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만난 사람) 푸르런 바다의 모티브 델리카시(Delicacy)독특한 데포르마숑(Deformation)기법의 風雅 金南希 시인

김우영 2020-05-27 (수) 01:04 3년전 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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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아(風雅) 김남희(金南希) 시인

□ 마중물 시
 
어허야 데야 갈방아야이

방아가 뉘 방안고

경상도로 내려와서

삼천포 마도로 들어왔네

······

두미 욕지 큰 애기는

고구마 빼 때기로 살이 찌고

닭섬 새섬 머스마는

전어배 타고 다 늙는단다
   - 마도의 노동요인 ‘갈방아타령’ 전문

  ‘갈방아타령’은 삼천포 전어잡이 어부들이 소나무 껍질을 방아에 넣고 찧으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소나무 껍질의 가루는 전어잡이 그물에 먹이는 풀로 쓰였다고 한다. 이 노래보다 더 이름난 것이 삼천포 일대에서 나는 전어밤젓인데, 전어의 배알 중에 ‘밤’이라고 부르는 둥글둥글한 부위를 발라내어 담근 젓이다. 빛깔은 검지만 젓이 곰삭았을 때의 그 고소하고 쌉쌀한 감칠맛은 어느 젓갈도 따를 수 없는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1. 삼천포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풍아(風雅) 김남희(金南希) 시인의 자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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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아(風雅) 김남희(金南希) 시인의 고향은 경상남도 남서부에 위치한 살기좋은 사천, 하늘과 바다의 도시 사천(泗川) 삼천포이다. 오늘날 한국문단의 중견시인으로 자리매김하는데는 삼천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그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풍아 시인은 경남 사천시 백천길 314번지 1남 5녀중에 셋째 딸로 태어났다. 스무살이 되도록 삼천포에서 성장하며 열심히 살았다. 푸르러 바다와 갯내음 일렁이는 이곳에서 주간에는 일하고 밤에는 책을 읽으며 호기심어린 바깥세상을 동경하면서 세상 밖 모험을 했다.

  2. 더 큰 뜻을 품고 21살, 대한민국 제1의 항구도시 부산으로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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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더 큰 뜻을 품고 21살에 대한민국 제1의 항구도시 부산으로 유학을 왔다. 부산에서 희노애락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이십대 후반 모진 홍역을 앓는다. 자기운명은 자기가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 처럼 부산 영도에서 효행봉사, 여성향군, 자유총연맹, 종합사회복지관 등 지역사회 자원봉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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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는 처녀시절부터 꿈꾸던 '시인이란 훈장'을 2004년 월간 한맥문학과 이어 2011년 월간 심상지를 통하여 한국문단에 등단했다. 끊임없는 독서와 글쓰기 연습을 거듭하며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를 비롯하여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심상지, 작가와 문학, 청양 문학, 경기문창문학회, 시에,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부산지회와 대전중구문학회에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과 3호선 삼성역에 '유서를 쓰다'라는 시작품이 각 각 소개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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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열심히 활동했던 노력으로 부산시인협회 우수상을 비롯하여 최치원문학상, 한울문학본상, 작가와문학 문학상, 해외문학도라지문학상, 충남청양문학상과 지역사회 봉사상으로는 효행동민상, 여성향군표창, 종합사회복지관봉사상, 자유총연맹표창 등을 수상했다.

  풍아를 기리는 문학비는 충남 보령 돌문화공원에 ‘유정’, 강원도 속초 등산길 ‘쉿 , 비밀이야!'와 삼천포 고향에 있는 ‘문학비’, '백천향가 문학비' 등이 각 각 세워져 이곳을 오가는 많은 이들이 풍아 김남희 시인의 시심을 헤아리고 있다. 

  그리고 부산에 거주하며 시인과 시낭송가로 국내외로 유명한 미모의 고안나 시인과 함께 수시로 서울 김종음 방송 토크쇼에 출연 시심으로 못다한 중년 여인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풀어내곤 한다. 그리고 시인의 결고운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격조높는 시집『노을속에 물 들어가는 풍경』등 4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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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천 년의 역사 풍패지향(豊沛之鄕)사주의 아름다운 사천 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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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남도 사천 삼천포는 조선조의 성웅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를 굴항에 숨겼다가 물때를 이용해 수많은 왜적을 물리친 광지바다 있는 곳이다. 지난날 아버지는 집안 장손과 장남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아버지의 형제자매 4남 1녀를 미국과 독일에 유학 보내면서 정작 자신의 자식들은 공부를 못 시켰다. 아버지는 부유한 집의 가장이었고 대를 이어야 한다며 딸만 줄줄이 낳았다. 그러다 막내 남동생을 낳았는데 현재 효자로 선영을 돌보며 고향 삼천포를 지키며 살고 있다. 또한 무궁무진 이야기 보따리를 잘 풀어내시던 팔순 어머니는 안타깝게 지금은 영면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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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아 김남희 시인을 보듬어준 경남 사천의 지형적 위치는 동쪽으로는 고성군이 접하고, 서쪽은 하동군, 남쪽은 한려수도와 사천만 및 남해군, 북쪽은 진주시와 접하고 있다. 면적은 398.6㎢이고, 인구는 2020년 4월말 현재 114,678명이다.

  사천시는 옛 사천군의 수남면(洙南面)과 문선면(文善面)을 통합하여 삼천포면이 되었다가 다시 1931년에 삼천포읍이 되었다. 1956년에 삼천포시로 승격하였으며 1995년 3월 1일 행정구역 개편으로 사천군과 통합되어 오늘날의 도농복합형태 어촌이다.

  한국의 시애틀과 시드니를 로드맵으로 설정한 사천시는 20만 명 시민을 목표로 강소지역으로 거듭나는 한려수도 해상의 중심지이다. 해양과 대륙성 기후가 혼합된 온난한 기후로 농·수산업이 발달했다. 또한 역사적으로는 고려 현종의 어린시절 고향인 사천은 사주 천년의 역사를 가진 풍패지향(豊沛之鄕)사주의 고장이다. 그리고 세종과 단종의 태를 묻은 길지(吉地)이다.

  지리산이 뻗어내린 산악으로 형성되어 와룡산이 바다에 걸쳐 있고 해안평야가 남북으로 있다. 또한 덕천, 사천, 죽천, 백천, 곤양천이 흘러 수리이용이 높고 토양은 비옥하며 해안은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고 있고 조석간만의 차가 분명한 한려수도의 중심 기항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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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런 바다와 육상, 하늘길이 연결되어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며, 청정바다의 싱싱한 수산물, 한려수도의 비경과 유람선관광, 국내 최대의 백천사 약사와불, 다솔사 등의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이 풍부한 도시이다. 근대에는 우주항공산업과 사천바다케이블카가 펼쳐질 미래의 희망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사천 삼천포(三千浦)는 작은 포구로서 삼천리라는 마을이 있다. 남해에 다리가 놓이고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3번 국도가 시작되는 삼천포는 사람들에게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로 더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밀조밀한 삼천포 항구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서 한 번 가본 사람들은 다시 가고 또 가는 곳이다. 삼천포는 어느 항구도시보다 비린내가 많이 진동하는 곳이다. 선구동에 자리 잡은 어판장에서 갈치, 멸치, 삼치, 고등어, 전어 등의 여러 생선들이 내는 냄새이기도 하지만 삼천포의 명물인 쥐치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풍기는 것이기도 하다. 

  한려수도 중심 항구이자 수산물 집산지로 이름이 높은 삼천포는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이 감싸고 있어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른다. 학섬(鶴島)은 늑도 동쪽에 있는 섬으로서 백로와 왜가리의 서식지이다. 그 모양이 바다에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와 같다고 하여 ‘부어도(浮魚島)’ 또는 ‘헤에섬’이라고 한다. 또 바다에서 ‘굴러 들어온 섬’이라고 하여서 구을섬이라 부른다. 울창한 송림이 분포하고 있어 수많은 왜가리가 떼지어 살기 때문에 청송백학(靑松白鶴)의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학섬은 천연기념물 제208호로 보호되고 있다.

  4. 풍아 김남희 시인의 순수한 고백적 시편 작품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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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풍아 김남희 시인의 시 몇 편 감상해보자. 아래는 순수한 고백적 시어로 노래한 ‘인생’이다.

어제는
벅찬 그리움에 울었고

오늘은
나만이 아는 나의 마음으로 해서 울었고

내일은
아무 거둔 것 없이 가버린

너와 나의 꿈이 서러워
꽃진 자리 에서 울것 같다
   -김남희 시인의 시 ‘인생’ 전문

  소금보다도 떠 짜고, 사탕보다도 더 달콤하다는 인생. 풍아 시인은 ‘어제는
벅찬 그리움에 울었고// 오늘은/ 나만이 아는 나의 마음으로 해서 울었다//‘고 표현했다. 이어 ‘내일은/ 아무 거둔 것 없이 가버린/ 너와 나의 꿈이 서러워/ 꽃진 자리 에서 울 것 같다//’하며 시문장의 메타포(Metaphor)로 매끄럽게 이끌어 올리고 있다.

  풍아 시인은 ‘인생’이란 시를 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동화책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수 많은 이야기. 어릴 적 이불 밑에 누워 어머니 이야기 듣고 꿈을 키우던 유년시절 그것이 모티브가 되어 시를 짓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풍아 시인의 시 ‘노을 그 허무에 대한 보고서’를 함께 보자.

해무에 가려
함정인 줄 모르고 빠진 태양

그 늪에는
천년 묵은 이무기가 산다고 했지

달도 별도 다 삼키고
천 년, 만년 지나도

천지 연못 그 속에 갇혀
선혈만 낭자하게 물들이며
산다고 했지

겁 많던 어린 시절
엄마 이야기 들으며 곱게 자란

꿈 많던 한 소녀

세상을 향해 날개를 달아 본 거야

비로소
사랑이 아름다운 것도 알았고
아픔 인 것도

후회는 이미 때 늦은 거라는 것도 알았던 거야

저녁노을 그 허무에 대해 

인도에 베인 상처가 덧난 것이라고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는 거지
   - 김남희 시인의 시 ‘노을 그 허무에 대한 보고서’ 전문

  풍아 시인의 출생지는 삼천포 바다이다. 그리고 지금 사는 곳도 바다가 보이는 부산 영도이다. 풍아 시인한테 바다는 숙명적인 대상이요, 그 어떤 동경의 이상향이다. 위 시에서 ‘해무에 함정인 줄 모르고 빠진 태양/ 그 늪에는/천 년 묵은 이무기가 산다고 했지// 달도 별도 다 삼키고/ 천 년, 만 년 지나도/ 천지 연못 그 속에 갇혀/ 선혈만 낭자하게 물들이며/ 산다고 했지//. 라는 시적(詩的) 카테고리(Kategorie)로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시의 후반부에서는 ‘겁 많던 어린 시절/ 엄마 이야기 들으며 곱게 자란/ 꿈 많던 한 소녀가/ 세상을 향해 날개를 달아 본 거야/ 비로소/ 사랑이 아름다운 것도 알았고/ 아픔 인 것도/ 후회는 이미 때 늦은 거라는 것도 알았던 거야// 저녁노을 그 허무에 대해/ 인도에 베인 상처가 덧난 것이라고
/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는 거지/ 하며 이원대립의 문장을 배치하며 시원(詩園)을 구축하고 있다. 보편성과 엘레지의 레토릭(Rhetoric)으로 풀어가는 시력(詩歷)이 수작이다. 그만큼 풍아 시인이 시어 선택과 운용능력이 유장하다는 표증이다.

  5. 델리카시(Delicacy)독특한 면모와 데포르마숑(Deformation)기법

  다음은 풍아 시인의 시 ‘사랑 그 지독한 열병’이다. 같이 감상해보자.

사춘기 때 겪는
유행성 독감이야

체온이 사십도 까지 오른
목으로 넘어간 열정이

몸속에 들어가 순간부터
피 터지게 홍역을 앓은 거야

물이라도 벌컥벌컥 들이키면
타는 애 간장 녹일것도 같은데

뜨거운 피 한 덩이 울컥 토하고 나면
툭툭 털고 일어날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맥이 빠져 축 늘어진 몸둥아리

그냥 세상 밖으로 팽개쳐 진거야
지독한 열병은 그런가 보데

반쯤 죽여 놔야 끝나는 거
그 병엔 약도 없어

그저 세월이 약이더라니까
   - 김남희 시인의 시 ‘사랑 그 지독한 열병’ 전문

  스웨덴의 여성사상가 ‘엘렌케이’는 사랑에 대하여 이렇게 갈파했다.

  “여성에게 사랑은 남성보다도 훨씬 더 절박하고 중요하다. 여성은 사랑이 다가올 때 마치 밤새도록 태양을 기다리던 사람이 새벽에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마음의 고동을 느낀다.”

  풍아 시인의 독백처럼 ‘사춘기 때 겪는/ 유행성 독감이야/ 체온이 사십도 까지 오른/ 목으로 넘어간 열정’ (中略)처럼 사랑이라 부르는 그 지독한 열병이 있어 오늘날 시인이 되지 않았을까? 사랑을 모르면 시를 쓰지 못한다.

  문득 옛시조 ‘사랑이란 무엇인가’가 구절이 생각 난다. ‘사랑이 그 어떠하더냐/ 동 그더냐 모가 난 것 이더나냐/ 길더냐 짜르더냐/ 밟아 재고도 남아 자로  재겠더냐/ 하그리 긴 줄은 끝 간 곳을 모르겠노라//’

  또한 아일랜드의 ‘월리엄 예이츠’ 시인은 사랑을 이렇게 갈파했다.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그것이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진리(眞理)라 알 전부이다


나는 입에다 잔을 들고
그대 바라보고 한숨 짓노라

  아래는 풍아 시인의 ‘은장도’라는 시를 살펴보자.

가까이 오지 마라
나는 시퍼렇게 독기 품은
조선의 여자다

굽힐 줄 모르는 정절
당당함이 미덕이다

가슴에 숨기고 살아온
꽃다운 순애보
조선 여자의 자존심이다

맺히고 맺힌 한 올올이 풀어
흰 버선코 날 세운 도도함으로

그대 앞에 선 수호신이다
   - 김남희 시인의 시 ‘은장도’ 전문

  은장도는 주로 예전에 여성들이 몸에 지니는 노리개 또는 호신용 칼이다. 장식용으로 차기도 하고 남을 공격하거나 때로는 자결을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 은장도를 차는 풍습이 생긴 것은 고려 때 부터이며, 조선시대에는 널리 보편화되었다.

  위의 풍아 시인의 ‘은장도’에서는 비장함이 보인다. ‘가까이 오지 마라/ 나는 시퍼렇게 독기 품은/ 조선의 여자이다/ 굽힐 줄 모르는 정절/ 당당함이 미덕이다/ 가슴에 숨기고 살아온/ 꽃다운 순애보/ 조선 여자의 자존심이다//(중략) 날선 비장함으로 흰 버선코 날 세운 도도함의 여인에 품격을 살린 멋진 시문장이다.

  순결과 정조를 소재로 풍아 시인의 델리카시(Delicacy)독특한 면모와 데포르마숑(Deformation)기법을 묘파한 훌륭한 시문장이다. 도도함과 은장도의 심정을 표현한 우미, 화사, 정교한 델리케이트 면모가 유니크(Unick)하다.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일상과 현상의 교착점에서 바라보는 풍아 시인의 새로운 시각의 작품 ‘아침 풍경’이다. 함께 보자.

늦은 아침을 먹는데
뒤란 풍경이 달려와 겸상을 청한다

날아가던 참새도 불러
기어이 해장 한 잔 권하던 아버지 생시 모습

아롱거리는 이 아침
묵묵히 밥을 먹던 남편이
한 마디 거든다

저, 호박 덩굴손 좀 봐라
두 팔 벌리고 악수 청하는데
사방이 허방이라 잡아줄 손이 없네?

돌아갈 길 만들어 주면 좋겠다 그쟈

사실 길이란 바른길만 있는게 아니더라

사춘기 반항아처럼
자꾸만 헛꿈 꾸는 저 헛손질

이정표 만들어 주고 길 터 주어도
엇나가기만 하는 덩굴손의 습성

부쩍 대화가 줄어든 늙은 부부
오늘 아침 밥상이 푸짐 하다
   - 김남희 시인의 시 ‘아침 풍경’ 전문

  늦은 아침 부부가 식사를 하며 뒤란 풍경을 놓고 대화하는데 시가 밥상이 되었다. 날아가던 참새를 불러 해장 한 잔 권 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환영으로 만난다. 여기에서 클라이맥스는 묵묵히 밥을 먹던 남편의 말. ‘저, 호박 덩굴손 좀 봐라?/ 두 팔 벌리고 악수 청하는데/ 사방이 허방이라 잡아줄 손이 없네/ 돌아갈 길 만들어 주면 좋겠다 그쟈?’ 역시 시인의 남편이다. 아무나 시인의 가족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시의 백미(白眉)는 뒷부분이다. ‘사춘기 반항아처럼/ 자꾸만 헛꿈 꾸는 저 헛손질/ 이정표 만들어 주고 길 터 주어도/ 엇나가기만 하는 덩굴손의 습성// 부쩍 대화가 줄어든 늙은 부부/ 오늘 아침 밥상이 푸짐 하다// 아침밥상에서 호박덩쿨을 바라보며 몇마디 주고받은 것이 오롯이 ‘아침 풍경’이란 시 바구니에 담겼다.

  풍아 시인의 시를 다루는 노련함과 내공에 갈채를 보낸다. 시의 원관념(元觀念)인 직유와 비유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고 있다. 메타포의 처리능력이 농후하다. 오랜기간 시어(詩語)와 시재(詩材)를 자유자재로 선택한 경륜의 유장함이 돋보인다.

  6. 출생지와 성장환경이 시인 성장의 자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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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출생과 유년시절 환경이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그 자양분이 훗날 큰 재목으로 성장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한편, 현재 살고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이처럼 바다와 산, 언덕 갯내음이 묻어나는 풍아 시인이 사는 부산 영도 집주변은 영도다리 도개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잡힐 듯 하다. 또한 집 부근 텃밭을 가꾸면서 꽃도 심고 딱새가 주방 후드구멍에 둥지 트는 모습도 본다. 또한 무공해 채소를 가꿔 이웃과 나눠 먹고 더러는 크루즈여행을 하며 물외한인(物外閑人)중년 여류시인으로 삶의 의미를 깨닳으며 사는 여유와 충만이 있어 시심(詩心)새록새록 생긴단다.

  오늘날 풍아 김남희 시인을 만나기 위함이었을까? 평자(評者)는 지금으로 부터 17년 전. 2003년 9월 29일 서울에서 영예의 '박재삼 문학상'을 수상했다. 경남 사천 삼천포 출신 박재삼 시인을 17년 만에 다시 만나게 한 고마운 주인공이 바로 삼천포 출신의 풍아 김남희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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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6월 8일 작고하신 박재삼 시인은 김소월과 김영랑 이후, 한국 서정시의 전통적 정서를 계승하여 재현한 시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시는 자연과 소박한 일상생활에서 찾아낸 주제를 애련한 가락에 맞춰, 평이하지만 세련된 우리말로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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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9년 2월호 ‘사상계’에 소개된 박재삼 시인의 절창으로 일컫는 시이며 최고로 칭송받는 ‘울음이 타는 강’이 풍아 김남희 시인 가슴에 울음으로 타고 올라온다.

□ 보듬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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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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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박재삼 시인 문학관

마음도 한자리 못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 보담도 내 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 경남 사천 삼천포 출신의 박재삼 시인의 시 ‘울음이 타는 강’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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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문학박사 김우영 작가
한글세계화운동연합 대전본부장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