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아침] 김용호 시, 이광희 사진

관리자 2019-12-16 (월) 09:05 4년전 750  

 

    

 

사다리를 조심스레 하나하나 올라갔습니다.

연륜(年輪)이 다 찬 꼭대기에서

어머니 또 어디로 올라가야 합니까?

()

 

속절없는 나의 곡예에 풋내기 애들의 손뼉이 울리고

누군가

(피에로)

(피에로)

하며 외치는 소리.

 

어머니

어찌하여 당신은 나에게 날개를 주시는 걸

잊으셨습니까?

 

- 김용호(1912~1973)

 

광대는 여러 가지가 있다. 판소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 탈놀이, 인형극을 하는 사람, 연극인 등을 모두 광대라고 불렀다.

 

1920년대에는 우리 나라 농어촌과 장터를 돌아다니며 민중오락을 제공해 왔던 사당패나 나중에는 굿중패 또는 남사당이라고 불리던 유랑연예인들을 광대라고 했다. 그들의 주요 공연종목은 풍물(농악버나(대접돌리기살판(땅재주어름(줄타기덧보기(가면무극덜미(꼭두각시놀음) 등으로 재인광대들의 이른바 가무백희의 전통을 이어받은 후예들이다.

 

위 시에서 연륜이 다 찼다는 건 마지막에 닿았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손뼉을 치고 구경꾼이 환호하는 공중에서 그는 어지럽고 무서워, 울고 싶다. 그의 웃음 뒤에는 슬픔이 숨어 있다. 그는 광대가 아닌 다른 길을 가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시에서의 날개는, 세끼밥을 해결하기 위한 차이나는 삶이 아닌, 사람답게 사는 차원있는 길을 말하고 있다.

 

<오양심, 시인, 건국대학교 통합논술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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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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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