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인 수필] 한글을 전도하는 사람/ 한글로 세계문화강국만들기 1기

관리자 2020-02-24 (월) 06:59 4년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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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인



두 번째 수업 날이다. 오늘도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기쁘게 강의실에 들어선다. 첫 강의 때 뵙지 못한 새로운 선생님들이 환한 미소로 반겨준다.

숙제검사 시간이다. 자기 소개하기를 시(詩)로, 소감문으로, 서로 평가한 후, 첨삭을 받는 시간이다. 각자 써온 글을 평가하는 선생님들의 실력이 돋보인다. 내가 써온 글로, 난 생 처음 받아본 첨삭이 놀랍고, 신비하게 다듬어진다. 축복, 기쁨 그리고 부끄러움이 기대와 소망과 더불어 한꺼번에 일깨워지는 시간이다.

*산문이 아닌 시에서, 지시어가 남발되었네요. 이것이 저것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네요. 산문에서도 접속어를 남발하면 안 되는데 하물며 시에서 그리고, 그래서, 그러니까 같은 접속어를 남발했네요.
*시를 쓰려면 노력과 열정이 필요해요. 남의 시를 많이 읽어야 해요. 외우지 말고 읽으세요. 그래야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 일들을,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있어요.
*사전 찾기를 철저하게 하세요. 사랑, 평등, 평화, 자유, 고독 같은 추상어(관념어)보다는 구체어를 써야 해요. 상위개념인 일반어보다는 하위개념인 특수어를 써야 감동적이에요.
*울었다는 표현보다는 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글로 보여주세요. 슬픔을 슬픔으로 노래하지 않고,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노래하지 않아야 감동적인 시가 되요.

*예쁘다와 같은 형용사나 아름답게 예쁜, 놀라울 정도로 예쁜, 너무너무 예쁜 등의 부사어를 자제해 주세요. 한 행에 반복해서 쓰면 감동이 삭감 되요.
*덧없다. 속절없다, 가련하다 같은 말은 풀어서 쓰세요. 반면에 사투리를 쓰면 지방색 특유의 맛이 나요.
*숫자를 쓰는 것보다, 40세를 불혹(不惑)으로, 50세는 지천명(地天)등으로 표현하면 깊이가 느껴져요.
*시의 음량은 큰 목소리보다 작은 목소리를 내야 울림이 커요. 외롭고, 우울하고, 쓸쓸하고, 서럽고 힘든 일들이 치유가 되요. 글을 쓰는 동안에 내가 나를 위로 할 수 있고, 나와 동병상련(同病相憐)인 읽는 이를 위로 할 수 있어요. 우리 서로 글을 잘 써서 함께 행복합시다.

오양심 교수님은 써 온 시와 산문의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짚어주신다. 첨삭을 통해서 간단명료하고, 절실하게 감동을 주신다. 첨삭의 신비, 첨삭 자체가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다.

나는 목회자이다. 성경말씀으로 회개와 순종과 헌신을 강요한, 깡패 같은 목사요 성경선생이다. 자신을 즐겁고 행복하게 노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못다 푼 설움과 한(限)과 아픔을, 못 다 이룬 꿈도, 함께 노래해 주시는 교수님 같은 강의를 해야 했는데 하는 자책감이 든다.

두 번째 시간에 굉장한 보물을 만나고 있다. 한글이다. 한글이란 무엇인지, 만든 배경과 예의와 해례, 일제탄압, 한글의 우수성, 한글파괴와 한국인의 무관심, 한글을 공용어로 써야 하는 이유, 한류문화강국만들기 등을 배운다. 흥분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한글로 세계문화강국만들기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가고 있다.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한글 세계화 뒤에 숨어있는 복음 전파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눈을 부릅뜨고 찾고 있다.

안녕하세요? 나는 한글이에요.
한글은 세계문자가운데서 가장 신비로운 문자에요. 처음에는 훈민정음이었는데요. ‘한글’이라는 이름은 1910년대 주시경 선생님을 비롯한 한글학자들이 쓰기 시작한 문자에요. ‘한’이란 이 세상에 하나뿐이라서, 크다는 것을 뜻하고, ‘큰 글’을 말하지요. 크다는 뜻은, 인류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고, 전 세계인이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요.

삼국시대부터 빌어 써온 중국의 한자는, 글자 수가 많고 글자만 보면 음을 알 수 없어서, 유식한 양반님들만 사용했지요. 백성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가 없어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관청에 호소조차도 못했으며, 억울한 재판에 대한 요구도 할 수 없었어요.

심지어 중요한 농사법조차도 기록할 수 없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안고 있던 세종대왕이, 나(한글, 훈민정음(訓民正音)를 만드신 것이지요. 내 이름은 많아요. 처음에는 정음(正音)이었고요. 다음에는 언문(言文) 그리고 암클, 반전 또한 국문(國文)이라 불렀어요. 지금까지 60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한글이라고 사용되어 온 글자는, 세계에서 나 하나밖에 없어요.

나 한글은, 소리 나는 대로 쓰는 소리글자예요. 닿소리 자음과 홑소리 모음으로 되어 있어요. 세종대왕께서 당대의 각 나라 문자와 음운학, 고전악리 등을, 집현전의 학자들과 함께 치밀하게 분석하여, 오랜 연구 끝에 만들어낸 첨단 과학의 산물이에요. 19세기까지도 한글(훈민정음)이 일궈낸 음성학적 성과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섰어요.

훈민정음의 근저에 놓인 완결된 체계의 소리구조는, 어떤 언어도 갖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현재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문자지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뛰어난 글자에요. 전 세계 언어학자들에게서도, 표기하기 쉽고, 편리한 글자로 인정받고 있어요.

세종대왕께서 나 한글을 만드시고, 훈민정음이라 불러주셨고, 나를 해설하는 설명서를 만드셨는데요. 이것이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책 훈민정음이 만들어졌지요. 이 책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훈민정음 국보 제70호)에 등재되었어요. 나를 기록하고 소개한 책, 인류 역사상 수많은 언어와 문자 중에서 유일무이(唯一無二)하게, 만든 사람과 반포일과 창제원리까지 기록한. 세계기록유산이 바로 나랍니다.

특히 유네스코에서는 나 한글의 창제 정신이 자주, 애민, 실용에 있다는 점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로 평가했어요. 제자(制字)원리의 독창성과 과학성에서도 뛰어난 특성 때문에 국제기구에서 공인을 받기에 이른 것이지요. 해마다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사람들에게,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주고 있는데요. 이 상의 명칭이 세종대왕에서 비롯된 상이에요.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 배우기가 쉬워, 세계 전역에 문맹자를 없애기에 좋은 글자임을 세계가 인정했기 때문이에요.

나 한글, 대단하지요?
요즘 케이팝(K-pop. Korean Popular Music)이라고 청년들이, 한국의 대중음악을 불러서 지구촌에 인기가 폭발중이에요. 온 세계 젊은이가 나 한글로 노래하고 싶어서, 서로 한글을 배우려고 골목마다, 마을마다에서, 거리에서, 학교에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지요?

이번에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20)아시죠? 일명 '오스카상'이라고도 하며,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 말이에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4개의 상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파라사이트)도 한국영화 나 한글을 통해 전달된 영화잖아요?

앞으로 계속해서 나 한글은 전 세계의 언어로 사용될 거예요.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정보통신시대(IT)가 도래되어서 다행이에요.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로 세계혁신국가 중에서 1위국인 것 아시죠? 나 한글이, 하루빨리 세계인의 공용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나라가 한글로 문화강국이 되잖아요.

그랬다. 한글로 세계문화강국만들기의 두 번째 시간에는, 한글창제와 일제탄압의 우여곡절(迂餘曲折), 그리고 세계 공용어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 등을, 난생 처음으로 생각하고 배우는 시간이다.

“학교에 들어가면 한글을 배워야해”
어른들의 말씀을 당연시하고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만으로, 더 이상 한글의 중요성을 모르고 지냈다는, 나를 발견하고 새삼 놀라고 있다. 나뿐이 아니다. 내가 알지를 못했으니, 내 자식에게도 한글의 역사와 중요성을 가르쳐 준적이 없어서 부끄럽다.

성경공부를 통해 주님을 만나 구원의 감격을 누리고 있다. 40여년 성경만 읽고, 성경을 가르쳐 오면서, 성경도 한글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한글을 몰랐다면 어떻게 성경으로 주님을 만날 수 있었겠는가, 사무치는 설움을, 내 허물과 죄에 대한 처절한 통곡과 절규를, 지금까지 무엇으로 표현해왔는가? 주의 크신 은혜와 긍휼하심과 사랑하심을 한글로, 한국어로 고백해 온 것임을, 지금 이 자리에서 이제야 간절하게 느낀다. 지금까지 한글과 한국어로 춤추고 노래를 하면서 이웃과 사회에서 마음을 이어왔음을 실감한다.

강의 시간 내내 1여 년 전에 96세로 돌아가신 권사님이 주마등같이 뇌리에 스친다. 평상시처럼 새벽예배 드리시고 금요청소하시고, 점심 후 권사님들과 윷놀이 두 판 째 하시다가 돌아가신, 유권사님이 강의 시간 내내 눈에 밟힌다. 글을 모르면서도 새벽예배 때가되면, 성경을 펴들고, 읽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가끔은 싫고 겉치레로 느껴졌다. 그 때 글을 깨우쳐드려야 했는데, 이제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권사님이랑 함께 16년을 보냈는데 예배만 드렸다. 그분이 한글을 배우셨더라면, 주님을 가까이 모시고 대화하면서, 얼마나 좋았을까? 주위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외롭지 않아도 되고, 부끄럽지 않으셨을 텐데, 나는 참으로 몹쓸 사람이었다. 이제부터라도 한글이 필요한 사람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일로 팔다리를 걷어붙여야겠다. 그것만이 참 주님을 만나게 해주는, 한글 전도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나라 언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한글공부에 더 매진하여, 한글을 사랑한 세계문화강국만들기의 뜻들과 함께, 한글의 중요성을 더 배우고 익혀야겠다. 한글을 들고 국내는 물론, 세계로 나가서 한글을 전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