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세상이 될 때까지/ 오양심
오양심
2022-08-25 (목) 11:22
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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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맹이를 들고 텃밭에 앉아있으니 내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 가족에게 성실하지 못했던 내 죄가 보인다 삼베고쟁이 밑으로 무슨 대가리 튀어나오듯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고추를 보고 있어도 탐스럽게 열려있는 가지를 보고 있어도 뜨겁게 내려쬐는 뙤약볕에서도 넋 놓고 살아온 내 죄가 훤히 보인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태(胎)를 버리고 산을 강을 바다를 버리고 장돌뱅이처럼 어디를 헤매다가 뭐땀새 거동이 불편한 채 돌아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도 허락도 소용없이 다시 국경을 넘나들면서 세종대왕님이 창제해주신 한글, 너를 사랑하자고 외칠 것이다 ▲한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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