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수필] 봄이다.

오양심 2023-05-06 (토) 12:51 11개월전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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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봄이 왔다. 봄 하면 우선 개나리, 진달래가 앞 다투어 피고. 달래 냉이 꽃다지 등 나물들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피어나 저마다의 독특한 향기를 뿜어 공기를 정화한다.

 

세시풍습에서, 정월은 봄이 처음 시작된다는 뜻의 맹춘(孟春)이라서, 농사 준비에 바쁘고, 2월은 봄이 한창인 때라는 뜻의 중춘(仲春)이라서, 가축 돌보기에 바쁘고, 3월은 늦은 봄이라는 뜻의 모춘(暮春)이라 하여, 논 밭 돌보기에 바쁘다. 파종, 과일 접붙이기, 장 담그기 등에 온 정성을 쏟았던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렇듯 봄은 우리 삶에 있어서, 출발의 희망과 기대를 선사하는 계절이다. 특히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 벌꿀의 얘기이다. 맹춘(孟春) 말부터 전국의 산하에 아카시아 꽃이 만발할 즈음이면, 우리의 오랜 벗인 벌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한다.

 

아카시아는 일본이 원산지이다. () 박정희대통령께서 벌거숭이 민둥산을 녹화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뿌리가 뒤엉켜 산사태를 막는 최적의 소재로 아카시아를 채택했다. 산림녹화의 성공은 거두었지만, 이를 두고 국민들의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있었다.

 

아무튼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이라는, 초등학교 음악책에 나오는 노랫말처럼 우리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게 한, 아카시아꽃 벌꿀이 전국을 뒤덮고 있음도 이 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우리들의 정서이다.

 

이 봄에 우리는 마냥 계절의 조화에만 젖어있을 수만은 없다. 봄이면 우선 새 출발 하는 신혼의 계절임을 우리는 잘 안다. 신혼부부야 말로 세상을 이어가는 원동력인데 웬일인지 요즈음은 결혼 연령이 20대가 아닌40대까지로 점프를 해 버렸다.

 

그 첫째 이유로는 결혼 이후 출생되는 아이들의 양육 및 교육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제대국 운운해 봤자 양육의 책임이 개인의 가정에 있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그러나 정부가 손 놓고 있을 상황은 정녕 아니다. 만약 저출산 풍조가 2050년 까지 이어진다면 '국가소멸'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음이니 자못 심각하다.

 

봄의 서정도 풋나물의 향긋한 속삭임도, 꽃들의 향연도 좋지만, 우리의 미래를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