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배운다/ 오양심

오양심 2021-01-17 (일) 14:24 3년전 1236  

 

 

 

고추, 상추, 가지, 오이

모종을 사다가 심었는데

한동안 비가오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말라가는 것들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저절로 타들어 간다.

아침저녁 물을 흠뻑 주어도

물은 땅에 스며들지 않고

이랑 양옆으로 흘러가고 만다.

뿌리가 상하지 않게

호미로 단단한 흙덩이를

잘게 깨고 부순 뒤 물을 준다.

새싹들이 새파랗게 되살아난다.

 

나는 가뭄에 흙덩이처럼 딴딴하다 

얼마나 더 마빡이 깨지고 부서져야

마음 밭에 한글 씨를 심을 수 있을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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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