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칼럼] 순천낙안 화목마을 “화전놀이”

관리자 2020-04-01 (수) 05:25 3년전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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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참살이뉴스 대표

 

화전놀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3월이 지나갔다. 봄이면 여성들의 축제라 할 수 있는 화전놀이가 오늘따라 새록새록 생각나는 연유는 무슨 까닭일까? 우리의 전통문화놀이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놀이문화로 여성들의 나들이문화였기에 그럴까?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는 전통놀이문화로 어딘가 모를 아쉬움이 깃든다.

 

그래서일까? 순천 낙안면 화목마을에서 전통주를 빚고 있는 박인규씨는 지난 28일에 화전놀이행사를 시도했었다. 이 행사에는 낙안과 벌교의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결성한 문화위원을 비롯해 뜻있는 주민들이 참여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유년시절을 생각하면서 화전놀이의 즐거움을 알고 있었다. 특히 그들은 사라져가는 전통놀이문화를 계승, 발전하고자 결성된 사람들이기에 더욱 진지했었다. 화전놀이에 필요한 도구와 차림새는 옛 시절을 연상케 했다. 진달래꽃잎을 따서 전을 부쳐서 먹고 음주가무를 즐겼던 옛 추억도 되살렸었다.

 

무더기로 핀 진달래꽃은 화목마을뒷산자락에서 군락지를 이루고 있었다. ‘울긋불긋 꽃 대궐의 소절이 들어가는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참꽃을 따는 이들의 모습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참으로 장관이었다. 그러나 진달래꽃을 감상하면서 꽃을 따야만 하는 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는 안했다. 아마도 흥겨우면서도 안쓰러운 마음들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참꽃을 따서 전을 부쳐서 먹고 가무를 즐기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내야 한다는 기쁨에 도취되어 붉디붉게 피어나는 진달래꽃의 애잔함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어쩌면 붉은 꽃잎마다 한이 서린 꽃으로 우리민족의 표상일지도 모른다.

 

화창한 봄날 진달래꽃을 바라보면 왠지 모를 슬픔이 억누른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누이가 허기를 달래려고 따 먹었던, 그 설움의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아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워 부르는 이별노래도 들려오는듯하다.

예부터 진달래가 피는 삼월이면 우리민족은 화전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아마도 여성들의 봄나들이로 여성들을 위한 전통놀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겨우내 집안에서만 갇혀있던 여성들에게 이날만은 마음껏 먹고 놀 수 있는 하루시간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진달래꽃이 붉게 피어오르면 자신도 모르게 산으로 가고픈 충동이 생긴다. 특히 여성들은 겨우내 움츠리고 살아왔던 자신들의 육신을 달래면서 기분전환도 하고 싶을 것이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꽃을 선물할 때,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가 웃음을 머금는다. 하지만 진달래꽃을 선물하는 사람은 드물다. 산과 들에 흔하게 피어 있는 꽃으로 하찮게 여겨서 그랬을지, 먹는 꽃이어서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진달래꽃은 색깔의 아름다움을 가장 먼저 시각으로 느끼고, 코로 가져가 달작 지근한 향기를 맡고, 손으로 촉감을 느낀다. 그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꽃을 사람들은 먹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렇다. 조선 중종 때 문인 백호 임제(15491589)는 삼월 삼 짓날 황진이 묘를 찾아 제사를 지내주면서 시냇가 돌을 모아 솥뚜껑 걸고 흰 가루 참기름에 진달래꽃전 부쳐 젓가락 집어 드니 가득한 한 해의 봄빛 향기 뱃속에 스며든다.”진달래 꽃전을 부치며라는 시를 섰다.

 

풍광 좋은 산이나 물가에 자리를 잡고 둥그런 진달래 꽃전을 지지는 화전놀이로 음주가무를 즐겼던 조상들의 지혜가 날로 새로워진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지구촌이 시끌벅적하고 큰 재난을 겪고 있는 요즈음 산속생활은 더없는 힐링 장소가 아닐까 싶다.

 

화전놀이의 유래를 살펴보자. 보통 꽃놀이로 불리기도 하는데, ‘삼국유사에는 선덕여왕 때 강릉태수인 남편을 따라 동해안을 거닐던 수로 부인은 바닷가 천길 벼랑에 피어난 꽃을 탐내어 마침 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꽃을 꺾어 부인에게 바치고 헌화가를 부른 설화가 바로 낭만적인 진달래꽃이다.

 

또 삼국유사 김유신 편에 보면 매년 봄에 온 집안 남녀들이 청연(靑淵) 남쪽 시냇가에 모여 잔치를 열었다. 이때 백가지 꽃이 화려하게 피어있고, 소나무꽃(松花)이 골짜기 안에 가득했다.” 라는 내용도 있다.

 

요즘 세인들은 화전놀이 가서 찻상에 자연으로 색을 낸 꽃전과 들에 핀 꽃을 꽃병에 옮겨와 차를 끓이고 진달래꽃을 띄워 둘러앉아 운을 띄워 다시를 짓는다고 한다. 낭랑한 목소리로 자작시 낭송을 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화전놀이야말로 건강문화의 활력소이다.

 

진달래꽃을 말려 가루를 만들어 뜨거운 물에 꿀을 넣어 마시면 환절기 감기예방에 좋다. 또 심한 기침에도 효과가 있다고 민간요법에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이 우리민족과 진달래꽃은 유난히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진달래꽃과 함께 풍류를 즐기면서 건강을 챙기려 음용까지 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아무튼 순천낙안 화목마을의 뒷산자락에서 따온 진달래꽃 화전놀이가 뭇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전해지기를 바란다. 이 행사에 참여했던 문화위원들과 주민들 역시 화목마을 뒷산자락진달래 밭을 기억했음 한다. 낙안과 벌교의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키려는 문화위원들의 움직임이 진달래꽃처럼 붉디붉게 피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