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냉이꽃/ 시 이근배. 사진 이광희

오양심 2020-10-15 (목) 06:39 3년전 1526  

 

어머니가 매던 김밭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
꽃이 된 것아
너는 사상을 모른다
어머니가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
잠 못 드는 평생인 것을 모른다
초가집이 섰던 자리에는
내 유년에 날아오던
돌멩이만 남고
황막하구나
울음으로도 다 채우지 못하는
내가 자란 마을에 피어난
너 여리운 풀은.

 

냉이꽃은 초봄에 밭에서 자라나는 풀이다. 5월에 흰색 꽃이 피는데 나생이 ·나숭게라고도 한다. 어린잎은 뿌리와 함께 나물로 국으로, 죽으로도 먹는다.

 

이근배 시인은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냉이꽃을 보며 어머니를 생각한다. 냉이꽃은 우리 우리가 살아온 아프디 아픈 시대적 배경이다.

 

시인은 어머니가 흘린 땀으로 자라난 냉이꽃에게, 사상을 모른다고 핀잔한다.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 잠 못 드는 평생을 살고 있는 것도 모른다고 원망한다. 결국 냉이꽃은 시인 자신인 것이다.

 

유년시절의 이근배는 사상가의 아들이 되어서 돌팔매를 맞는다. 사상가의 아내가 된 어머니의 잠 못 드는 평생이 절제된 언어로 가슴을 절절하게 한다.

    

<오양심/ 시인,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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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사진/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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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사진/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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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사진/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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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사진/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