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양철도시락 달랑 넣은 책가방 옆구리에 끼고학생모는 삐딱하게 눌러서 쓰고파스도 한 장 볼따구니에 붙이고나팔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둘러메고연애 골을 오르내리며십대를 강타했던 우리 오빠 이십 세에 자동차를 사라그렇지 않으면 대학을 가라책상 앞에 단 두 줄 신주단지처럼 모셔놓고권투선수보다 더 빡세게자신의 꿈을 향해 펀치를 날리면서 70년대를 주름잡았던 우리 오빠 극장 앞 제과점에서빵을 실컷 먹게 해주고미워도 다시 한 번 영화도 보여주고빨간 자전거 뒤에 태워 남도일대를 누비면서우리 동생처럼 이삐게 …
 ▲이광희 作 봄이 왔다. 봄 하면 우선 개나리, 진달래가 앞 다투어 피고. 달래 냉이 꽃다지 등 나물들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피어나 저마다의 독특한 향기를 뿜어 공기를 정화한다.   세시풍습에서, 정월은 봄이 처음 시작된다는 뜻의 맹춘(孟春)이라서, 농사 준비에 바쁘고, 2월은 봄이 한창인 때라는 뜻의 중춘(仲春)이라서, 가축 돌보기에 바쁘고, 3월은 늦은 봄이라는 뜻의 모춘(暮春)이라 하여, 논 밭 돌보기에 바쁘다. 파종, 과일 접붙이기, 장 담그기 등에 온 정성을 쏟았던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다. …
하늘이 열리는구나 땅이 열리는 구나순천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구나이 무슨 신명의 날이기에천지인 삼재가 함께 어우러져지구촌 큰 잔치를 열고 있는가무궁한 새 역사에 뿌리를 내리는가   순천은 도시가 아니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정원이다삼산(三山)은 산이 아니고 이수(二水)는 물이 아니다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홍익인간을 낳고 기른 무릉도원이다단군 할아버지의 오천년 역사자자손손 내려온 순천만의 얼굴내나라 내형제의 칠천 칠백만 가슴이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저 비경은 누가 빚어 놓았을까?고동치는 심…
순천 아랫장에 갔습니다 생선 몇 마리 사서회를 치든지 석쇠에 굽든지 하려고요장터에 막 들어섰는데 트럭을 둘러싼 아낙네들이소란을 피우고 있었어요그 틈새를 헤집고 들어갔더니오메, 뭔 놈의 잡것들이 벌건 대낮부터짭짜래한 비린내를 풍기고 있었을까요?숭악한 아지매들은 애리애리한 것들을만지작거리며 흥정을 했고요운전수 아저씨는물 좋은 머시매들로만 잡아왔기 때문에손을 대기만 해도 까진다고 너스레를 떨더군요근데요 은빛 비늘의 눈부심을눈요기 했을 뿐인데요내 안에 거시기가 탱탱해지더니젖꼭지가 빳빳하게 서더라니까요뼈 속까지 투명해서 뼈라고 할 …
 그가 나에게 한 수 가르쳐 준다 슬프면 때로는 울어라고   삶이 힘들면 세상사 잡사를 모두 놓아버리고 그만큼의 거리에서 바라만 보라고   욕심내지 말고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저 주어진 대로 순응하면서 묵묵하게 앞만 보고 걸어가라고   그래야 민들레 홀씨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서 발길 닿는곳마다 꽃을 피울 수 있다고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
 형!복숭아 먹고 싶어복숭아가 어데 있노과수원집에 쌀이나 보리 가져가면 준다고 하던데…그 말이 떨어지기가 광으로 달려갔다얼마 전 탈곡을 마친 포대자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들킬까봐 간이 오마조마했지만 냅다 둘러메고 달음박질을 쳤다 중대가리처럼 털도 나 있지 않은 맨들맨들한 것은 복숭아가 아니었다 꿀맛이었다   동생과 둘이서 스무 개 남짓 먹고 말았는데 천도복숭아 세 개를 먹고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이가 생각나서 할아버지보다 아버지보다 오래 살까봐 와락 겁이 났다  ▲이광희 作  …
 부르고 싶은 노래가 참으로 많다   퇴근 무렵 쏟아지는 소낙비를 보면서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불렀던 ‘우산’을 나직하게 불러본다   중학교 국어책에 실려 있는 황순원이 쓴 ‘소나기’를 생각하면서 이성에 눈을 뜨고 가슴 설레었던 ‘첫사랑’을 소리 없이 불러본다   내 고향 신산을 그리워하면서 타국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가고 오고 할 것도 없다고 잊은 지 오래되었다고   꺽꺽대면서 껄껄대면서 ‘어머니'를 애타게 불러본다  ▲이광희 作…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니까 문이 아니었다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었다 기쁠 때는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오고 수천 수 만 마리 새들이 날개짓하면서 놀았다 슬플 때는 바람이 일어나고 꽃이 떨어지고 동구 밖 성긴 별이 하나둘 사라지고 두견새 울음 끝에서 산도 멀어져갔다 그 산마루 모퉁이 길에 꽃상여가 하나 흔들리며 어농어농 지나갔다 해가 떨어지고 노을이 사라지고 땅거미가 모래톱에 당도하자마자 우수수 어둠이 쏟아져 내렸다 문을 닫고 나와서 보니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한바탕 꿈속이었다  ▲이광희&n…
일본 여름밤은 무덥고 후덥지근하다후지산 근처 피정지에서 만난 소나기가 선잠을 깨운다   이국의 외로움에 몸서리를 치고 있을 때 새 소리 물소리 풀벌레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잠재워 준다   퍼붓는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나도 소나기가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쏟아지고 싶다   ▲이광희 作    
동당도드랑 동당 도드랑 아침 일찍부터 피아노 소리 들린다   건반위에서 춤추는 하얀 손은 보이지 않아도 그 애도 나처럼 보고 싶은가보다 편지를 쓰고 싶은가보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청포도처럼 풋풋했던 그날들이 섬돌위에서 지붕위에서추억의 선율로 흐른다                          ▲이광희 作     
  멀리서 보면 모양이 성글고 빛깔이 미미해서 쓸쓸하기 짝이 없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눈썹이 듬성듬성 빠진 것처럼 미모까지 적막하여 스산하고 을씨년스러운   생김새가 쩨쩨하다보니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있는 듯 없는 듯 기척이 없었던   말없이 우주의 순환을 따르다가 광대무변한 죽음에 이르러서야 붉고 어여쁜 눈꽃을 피워낸 나의 인생 같기도 한 산수유 ▲이광희 作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셨다외할아버지 외할머니도 오셨다삼촌도 오셨다   한복을 입고 세배를 했다주머니에 돈이 가득 찼다먹을 것도 많아서 좋다날마다 설날이었으면 좋겠다   ▲이혜성이다.▲이혜성 그림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손 편지를 우리나라 글 한글로 쓸 수 있어서   차례 상 앞에서윗사람에게는 음덕을 빌고 아랫사람에게는 세뱃돈을 챙겨주면서 배려하고 사랑하자는 덕담을 나눌 수 있어서   힘들었지!등 두드려 달래가면서 선한 웃음을 주고 받다보니 경이로운 새아침이 밝아오고 있어서 ▲이광희 作  
아버지는 선비셨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먼동이 트기도 전에 책상 앞에 앉아서 붓을 들었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나는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귀신에 홀려 오대양 육대주를 싸돌아다니는 일에시간을 물 쓰듯이 쓰고 있다   모음 열자 자음 열네 자로 만들어진 살아서 움직이는 그분에게 나도 모르게 끌려 다니면서   하루에 한번은 아니더라도 이틀에 한번 열흘에 한번이라도 책상 앞에 앉아서 나를 들여다보면서 아버지처럼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하는데   그래야 사…
갯벌위에찍어놓은 발자국을 보고서야 물새 두 마리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그것이 삶의 흔적인줄도 모르고그것이 사랑의 상처인줄도 모르고그 섬에 밀물이 밀려서 왔다퍼렇게 시퍼렇게 밀려서 왔다사람도 외로우면 물새가 된다물새처럼 사랑했던 그 사람이 보고 싶다-오양심시집 ‘詩서편제’중에서 ‘섬’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영상작가 메기의 추억(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은, 케나다의 조지 W 존슨(George W. Johnson)이 작사(Author)하고, 영국의 제임스 오스틴 버터필드(J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