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매화 지고 달이 찼다(梅落月盈)/ 박제가 한시, 이광희 사진

관리자 2020-03-04 (수) 08:48 4년전 1692  


 

창 밑에는 매화가 몇 가지 피고

창 앞에는 보름달이 둥글게 떴다.

맑은 달빛 빈 등걸에 스미어 드니

시든 꽃을 이어받아 피고 싶은가.

 

窓下數枝梅(창하수지매)

窓前一輪月(창전일륜월)

淸光入空査(청광입공사)

似續殘花發(사속잔화발)

<한시 梅落月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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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시인은 매화가 지는 아쉬움을 시로 달랜다. 창밖에 서 있는 매화나무 가지에 꽃이 피어 황홀함으로 날을 보낸다.

 

창 앞에는 고맙게도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뜬다. 환한 달빛이 매화가 져버린 빈 가지 위에 쏟아진다.

 

시인은 눈을 의심한다. 꽃이 이제는 거의 다 져서 서운한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 줄 알았는데 가지에 매화가 다시 핀 것이 아닌가!

 

달빛조차 이미 떨어진 매화 잎으로 되살아나, 빈 가지 위에 꽃을 피우고 싶은가 보다. 매화가 지고 난 뒤에도 매화의 환영(幻影)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매락월영(梅落月盈)은 조선 실학자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1750 ~1805)가 청년 시절에 쓴 한시이다. 양반 가문의 서자로 태어나 전통적인 양반 교육을 받기는 했으나 신분적인 제약으로 사회적인 차별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봉건적인 신분제도에 반대하는 선진적인 실학사상을 전개하였다.

 

박제가는 서울에서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했다. 국내 상업과 외국 무역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그의 사상도 당시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던 도시 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기 실학, 이용후생학파와 시기를 같이한다.

 

<오양심 시인, 건국대통합논술 주임교수>

    

 

<매화사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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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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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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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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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