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는 시를 쓴다.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보리밥을 먹었다고 쓰고
그 옆에서 모깃불이
토닥토닥 타들어 갔다고 쓴다.
엄마 젖꼭지를 물고
동생이 잠들었다고 쓰고
쉰내 나는 엄마 적삼 밑에서
별빛도 달빛도 잠들었다고 쓴다.
삽살개가 잠들고 온 마을이 잠들었을 때
살며시 대문을 빠져나와서
깨댕이 친구들을 만났다고 쓴다.
친구들아!
풀숲에 숨어서 천근만근의 고독으로
가을을 부르고 있는 저 귀뚜리의 눈물을 어째야 쓰까 이
어린 시절 수박 서리 참외 서리를 하면서 날을 보냈던
가슴속 깊숙하게 묻어놓은 그리움이
오늘 밤에는 울음으로 툭 터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