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세상이 될 때까지/ 오양심

오양심 2022-08-25 (목) 11:22 1년전 790  

 

호맹이를 들고

텃밭에 앉아있으니

내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

가족에게 성실하지 못했던

내 죄가 보인다

 

삼베고쟁이 밑으로 무슨 대가리 튀어나오듯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고추를 보고 있어도

탐스럽게 열려있는 가지를 보고 있어도

뜨겁게 내려쬐는 뙤약볕에서도

넋 놓고 살아온 내 죄가 훤히 보인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태()를 버리고

산을 강을 바다를 버리고

장돌뱅이처럼 어디를 헤매다가

뭐땀새 거동이 불편한 채 돌아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도 허락도 소용없이

다시 국경을 넘나들면서

세종대왕님이 창제해주신

한글, 너를 사랑하자고 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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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