이 길을 다니며 늘 생각했던 글 이라서 '길'이란 시가 쉽게 나왔다. 그 당시의 시의 내용은 이렇다.

 

  “길 / 너는 어드메서 시작하여 / 어드메로 가는지 / 길 / 너의 존재는 무엇이며 / 너는 누구인가 /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 / 하늘 따라 열리고 / 하늘 따라 나서는 길/ 길/ 너의 시작은 어드메이며 / 너의 끝은 어드멘지 말하여 다오 //”

 

   숙제를 보신 선생님은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말씀 하셨다.
 
  “으음 싹수가 보이는구나. 잘 노력하여 훌륭한 작가가 되거라!” 

 

   꿈꾸는 무명의 문학소년에게 힘을 실어주시던 쑥색 바지에 하얀 치아와 보조개가 고왔던 여선생님…… 지금은 어디쯤의 길을 따라 가시고 계실까. 아마 연세로 보아 살아계시다면 초로의 할머니가 되셨을 터 인데…….

 

  그 후 용기가 백 배 충전 책과 만나는 일은 계속되었다. 유명한 시인 작가들의 책을 보고나서 우쭐한 기분으로 시와 소설을 써 보았다. 스무 살이 되기까지 책과 만나며 삶에 대한 회의와 허무, 사랑, 갈등, 희망이 반복되는 어설픈 나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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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과 허무의 늪을 넘나들던 청바지 문학청년 김우영)

  

  방황과 허무의 늪을 넘나들며 문학청년의 젊음을 고독하게 탐닉하고 있었다. 무명의 문학청년시절 데칸쑈(데카르트, 칸트, 소펜하우워)이론에 빠져 암담했던 그 때 그 시절 자살의 위험 수위를 여러번 넘나들었다. 

   앞길이 암담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절 나를 구해준 구원투수는 단연 책 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이란 숲에 쌓여 행복한 독서로 살아가고 있다.

 

▲ 독서현장 직불제 실천의 성공

  나의 암담했던 구원투수(!) 은혜 덕분에 슬하의 자녀 셋에게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권장했다. 일찍이 젊어서부터 책의 위력을 체험한 나는 '독서현장 직불제'를 도입 가정교육으로 실천하였다. 자녀들에게 어떤 책이든 읽고나서 독후감을 제출하면 동화책은 500원, 만화책은 300원을 즉석에서 지급하는 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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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작가 젊은시절 집필장면)

  그러자 자녀들이 처음 1주일 정도는 1∼2권 정도 읽다가 나중에는 하루에 몇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가져와서는 돈을 달라고 했다. 하루에 책10권이면 몇 천원 수입, 그 돈으로 과자를 사먹는 등 재미가 붙은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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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박재삼 문학상, 부인 김애경 노천명 문학상 동시 수상기념 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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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많은 독서와 독후감을 쓰던 우리 자녀들이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전교에서 웬만한 상을 휩쓸고 있었다. 이는 바로 '독서현장 직불제'의 성공이었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동기부여'이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정동기'를 부여하여 성공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우리집은 전국의 문인(3만여명)이 보내주는 책이 이틀에 한 권 정도 도착한다. 나는 이 책을 꼭 읽고 회원들한테 답장을 해준다. 왜냐하면 나도 책을 출간하는 작가 입장에서 한 권의 책을 내는 일이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월 나의 독서량은 15권, 일 년이면 180여권이 된다. 이 독서량을 보고 주변에서는 놀란다. 그 많은 책을 언제 그렇게 읽느냐는 것이다. 물론 나는 '독서속독법'을 읽혔기에 책 한 권 읽는데 1∼2시간이면 가능하다.

  한국문단에 작가로의 등단 30년, 33권의 저서를 출간한 중견작가가 되기 까지는  꿈꾸는 무명의 문학소년에게 힘을 실어주시던 쑥색 바지에 고운 여선생님의 격려였다. 그 후 책을 끼고 외롭고 고독한 이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고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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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팔 안의 지척에 있어야

      
  책은 절대적으로 팔 안 지척에 있어야 읽혀진다.

  책은 손에 잡히거나 팔 안 지척에 있어야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거리를 벗어나면 이것은 책이 아니고 진열품에 불과하다. 우리집은 온통 3천여 권의 책으로 둘러쌓여 있다. 침대 머리맡과 안방, 거실, 부엌, 화장실 등 책으로 도배하다시피 한다. 즉 집안 어디에서나 손만 뻗치면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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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책 보관법은 이렇다. 맨 처음 책이 오면 우선 안방 침대 주변에서 한 달 정도 머문다. 한 달이 지나면 거실에서 다섯 가족과 만난다. 거실에서 한 달 정도 머문 책은 3천여 권이 쌓여있는 서재로 들어가 간다. 서재에서 가나다라… 십진법 분류에 의하여 가지런히 진열되어 보관된다.

 ‘꿈 꾸는 다락방’의 저자 이지성은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기를 배우지 않으면 밑에서 부려지는 일만 하게 된다.”

 세계적인 대부호이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미국 빌 게이츠(Willian H. Gates)는 시애틀 출신의 하버드대학 박사이자 마이크로소프트사 CEO로써 재산 46조원을 가진 세계적인 대갑부이다. 오늘날 빌 게이츠를 만든 것은 동네 작은 도서관이라고 한다. 빌 게이츠는 책 읽는 습관을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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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루한 코로나19와 장마로 힘들긴해도 가을은 무서리처럼 싱그러운 바람으로 우리 곁에 시나브로 다가왔다.  때는 바야흐로 9월 독서의 달. 이런 때 맘에 드는 책을 팔 안 지척에 놓고 가까이 하자. 중국 연변작가협회 대표적 소설가이자 광동성 광저우에 거주하는 장편소설 ‘호란강반의 비가’ 저자인 현춘산 소설가는 책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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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중국 광저우지부 소설가 현춘산 지부장)

  

  "책은 인류의 진보이며 사닥다리와 진리에 대한 진지한 물음표이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도반으로 살면서 단 한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없는 사람을 경계하라 ……!"
                                                              (끝)

 

글쓴이/문학평론가  f5b3cc7740d02508923e0f133414fcd9_1599374909_4037.jpg

한글세계화운동연합 대전본부장

대전중구문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