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시인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햇살을 등지고 텃밭체험을 하는 가족들이 평화롭기만 하다. 아빠엄마를 부르면서 고구마를 캐고, 채소류를 뜯는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얼굴과 바지에 묻은 흙을 대수롭지 않게 손등으로 쓱쓱 문지른다. 흙에서 얻은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듯 행복감에 젖어 있다.
예부터 텃밭 삶은 건강의 자산이었다. 텃밭을 가꾸며 텃밭에서 수확하는 채소류를 먹는 우리의 생활풍습은 참으로 소중했다. 자신은 물론 가족의 건강을 위해 선조들의 지혜로운 삶이었는지 모른다. 텃밭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정, 그 가정이야말로 호연지기로 대자연의 기를 느낄 것이다. 아니다. 참된 인성교육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흙은 속이지 않는다. 흙은 진실하다.”가 떠오른다. 이광수의 소설 흙과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서 일깨우는 농촌계몽운동을 떠나서라도 흙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분의 존재임은 분명하다. 흙에서 얻은 교훈과 흙에서 기인된 생활철학은 무궁무진하다. 즉, 모든 사물이 태어나고 존재하고 죽어가는 과정, 모두가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순천시의 도시농업 어울림한마당은 매우 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4회를 치루면서 느끼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호연지기(浩然之氣)로 인성(人性)敎育)을 기르는 교육은 텃밭체험 이다”고 말이다.
그렇다. 도농복합도시인 순천시의 발전성이 돋보인 텃밭체험이다. 신대도시농업공원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생활 속 어울림이야 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산교육이다. 도심 속 유휴부지와 틈새공간을 텃밭으로 활용해 농업의 공익가치와 의미를 확산시킨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심과 농촌지역의 다양한 시민단체가 참여해 텃밭작물을 활용한 수확과 요리 등은 산업사회의 괴리를 타파하는 인간성회복이 깃들어 있다. 바람개비 만들기, 머그컵 만들기, 해바라기 만들기, 시계 만들기, 봉숭아꽃물들이기의 체험은 그 옛날 향수와 현대를 버무리는 체험이 아닐까 싶다. 또 난타공연과 드론 퍼포먼스는 흥을 돋는데 안성맞춤이었고 볼거리와 먹거리까지도 풍성하게 어우러졌다. 게다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인형극과 퀴즈, 그리고 연 만들기, 연 날리기 경연대회, 모종 나눠주기는 어른들에게도 향수를 자아내게 했다.
실지로 이날, 날씨기 쌀쌀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현장공원을 찾았다. 젊은 아빠엄마의 손을 잡고 웅성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람냄새 나는 참세상 같았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에서 어른들의 웃음소리까지 도심공원을 떠나지 않았다.
개인텃밭(1평)에서 단체텃밭(3평, 5평)까지 다양한 작물을 심고 가꾸어서 수확하는 즐거움을 온 가족이 느낀다는 것, 그 자체가 흐뭇함이다. 가족끼리 텃밭을 가꾸면서 땀을 흘리고 오순도순 이야기하는 시간은 행복이었다. 더욱이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끼리 텃밭을 일구면서 땀 흘리고 음식을 먹는다는 것 또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허석 순천시장은 “소소하다고 생각되어지지만 도심 속 텃밭에서 확실한 행복을 즐기기를 바란다.”며 “도시민들의 도시농업활동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허 시장은 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흙을 만지며 텃밭을 가꾸는 광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며 ”생태도시 순천에 필요한 사업으로 더욱 관심을 갖겠다.“고 했다.
게다가 유희성 농업정책과장은 “오는 2020년에는 도시 참여형 아파트 다층식재기술 시범사업과 도심 속 상자텃밭보급 사업, 도시농업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도시민들의 도시농업활동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텃밭현장광경은 훈훈한 인정이 넘쳐흘렀다. 온 가족이 정성들여 심고 가꾼 작물을 수확해서 김치와 밥을 만들어 먹는 광경은 보면 볼수록 흐뭇했다. 소곤거리며 공예품을 만드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아빠엄마가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뽐내는 아이들의 발랄함도 예쁘기만 했다.
무엇보다도 텃밭에서의 추억 만들기는 아빠엄마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시간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친환경농산물수확을 깃 점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체험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씨앗편지와 각종작물의 모종 나눔 행사가 인기 만점이듯 우리사회의 아이 낳기도 인기를 누렸으면 좋겠다. 정부의 시급한 산아정책보완과 함께 젊은 세대들의 깊은 사고력이 필요한 시점인성 싶다, 아이 낳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