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갈대/ 신경림 시, 이광희 사진

관리자 2019-10-24 (목) 07:13 4년전 855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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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作<갈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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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作<갈대2>


이 시는 신경림의 대표 시이다. 인간 존재의 비극적인 생명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삶의 근원적인 비애를 '갈대'의 울음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갈대'는 연약한 인간 존재를 상징하고 있다. 갈대는 '울고 있고, 바람도 달빛도 아닌 제 조용한 울음으로 흔들리고 있다. 사는 것 자체가 조용한 울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갈대의 존재는 내부적이고 근원적인 고통과 고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갈대의 울음과 흔들림은 외부적 원인이 아닌, 내재적 원인으로 인한 것이다. 갈대의 울음은 사회적 갈등의 소산이 아니라, 개인의 존재론적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오양심/ 前건국대학교 통합논술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