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내가 태어난 곳이 바닷가라서바다가 보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어서어머니 묘지에서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어서 바다에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서바다에 뜬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 수 있어서 바다를 찾아가다 쓰러질 수 있어서 울고 싶을 때 바다가 함께 울어줄 수 있어서바다에서 예배당 종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모래밭에 나란히 누운 메꽃이 될 수 있어서물새들의 발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밤새 모래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해와 함께 붉은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반짝거리는 햇살이 될 수 있어서파도가 될 수 있어서   …
 가끔은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나의 사춘기 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 화선지가 흔하지 않아서 몽당연필을 손깍지에 끼워 문종이에다가 육필로 썼다. “열개의 벼루를 갈아 바닥을 내고 천개의 붓을 닳도록 썼다”는 글은 조선의 글씨를 만천하에 알린 추사 김정희가 친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이다. 일흔 해나 편지를 썼어도 글씨 하나도 못 익혔다고 한탄하는 추사의 글 앞에서 나는 그만 피가 거꾸로 솟았다. 흔히 말하는 나이 77세(희수)는 나하고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 나이 미수를 향하고 있다. &nb…
 아버지가 이승을 떠나면서 두 손을 포개준 사람이 있다. 애비 없는 여식을 지켜주는 힘은 오직 시 한줄 쓰는 일 밖에 없다고 손수 필사한 사서삼경을 건네주면서 부족한 공부를 관찰해달라고 당부했다.   그깟 시 쓰는 일이 뭐라고 25시간 문어처럼 걸상에 엉덩이를 찰싹 붙여놓고 시를 쓰고 시를 쓰고 시를 써도……내가 쓴 시를 읽을 때마다 그 사람은 쯧쯧 혀를 차며 “너 언제 시인될래?” 하고 못마땅해 하신다.   세상에는 사람답게 사는 일이 천지 빛깔로 쌓여있는데 나는 그 사람에게 지청구를 들을…
 거미가 집을 짓는다 잘 마른 소나무에 검은 먹줄을 튕기며 검붉은 비늘을 대팻밥으로 쏟아낸다 속살을 깎고 구멍을 뚫고 기둥과 서까래 상량나무와 마룻대 문짝과 문틀까지 마무리 해놓은 거미는 타고난 목수이다.   밤새 집짓는 구경꾼을 위해 술과 과일이 차려지고 매콤하게 버무린 배추김치와 돼지머리가 준비된다. 팥고물을 안친 시루떡에 김이 오르면 팥죽을 끓인다 쌀가마니 무명모시 광목같은 피륙도 쌓아놓는다   상량문에는 二千一年 五月十五一 亥時(이천일오 오월십오일 해시) 應天上之三光 備人間之五福 (응천삼지…
    너를 잊으려고 대문을 나섰어 거리에 온통 네 생각뿐이었어 지하철을 탔는데 문이 열릴 때마다 네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고 들어왔어   힘들어, 차라리 너와 둘이서방아를 찧고 사는 게 좋겠어      ▲이광희 作    
 나를 처음 만나던 날 너는 정신이 어찔하다고 했다 전생에서 만났던 것 같은 느낌? 엄마 뱃속에서 나와 생애 처음 숨을 들이쉰 것 같이 가슴이 차오르는 느낌이라고 했다. 기억해 낼 수는 없지만 아무튼 나를 만나면 생에 전체가 흔들릴 것 같은 예감이라고 했다. 이제부터 모든 만남중에서 내가 1순위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네가 나를 흔들기 전에 내가 나를 흔들어 놓고 내 심장도 보여주어야 했는데 너만 보면 얼이 빠져야 했는데   한국어 나만 사랑한다는 그 말을 나는 반신반의했고  &n…
    장난꾸러기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나는 개구쟁이가 되지요​당신의 웃는 모습 보고 싶어 어릿광대가 되고요. ​뾰로통한 볼 꼬집어 주고 싶어 공중제비가 되고요. ​물구나무로 서서 나이를 거꾸로 세는 어린아이가 되지요. ​<이태호/ 시인. 한글세계화운동연합 한글로 세계문화강국만들기 한영지도교수>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 사진작가 ​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 사진작가 ​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
 남도 횟집이다 태양이 수평선을 따라가다가 유리창 너머에서 넋을 놓는다. ‘여의주다!’찰라를 목격한 사람들이 눈을 비벼가며 일제히 소리를 지른다.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은 처음 봤다고 서로 간에 운수대통할 일만 남았다고 짠짠짠 노래를 부르며 술잔을 돌린다.   원샷을 외치며 다시 쳐다본 그 자리에 해를 삼킨 소나무도 바다와 함께 볼그족족 취해 있다.           ​▲이광희 作 ​  
아프지 않게 피워난 꽃슬프지 않게 살아가는 삶을 본 적이 있나요?   신비 그 자체인 가시연꽃도 물속에서 피가 돌아야 피어나고   오직 사랑밖에 모르는 고슴도치도 지 새끼를 찔러서 온 몸에 상처를 입히고 속창시를 빼놓고 길을 가는 갈대도 어금니를 앙다물면서 흔들리고 있다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말로만 듣던 눈 코 입 귀를 서슴없이 집어던지고 오늘부터 함께 태평가를 부르며 웃음으로 울어야겠어요. 모든 것이 자유로운    ​▲이광희 作 ​▲이광희 作​​​▲이…
    그는 지금 절간에 있다   길과 길 사이에서 산야를 헤매며 인산과 인해를 이루며 살고 싶은 시간을 찾아다녔다사랑에 대해서도 목숨에 대해서도 혹은 뜨거운 눈물에 대해서도 토끼잠으로 많은 밤을 지새워보았지만 끝끝내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이제 그는 물속에서 홀로 떨고 그의 때 묻지 않은 꿈은 몇 마리의 산천어와 토담으로 덮여 있다물속 깊이 숨은 절간을 찾아간 그는 모가지를 길게 뽑고 화사하게 자지러지고 있다의도에 의한 아름다움으로 무위적정에 들어가 있다   &n…
   오밤중이다스멀스멀 목을 타고 기어오르는 것이 있다 분명히 악몽을 꾼 것 같지는 않은데 아악, 비명이다.불을 켜려고 일어서려는데 불빛보다 먼저 눈을 번들거리며천지를 분간 못하고 뛰는 것들이 있다. 초딩의 책가방 속에서 여남은 마리의 도마뱀이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놀란 새 가슴을 다독일 틈도 없이 코까지 골아가며 곤하게 자고 있는 아들놈을 깨워서 추궁한다. 얼떨결에 12층 베란다 밖으로 던져버린 애꿎은 놈들의 목숨이 궁금하다.       영영 날이 새지 않을…
    겨우내 답답했는데 혼자서 힘들었는데   오늘은 아무 걱정이 없네요. 슬퍼할 겨를도 없네요.   신나게 춤추고 있어요. 유쾌하게 상쾌하게 노래 부르고 있어요.   힘차게 더 힘차게아래로 흐르다보면 희망가를 부르다보면   자연과 하나되어 큰 바다에 이를 수 있겠지요. 끝내는 마음도 참 편안하겠지요?   <방극철/ 한글세계화운동연합 해외선교지도교수>    ​▲방극철 作 문경새재 계곡 가는 길…
  그를 만나던 날 말 한 마디 한마디가 다정했다. 착한 눈빛 해맑은 미소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잠시 함께 있었는데 오래 사귄 친구처럼 편안했다.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알몸이 솔직담백해서 좋았다.   짧은 만남이지만 긴 시간을 보낸 것처럼 여운이 솔찬했다. 광채 나는 삶을 행동으로 가르쳐 주었던 성산포      ▲제주도, 월출이 아름다운 성산포<오양심 사진>       …
 우리 어머니 날 낳으실 때 잠실(蠶室)간에서 낳았대요.풋고추를 달았다고 기뻐하셨대요.   나를 키우실 때 마구간에서 탄생하신 예수님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 주셨어요.   월뚱아기야! 하고 부르며 예수님을 기쁘게 해 드리라고 했어요.   눈물을 씻어주시고상처를 싸매어 주신 우리 어머니 날 두고 가신 것을 슬퍼하셨어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처럼 흙으로 돌아가신 말이 없는 우리 어머니 ​<여운일/ 시인, 한글세계화운동연합 해외선교교육단장&g…
 신 새벽 산 정상에 오른다발아래를 내려다본다지상에서 가장 슬픈 색 회색빛이 뒤범벅되어 있다덫에 걸려 상처 난 안개 눈물에 젖은 안개가 가슴을 파고든다​   지상의 삶은 안개속이다서로 외따롭다모두가 혼자이다​​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사진 작가      ▲홍성민의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