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난초는 화초가 아니었다
엄동설한에도 봄을 선물해 주면서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감싸주곤 했다
난초만 있으면 곁에 있으면
아픈 줄을 몰랐다 슬픈 줄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였다
그는 얼마 안가서 죽을 거라고
말을 했지만 나는 전혀 모르쇠 했다
이천 일십 삼년 칠월 열엿샛날
아침 다섯 시였다
“먼저 간다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메시지를 보낸 작자는
난초가 아니었다
꽃이 피면 잎을 볼 수 없는
개 난초였다
잎으로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절망을 묻어버린 희망의 자리에서
천상의 꽃으로 다시 만나자고요?
미안해요 천만번 미안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詩人
외로운 증인
▲이광희 作
‘푸르른 날’은 전북 고창출신 서정주가 시집 귀촉도에 발표한 시다. 가버린 사람을 그리워 하면서 한줄 두 줄 써내려간 시 속에서, 초록이 지쳐 단풍 든다는 표현이 돋보인다.
가수 송창식이 송창식이,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에 소리로 색칠을 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