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나는 어릴 때부터 혼자 놀았다 혼자 웃고 혼자 울고 혼자 삐치다가 책과 친구가 되었다   책은 목련꽃보다 흰교복칼라로 날 세운 나를 만날 때마다 불씨 한 개씩 가져다주었다 피와 땀과 눈물이었다   내 안에 열정을 심어놓은 나는 생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동안 제법 파란만장한 불꽃을 피워냈다   천지간에는 향기로 가득 차 있고 나는 아직 열매를 맺지 못했는데 사람답게 살아본 적이 없는데 놀짱한 초가을이 대문 앞에 와 있다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운…
 산이 되어 눕고 싶다감나무 골짜기 마당바위가 있는팽나무 그늘로 가고 싶다눈발이 먼저 와서 하얗게 꽃피겠지만마음 한번 구부리면 틈새도 생기겠지​그 곳에 가면두 가닥 철길이 신풍역까지 마중을 나와서 하루 종일 햇빛에 울음을 달구어 놓고눈이 작아지도록 기다리고 있다​세상에서는 앞을 잘 볼 수가 없어서 허공을 밟아가는 꿈속만 같아서 나무가 운다 보채며 칭얼대며산이 운다 나무를 끌어안으며숲이 온통 흔들거린다      ▲이광희 作​​ ▲이광희 作​​ ▲이광희 作​​&nb…
 우리 아버지가 우리를 무조건 사랑해준 것 같이 우리 어머니가 우리를 무조건 사랑해준 것 같이우리 모두 가난한 이웃을 위해 희망의 꽃씨를 나누어 주자 착한 사람이 복을 듬뿍 받는 꽃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 우리들 마음이 닿은 곳은 모두가 꽃밭금빛 미소 속에서 알알이 영그는 행복 나눔과 섬김으로 더 눈부신 세상고통과 슬픔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꿈과 희망이 넘치는 기쁨의 새날이 열리게 하자 오직 꿈과 사랑이 넘치는 기쁨의 새날을 열리게 하자      ▲홍종삼 作…
  음흉한 두꺼비처럼 어둠을 틈타서 뒷걸음질로 강가에 가보았다.   산은 그대로인데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은 그때 그 강물이 아니었다.   내 사랑도 강물하고 똑 같았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이광희 作     ▲이광희 作​​▲이광희 作​​▲이광희 作​​▲이광희 作​​  
    여름 한낮이다. 독경으로 피워낸 백련 한송이 그 향기를 따라가 보면발자국마다 만다라 불꽃이 보인다.골짝골짝 향내를 피우고 있는 꽃그 속에 심지를 돋워 내 안을 비춰보면 가까이 있는 마음하나 밝혀주지 못하고 있다. 가슴도 타들어 가면 연기가 나는가 여름보다 뜨거운 발바닥이 매케하다연꽃을 피워보기 전에는 사랑을 모른다 ​   대문을 들어서니 잎사귀에 쪄낸 연밥이 김을 올린다 입안에 혓바늘이 일어서고 있다.  ​▲이광희 作   ​▲이광희 作​​​▲이광희 作​​ 
 갈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상사 모든 잡사를 듣기만 했다말을 들어주는 그가 싫지 않았다 그도 나를 싫어하지 않은 눈치였다둘 사이를 오락가락한 것은 순천만이었다. 가끔씩 비를 뿌리다가 햇살을 내 비치다가 구름이 되어 잠시 머물다 갔다따라다니는 역마살도 자리를 피해 주었다불씨가 되어 더워진 동천과 이사천이 몸을 물로 풀고 있을 때 강물은 제 살 속에다 깊은 뿌리를 내렸다   끝내 만삭이 된 뱃속의 피가 통했다     ▲이광희 作​​▲이광희 作​​▲이광희 作​​▲이…
 내가 태어난 곳이 바닷가라서바다가 보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어서어머니 묘지에서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어서 바다에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서바다에 뜬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 수 있어서 바다를 찾아가다 쓰러질 수 있어서 울고 싶을 때 바다가 함께 울어줄 수 있어서바다에서 예배당 종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모래밭에 나란히 누운 메꽃이 될 수 있어서물새들의 발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밤새 모래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해와 함께 붉은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반짝거리는 햇살이 될 수 있어서파도가 될 수 있어서   …
 가끔은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나의 사춘기 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 화선지가 흔하지 않아서 몽당연필을 손깍지에 끼워 문종이에다가 육필로 썼다. “열개의 벼루를 갈아 바닥을 내고 천개의 붓을 닳도록 썼다”는 글은 조선의 글씨를 만천하에 알린 추사 김정희가 친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이다. 일흔 해나 편지를 썼어도 글씨 하나도 못 익혔다고 한탄하는 추사의 글 앞에서 나는 그만 피가 거꾸로 솟았다. 흔히 말하는 나이 77세(희수)는 나하고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 나이 미수를 향하고 있다. &nb…
 아버지가 이승을 떠나면서 두 손을 포개준 사람이 있다. 애비 없는 여식을 지켜주는 힘은 오직 시 한줄 쓰는 일 밖에 없다고 손수 필사한 사서삼경을 건네주면서 부족한 공부를 관찰해달라고 당부했다.   그깟 시 쓰는 일이 뭐라고 25시간 문어처럼 걸상에 엉덩이를 찰싹 붙여놓고 시를 쓰고 시를 쓰고 시를 써도……내가 쓴 시를 읽을 때마다 그 사람은 쯧쯧 혀를 차며 “너 언제 시인될래?” 하고 못마땅해 하신다.   세상에는 사람답게 사는 일이 천지 빛깔로 쌓여있는데 나는 그 사람에게 지청구를 들을…
 거미가 집을 짓는다 잘 마른 소나무에 검은 먹줄을 튕기며 검붉은 비늘을 대팻밥으로 쏟아낸다 속살을 깎고 구멍을 뚫고 기둥과 서까래 상량나무와 마룻대 문짝과 문틀까지 마무리 해놓은 거미는 타고난 목수이다.   밤새 집짓는 구경꾼을 위해 술과 과일이 차려지고 매콤하게 버무린 배추김치와 돼지머리가 준비된다. 팥고물을 안친 시루떡에 김이 오르면 팥죽을 끓인다 쌀가마니 무명모시 광목같은 피륙도 쌓아놓는다   상량문에는 二千一年 五月十五一 亥時(이천일오 오월십오일 해시) 應天上之三光 備人間之五福 (응천삼지…
    너를 잊으려고 대문을 나섰어 거리에 온통 네 생각뿐이었어 지하철을 탔는데 문이 열릴 때마다 네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고 들어왔어   힘들어, 차라리 너와 둘이서방아를 찧고 사는 게 좋겠어      ▲이광희 作    
 나를 처음 만나던 날 너는 정신이 어찔하다고 했다 전생에서 만났던 것 같은 느낌? 엄마 뱃속에서 나와 생애 처음 숨을 들이쉰 것 같이 가슴이 차오르는 느낌이라고 했다. 기억해 낼 수는 없지만 아무튼 나를 만나면 생에 전체가 흔들릴 것 같은 예감이라고 했다. 이제부터 모든 만남중에서 내가 1순위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네가 나를 흔들기 전에 내가 나를 흔들어 놓고 내 심장도 보여주어야 했는데 너만 보면 얼이 빠져야 했는데   한국어 나만 사랑한다는 그 말을 나는 반신반의했고  &n…
    장난꾸러기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나는 개구쟁이가 되지요​당신의 웃는 모습 보고 싶어 어릿광대가 되고요. ​뾰로통한 볼 꼬집어 주고 싶어 공중제비가 되고요. ​물구나무로 서서 나이를 거꾸로 세는 어린아이가 되지요. ​<이태호/ 시인. 한글세계화운동연합 한글로 세계문화강국만들기 한영지도교수>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 사진작가 ​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 사진작가 ​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
 남도 횟집이다 태양이 수평선을 따라가다가 유리창 너머에서 넋을 놓는다. ‘여의주다!’찰라를 목격한 사람들이 눈을 비벼가며 일제히 소리를 지른다.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은 처음 봤다고 서로 간에 운수대통할 일만 남았다고 짠짠짠 노래를 부르며 술잔을 돌린다.   원샷을 외치며 다시 쳐다본 그 자리에 해를 삼킨 소나무도 바다와 함께 볼그족족 취해 있다.           ​▲이광희 作 ​  
아프지 않게 피워난 꽃슬프지 않게 살아가는 삶을 본 적이 있나요?   신비 그 자체인 가시연꽃도 물속에서 피가 돌아야 피어나고   오직 사랑밖에 모르는 고슴도치도 지 새끼를 찔러서 온 몸에 상처를 입히고 속창시를 빼놓고 길을 가는 갈대도 어금니를 앙다물면서 흔들리고 있다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말로만 듣던 눈 코 입 귀를 서슴없이 집어던지고 오늘부터 함께 태평가를 부르며 웃음으로 울어야겠어요. 모든 것이 자유로운    ​▲이광희 作 ​▲이광희 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