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괜찮아? 아직 힘들어!   가슴과 가슴사이에서 지나온 날들이  아프게 녹아내린다.   ▲조선희 作    ▲조선희 作      
    방앗간 이 집에서 마지막 불을 밝힌 것은 근조등이었다더 이상 방앗소리는 순천만을 흔들지 않았다오랜 세월 대문을 들락거리며 폐가를 지켜준 것은 새들이었다.   방앗간 안주인이 된 내가 그 옛날 한 솥밥을 먹고 살았던 순천만의 그리움을 채워주고 있는 것은 바닥에 떨어져 상처가 난 새들을 떠나온 둥지로 돌려보내고 있는 것은   ▲이광희 작품   
오늘이 끝인 줄 알고 길을 가다 푸른 햇살을 만났어요갈잎나무 울타리 사이 서 있는 당신   그대를 만나자마자 곧 나는 꽃이 되었어요겨드랑이 사이 숨어있는 반쪽 가슴이 되었어요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고요?하나씩 떨어져 가는 이 꽃잎의 작별은 어쩌겠어요    ▲강시온(한글세계화운동연합, 안산고잔본부장)사진  ▲강시온(한글세계화운동연합, 안산고잔본부장)사진   ▲강시온(한글세계화운동연합, 안산고잔본부장)사진 …
  낙엽이 채곡 채곡 쌓인 뒷동산 토닥 토닥 가을비긴 동면 휴식을 향한장렬한 흩날림 그리고 물방울 축제 마르고 찬 대지 보듬고신선한 빗줄기다독거리네 봄 오는 날포근한 이불 밑새싹 띄우고 꽃피워 임 오는 길목 지키고 있을 거야! ▲이광희 作 
    우리 집 울타리 안에는 빛과 사랑이 살고 있다   빛은 춥고 어두운 골목마다어김없이 나타나서 비춰준다   사랑은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다독이며 감싸준다    ▲이광희 사진 
    무심한 야밤에 누가 운다. 초가을 귀뚜라미보다 처절하게 운다.목소리가 쉬어서 안 나올 때까지 운다. 교통사고로 사지가 성치 않은 내가 울고 싶은데 가슴이 절절한 루게릭병이 나보다 먼저 와서 운다. 그 울음 속에서 멍석에 말린 나락냄새가 보인다. 사지가 뻣뻣하게 굳은 채 하얀 손수건을 흔드는 갈대 목소리가 들린다.   통성명도 못해본 사이이웃한 병실을 들여다보지도 못한 그 사이에 울고 갈 일이 무엇이던가?   이제 누가 나대신 울어줄 수 있을까?   ▲이광희 사진 …
 바위 위에 앉아 하늘을 보네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흘러가네   시원한 바람이 야윈 뺨을 스칠 때나도 모르게 구름이 되어 흘러가네이렇게 좋은 날 이렇게도 좋은 날가족과 함께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죽는 날까지혈액투석을 해야 한다는데이곳 선한이웃요양병원에언제까지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오늘은 자랑스러운 한글로 시를 쓸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하네.   하나님!날마다 곁에 계셔서 감사해요.세종대왕님!한글을 만들어 주셔서 고마워요.   ▲이광희 사진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순천본부 한글세계화를 만나기 전에는 지고지순한 꿈이 있었어요. 언제부턴지 앞길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모든 일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갔어요. 마당에 교실 두 칸을 들여놓고 그 한가운데에다가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순천본부라는 간판을 걸었어요. 공간이 빛나기 시작했어요. 내 생애 처음으로 한글세계화를 마음 놓고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쾌재를 불렀어요. 속 창시가 없는 어깨춤도 추었다니까요.   그런데요. 내가 고향에까지 내려가서 한글세계화를 한다고 하니까 우리 집 양반이 마당에 심어놓은 사랑과 …
    해지고 어두운 날반딧불이를 잡으려 냇가로 나갔다.   내가 넘어질까 봐 발광기를 부풀려서 불빛을 환하게 비춰 주었다.   주위를 몇 바퀴 선회하다가 반짝반짝 길을 내며 골짜기로 날아갔다.   저것이 고향이야? 아무도 없는데 가슴이 벅차오른 채 소리를 질렀다.    
 길 가다가 초록으로 물든 잎사귀 사이로유난히 눈길을 끌고 있는 나뭇잎을 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벌레가 뜯어 먹은 자국마다 핏빛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있다. 그 구멍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싸납쟁이 나 때문에 날마다 가슴 조이며 애면글면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가주름진 얼굴로 웃고 계신다.   아들아!추석이 몇 밤 안 남았다. 이 어메 눈 빠지게 허지 말고 안날 내려 오니라 이~   정다운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눈 오는 날 겨울 산을 오른다 잠자리 날개보다 가벼운 것들도 어께 위에 쌓이면 등을 휘게 하는가?   고집스럽게 꼿꼿하던 독야청청 푸른 솔이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없던 아름드리 소나무가 가지 끝에 사뿐 내려앉은 저 작은 눈발들을 못 이기고 비명소리를 지르며 목을 꺾고 만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뒷목을 만진다. 한 오십여 년 자리 잡은 오만과 편견이 통증도 없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다. 눈감고도 보이는 맵짠 길들이 얼음장 밑을 흘러가면서 한수 가르쳐 준다.   작고 사랑스러운…
  풀밭에 누워 구름을 본다.   나 어렸을 적에 굴뚝에서 연기가 밥 냄새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언덕 너머에서 땅거미가 스멀스멀 올라오면   “아들아! 밥 먹어라”   하고 골목마다 찾아다니던 다정다감한 목소리를 싣고 푸른 하늘 저편 남쪽으로 흘러간다.   저 구름의 심정은   그 옛날 사무치게사랑을 받아본 자만이 긴 방랑 끝에 처절하게 눈물을 흘려본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날   나를 울리고 있…
 여름밤에는 시를 쓴다.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보리밥을 먹었다고 쓰고 그 옆에서 모깃불이 토닥토닥 타들어 갔다고 쓴다. 엄마 젖꼭지를 물고 동생이 잠들었다고 쓰고 쉰내 나는 엄마 적삼 밑에서 별빛도 달빛도 잠들었다고 쓴다. 삽살개가 잠들고 온 마을이 잠들었을 때 살며시 대문을 빠져나와서 깨댕이 친구들을 만났다고 쓴다.   친구들아!풀숲에 숨어서 천근만근의 고독으로 가을을 부르고 있는 저 귀뚜리의 눈물을 어째야 쓰까 이어린 시절 수박 서리 참외 서리를 하면서 날을 보냈던 가슴속 깊숙하게 묻어놓은 그리움이…
수국을 보고 있으면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그립다 숭어리 숭어리 핀 꽃이 어머니 품속 같아서 성큼성큼 꽃밭 속으로 들어간다. 꽃잎 사이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보이고 고향 집을 혼자 지키고 계신 어머니가 보인다. 삭막한 도심 한가운데서도 손 내밀면 금세소원이 이루어지게 하는 꽃  향수병을 심하게 앓고 있는 오늘은 내 안에서 그 옛날 다정했던 동기간의 웃음이 무더기무더기 피어난다.  
    이 얼마나 맑고 밝고 환한 말인가!​그 어린 시절 누이가 빨랫줄에 무명 이불을 빨아 널었듯이   오늘같이 수은주가 삼십 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   우~ 소리롤 내며 천둥 번개도 치며 소나기 한 줄 금 시원스럽게 쏟아지고 난 후에하늘 저편에서 빛나는 쌍무지개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말인가!  ▲김태영 영화감독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