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오양심 [시와 그림과 음악이 있는 풍경]

오양심 2023-09-05 (화) 07:12 7개월전 891  

나에게 난초는 화초가 아니었다 

엄동설한에도 봄을 선물해 주면서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감싸주곤 했다

난초만 있으면 곁에 있으면

아픈 줄을 몰랐다 슬픈 줄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였다

그는 얼마 안가서 죽을 거라고

말을 했지만 나는 전혀 모르쇠 했다

이천 일십 삼년 칠월 열엿샛날

아침 다섯 시였다

 

먼저 간다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메시지를 보낸 작자는

난초가 아니었다

꽃이 피면 잎을 볼 수 없는

개 난초였다

잎으로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절망을 묻어버린 희망의 자리에서

천상의 꽃으로 다시 만나자고요?

미안해요 천만번 미안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詩人

외로운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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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푸르른 날은 전북 고창출신 서정주가 시집 귀촉도에 발표한 시다. 가버린 사람을 그리워 하면서 한줄 두 줄 써내려간 시 속에서, 초록이 지쳐 단풍 든다는 표현이 돋보인다.

 

가수 송창식이 송창식이,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에 소리로 색칠을 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