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노래/ 오양심 [시와 그림과 음악이 있는 풍경]

오양심 2023-05-20 (토) 08:51 11개월전 1102  

오월 열 닷샛날이다 

한글(한국어)세계화운동연합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저녁이다

집 근처 호프집에서 참회의 술을 

딱 한 잔 마셨을 뿐인데

어지간히 간땡이가 부었나보다

 

그 길목에서

우리 큰 아들 같이 잘 생긴

우리 작은 아들같이 훤칠한 

장미꽃 두 송이를 양손에 꺾어들고는

이놈들아! 이 이쁜 놈들아! 하고

말해놓고 번갈라 쪽쪽 입을 맞춘다

 

엄마가 미안하다고

속 썩혀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사랑한다고 횡설수설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삿대질을 하다가 

소락대기를 지르다가 

길목 의자에서 퍼져버렸다

 

웬걸!

잠에서 깨어보니

아들놈 등짝이다.

이 아줌마야!

한글을 만났으면 행복해야지 

왜 걱정하게 만드냐고?

 

구시렁거리면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반성할 것이 많은 인간

사람이기를 포기한 지 에미를

힘겹게 업고 가는 아들놈 등짝이 

보름달보다 넓어서 좋다

듬직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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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섭 화가 그림(오양심 시인 동생)

 

 

안토닌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 중에서 ‘달에게 바치는 노래’ 

 

​안토닌 드보르작(Antonín Dvořák : 1841~1904)은 체코의 작곡가이다. 체코 음악을 세계에 알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도 활동했다. 19세기 말 체코 작곡가들 중에서는 가장 다작을 한 작곡가였다. 루살카는 다른 나라에까지 널리 알려진 유명한 오페라이다.

 

​안토닌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 중에서 <달에게 바치는 노래>는, 간절한 선율과 애절한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절묘하게 섞어서 만든 노래이다. 

 

<달에게 바치는 노래>는, 호숫가에서 왕자를 그리워하던 루살카가 자신의 사랑을 달이 대신 전해주기를 바라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서정적인 가사와 함께 연주되는 아름답고 고운 선율은 오페라 아리아 중의 백미로 손꼽힌다.  

 

안개 자욱한 숲속에서 살던 물의 요정 '루살카'는 인간세계의 왕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녀에게 목소리를 넘겨주는 대신, 왕자와의 사랑을 위해 인간이 된 것이다. 왕자와 결혼하여 사랑을 완성하려고 했지만, 타국의 공주가 등장하여 끝내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만나지는 않았지만,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드는 사람 같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과 말투가 연상된다. 언젠가는 ‘달에게 바치는 노래 같은 비극적인 사랑을, 한번쯤은 할 수가 있을까? 

 

<한국어 가사>

 

깊고 높은 하늘에서 빛나는 달님,

당신의 빛은 온 세상을 비추네요.

당신은 이 넓은 세상 비추면서

사람들의 삶을 내려다보죠.

달님, 잠시만 멈춰서

사랑하는 내 님이 어디 있는지 말해주세요.

은빛 달님, 부디 그에게 말해주세요.

내 두 팔이 그를 감싸고 있다고.

그저 잠시라도

그가 내 꿈을 꿔 달라고.

그가 있는 곳마다 그를 비춰주세요.

비춰주세요.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주세요.

혹시 그의 영혼이 나를 꿈꾼다면,

깨어있는 순간에도 나를 생각하게 해주세요.

오 달님, 사라지지 마세요.

 

<영어 가사>

Moon, high and deep in the sky

Your light sees far,

You travel around the wide world,

and see into people's homes.

Moon, stand still a while

and tell me where is my dear.

Tell him, silvery moon,

that I am embracing him.

For at least momentarily

let him recall of dreaming of me.

Illuminate him far away,

and tell him, tell him who is waiting for him!

If his human soul is, in fact, dreaming of me,

may the memory awaken him!

Moonlight, don't disappear, disapp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