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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조심스레 하나하나 올라갔습니다.연륜(年輪)이 다 찬 꼭대기에서어머니 또 어디로 올라가야 합니까?(…) 속절없는 나의 곡예에 풋내기 애들의 손뼉이 울리고누군가(피에로)(피에로)하며 외치는 소리. 어머니어찌하여 당신은 나에게 날개를 주시는 걸잊으셨습니까? - 김용호(1912~1973) 광대는 여러 가지가 있다. 판소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 탈놀이, 인형극을 하는 사람, 연극인 등을 모두 광대라고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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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께참말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 깨댕이를 벗은 아담과 이브처럼 원초적인 본능 그 자체였어. 순식간에 마음을 주고마음을 뺏겨버리고 마음을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을 때 덕유산 상고대가 말했어. 내일은 울 일이 생길지라도 이 순간만은 행복하자고 시인은 늦가을 산을 오르다가 환상적인 상고대를 본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넋을 잃은 상태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만들어진 얼음 꽃의 신비로움을 감상하며, 태초의 아담과 이브, 즉 원초적인 본능을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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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단풍들것네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오.매 단풍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니바람이 자지어서 걱졍이리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오.매 단풍들것네 ▲이광희 作 이 시는 김영랑이 1935년에 발표했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 경치를 보면서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로 누이와의 교감이 물씬 풍겨나게 쓴 작품이다. 시인은 장독대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있다. 가을이 왔다고 놀라워하는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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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장서호 作 신경림의 ‘갈대’는 인간의 비극적인 생명 인식을 보여준 작품이다. 삶의 근원적인 비애를 ‘갈대’의 울음으로 형상화했다. 자신의 삶이 흔들림이고 울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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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올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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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신경림 시> ▲이광희 作<갈대1>▲이광희 作<갈대2>이 시는 신경림의 대표 시이다. 인간 존재의 비극적인 생명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삶의 근원적인 비애를 '갈대'의 울음으로 형상화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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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익으니까 고개를 숙이고코스모스가 익으니까 고개를 숙이네요. 세월도 물 따라 수만리 흘러와서 와온 바다에 이르러 하구에서 지쳤는지 순천만 갈대밭 베고 질펀하게 누웠네요. 사그라지는 노을 앞에 납작 엎드린 삼라만상들지고 온 무게만큼 이마에 주름도 보이네요. 내 인생만 적막하게 저물어 가는 줄 알았어요. <오양심 시, 순천만에서> ▲이광희 作 ▲이광희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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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잎이 되기 전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사라진 그 자리에서 당신이 꽃으로 피어났을 때도 그것이 사랑인줄 나는 몰랐습니다. 그토록 어여쁘고 아름다운 당신이여!오직 곧은 마음으로 나를 기쁘게 해 주었지만 나는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당신이 셀 수없이 많은 사랑을 주고 간 그때부터였을까요? 그대라는 꽃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뿌리박혀 있네요. 내 가슴 한가운데서 환하게 웃고 있네요. <이호주/ '상사화' 필리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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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으로 태어나 평생을 살아가면서 꽃으로 오신다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어긋나게 사는 세월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경험해 보지 않은 당신은 가늠할 수 없을 거예요.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이 꽃술이얼마나 길어져야 해후 할 수 있을까요? 죽어서도 당신을 보고 싶어요.어둠속에서 산전수전 틔우다보면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모감지 모감 모감 보여줄날 오겠지요?<오양심/ 詩 상사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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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외로운 시간서산너머에서 황혼이 지고 있다 내려다보이는 갯벌에는 구멍이 참 많다해질녘 갯벌에 누가 구멍을 냈을까?칠게 길게 농게 꽃게 밤게 집게바지락 꼬막, 주꾸미……,구멍 속에서는 그 옛날 엄마 냄새가 난다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행주치마로 훔치셨던 짜디짠 눈물냄새가 난다. 어머니! 구멍에서 태어난 것들이 모여서 만든 구멍들은 왜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 넓이와 높이가 고만고만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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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허공을 날아올랐던가 멀리 보면 하늘과 땅이 붙어 있는 것처럼 그 틈에서 바람과 구름이 노니는 것처럼그 틈새의 틈새 속에 산과 바다가 정다운 것처럼 나비 한 마리 꽃잎에 눕자마자 금세 한 몸이 된다 궁•상•각•치•우 노래가 된다. <오양심 시. '뻔득재 불춤'중에서> ▲이광희 作 ▲이광희 作▲이광희 作▲이광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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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장이 동생과 함께 강아지야 하고 부르니 내 동생이 대답하고 달려온다. 강아지야 하고 부르니 동생 손에 들려 있는 강아지풀이 꼬리를 감추고 쳐다본다. 강아지야 하고 불러도 강아지는 보이지 않는데 가을햇살이 강아지처럼 따라다닌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찰리김 作/ 수동골 수동기도원 진돗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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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음이 울적할 때 자전거와 친구가 되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해주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앞길을 천천히 열어가라고 했다. 대단하다고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자연에게서 장점을 배워 조금씩 행동으로 옮기다보면 내 안에서부터 꽃길을 걸을 수 있다고 말해준 <여운일 시/ '자전거에서 배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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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 적부터 순천만 이 길을 걸으면서 가을꽃을 보면 향기를 맡고 했는데 오늘은 머리에 서리가 않아 있는 채 향기를 맡는다. 그때랑 똑 같다 은은하다 가을꽃은 해마다 찾아와서 향기를 날리겠지만 나는 언제까지 이 좋은 계절을 맛볼 수 있을까 이광희 作이광희 作이광희 作 이광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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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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