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호 칼럼] 음양의 조화와 오장육부로 알아보는 오행의 맛

장서호 2020-03-22 (일) 05:45 4년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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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호/ 한국전통궁중의학연구원 원장

 

음양은 천지간의 만물을 지배하는 진리(眞理)이고, 천리(天理)이고, 천기(喘氣)이다. 우주 만물을 생성하고 변화하게 하는 목수 다섯 가지가 근원이다. 음양의 조화와 인간의 건강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오장육부로 오행의 맛을 알 수가 있다.

 

음양의 첫 기록은 시경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원전 1000년경, 중국춘추시대 민요를 모아 엮은 시가집이 시경이다. 주로 남녀 간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내용이 많다. 음양의 이치는 자연현상으로, 만물이 생성되고 변화되면서, 인체에 이르기까지 음양으로 나눠져 있다. 서로 대립적인 상태이면서도, 하나로 통일하려는 성질을 지닌 것이 음양의 조화이다.

 

음양의 조화로 일맥상통한 책은 성서이다. 창세기의 첫 구절에는 천지창조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이 인간 이전에 창조한 하늘과 땅, 빛과 어둠 등은 음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작은 광명체인 달은 저녁을, 큰 광명체인 해는 낮을 주관하게 하여, 삼라만상 속에서 짝을 이루게 한다. 저녁과 낮이 합쳐 하루가 되게 하고, 여자와 남자는 한 몸을 이루게 하여 자녀를 낳게 한다. 낮과 밤, 해와 달, 바다와 육지, 동물과 식물 등도 짝을 맺게 하여, 두 개의 짝이 온전한 하나를 이루게 한다.

 

천지개벽이라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제주도 신화에서도 음양의 이치가 기록되어 있다. 중국문화의 영향을 적게 받은 제주도에서 민요로 구전되어 온 것이다. 그 신화에는 태초에 천지가 뒤섞여 하늘과 땅의 구별이 없는 어둠의 혼돈 상태였다고 전해진다. 하늘과 땅이 갈라져서 천지가 개벽되었는데, 하늘에서는 아침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는 물 이슬이 솟아나서, 음양이 상통하여 천재개벽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음양의 조화는 우리나라 상례문화에서도 알 수가 있다. 조부모나 부모가 사망하여 초상을 치를 때, 남자 상제(喪制)는 강건한 남성을 상징하는 대나무 지팡이를 짚었고, 여자 상제는 유순한 여성을 상징하는 버드나무 지팡이를 짚었다. 대나무는 강건하지만 한번 잘리면 흙에 심어도 다시는 새싹을 틔우지 못한다. 반면에 버드나무는 연약하지만 잘라서 흙에만 꽂아놓으면 움을 틔워서 큰 나무를 만드는 자연의 섭리가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에는, 사람의 생로병사는 음양오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적혀있다. 예방의학과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질병의 진단과 치료법, 건강을 지키는 자연방식에 관한 고대지식 등이다. 황제와 그의 신하 그리고 천하명의인 기백(岐伯)과의 의술에 관한 토론이다. ‘서경의 감서편과 홍범편에서도 오행의 맛은 오장육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오행의 목수에는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은 목왈곡직(木曰曲直)으로 구부러지고 곧게 자라면서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나고 자라는 생장과 올라가서 펴지는 승발 작용으로 신맛을 낸다. ()이 좋지 않은 사람은 신맛을 좋아한다. 간은 각종 세균과 유해 물질을 많이 접하게 되어 여러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회복력도 뛰어나 병이 생겨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간에 생기는 대표적인 간염은 증상이 일어나는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A, B, C형 간염은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열과 피로, 오한, 두통, 식욕 부진, 황달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는 화왈염상(火曰炎上)으로, 물체를 태우고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온열작용으로 쓴맛을 낸다.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심()장이 좋지 않다. 근심과 걱정을 하거나 지나치게 생각이 많으면 심장이 상한다. 심장에 사기가 있어 앓아지면, 가슴이 아프고 때로는 어지럼증이 나서 잘 넘어진다. 잘 잊어버리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불안증을 느끼며, 가슴이 답답하여, 즐거울 때가 없는 것은, 심장의 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는 토왈가장(土曰稼檣)으로, 땅에 씨를 뿌려 거두는 성질이 있다. 태어나고 자라고 생성하고 번식하는 생화작용으로, 단맛을 낸다.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위()가 좋지 않아 소화불량이 잦다. 위장의 운동기능이 저하되어 음식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물이 위에 걸려있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 속 쓰림으로 위벽이 손상되어 위궤양이 된다. 신경성으로 나타나는 위염은 스트레스로 발생되며, 위암으로 진행되어 생명을 잃기도 한다.

 

()은 금왈종혁(金曰從革)으로, 자유롭게 변형하는 성질이 있다. 쇠를 녹여서 반지를 만들고 장식품을 만드는 등의 작용 등이 매운 맛을 낸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폐()가 좋지 않다. 기침과 가래가 심하다든지, 가래에 피가 섞여 있다든지, 숨을 쉴 때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 특히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면 폐암의 가능성이 있다.

 

()는 수왈윤하(水曰潤下), 물체를 적시고 아래로 흘러가는 성질이 있다. 찬 기운과 서늘한 기운 그리고 아래로 향하는 작용으로 짠맛을 낸다. 짠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신(), 방광이 좋지 않다. 급성 방광염의 증상은 빈뇨가 잦다. 소변이 마려우면서 참을 수 없는 요절박 증상이 나타난다. 배뇨 시 통증이 있고, 배뇨 후에도 덜 본 것 같은 느낌이 있다. 하부 허리 통증 및 성기 위쪽의 돌출된 부분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혈뇨와 악취가 나는 혼탁뇨가 동반되기도 한다. 방광염은 발열이나 오한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음양오행과 오미(五味)의 조화는, 흐트러진 것 같으면서 규범이 있다. 부족한 것 같으면서 만족하고, 구석이 없는 것 같으면서 구석이 있고, 어두운 것 같으면서 밝고, 물러서는 것 같으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므로 음양오행은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천리이고 진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