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나는 일어나 지금 갈거야, 이니스프리로 갈거야, 조그마한 오두막을 거기에 지을거야, 진흙과 나뭇가지로. 콩을 아홉 이랑 심고, 꿀벌도 한 통 칠거야, 그리고 벌소리 잉잉대는 숲에서 홀로 살거야.   나는 거기서 평화로울 거야, 왜냐면 평화는 천천히, 아침의 장막을 뚫고 귀뚜리 우는 곳으로 천천히 오니까. 거기는 한 밤은 항상 빛나고, 정오는 자주빛을 불타고, 저녁은 홍방울새 소리 가득하니까.   나는 일어나 지금 갈거야, 왜냐면 항상 밤낮으로 호수물이 나지막이 찰싹이는 소리가…
 상고대야! 네가 내안으로 걸어 들어온 때는 작년 십이월이다. 너를 본 순간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새해를 맞자마자 다시 너를 찾아온 것은 언제 가버릴지 모를 네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서였다.   붙잡을 사이도 없이 가버린다고 해도 이제는 찾지 않으련다. 네가 내 곁에 있으면 꼬리가 아홉개 달린 짐승이 될까봐       ▲장서호 作   이 시는 1연에서 십이월에 상고대를 보러 갔다고 적고 있다. 상고대를 본 순간 자연의 신비에그…
 엄마라는 이름을 부르며 대문을 들어섰던 그때가 좋았다엄마라는 이름을 들으며 지지고 볶아댔던 그때가 좋았다.   내가 옛날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내가 너희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몰라도 된다. 그것은 오직 나 혼자만의 것이니까   다만 인생의 해질녘에는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이광희 作  허천병은 몹시라는 의미의 전라도 사투리이다. 시인이 허천병에 걸려있다는 제목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 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
 그대를 사랑하는 고통을 나는도저히 견디지 못할 거예요걸으면서도 그대를 두려워해요그대 서 있는 그곳에서어둠이 시작되고그대가 나를 쳐다볼 때그 눈으로 어스름 밤이 다가와요오, 태양 속에 어두운 그림자를난 여태껏 본 적이 없어요그대를 사랑하는 고통을 나는도저히 견디지 못할 거예요 ▲이광희 作  사랑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고 힘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랑을 에로스라고 했다. 육체적인 사랑에서 진리에 이르고자 하는 동경·충동을 포함한다. 아름다운 육체를 소유하고자 하는 사랑을 모든 육체의 미…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한 편의 시/ 여운일 시. 이광희 사진   나에게 시(詩)는 기대는 곳이다. 하루라도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비스듬히 기대고 서 있는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한 저 여린 생명들을 보라. 이 아침 일엽편주 시 한편은 나의 나침판이다.   망망대해 천지간에서 나를 받쳐준 시(詩)여!     ▲이광희 작품   나에게 시는 기대는 곳이라는 첫 줄의 이미지 때문에 이 시가 단박에 마음에 와 닿는다. 하루…
       회색빛 도시에서, 착하게만 산다고 한들, 이것은 인생이 아니다.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는, 일들이 딱딱하고 편하지 않다. 바람에게 말한다. 나를 밀어 올려 달라고, 햇빛에게 말한다. 네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 나는 새들과 어울려 나는 것을 배우고 싶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바다도 건너는, 끝내는 하늘을 날아오르는 비상을……,      ▲장서호 작품 ​​▲장서호 작품 ​​▲장서호 작품​&nb…
       사다리를 조심스레 하나하나 올라갔습니다.연륜(年輪)이 다 찬 꼭대기에서어머니 또 어디로 올라가야 합니까?(…)   속절없는 나의 곡예에 풋내기 애들의 손뼉이 울리고누군가(피에로)(피에로)하며 외치는 소리.   어머니어찌하여 당신은 나에게 날개를 주시는 걸잊으셨습니까?   - 김용호(1912~1973)   광대는 여러 가지가 있다. 판소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 탈놀이, 인형극을 하는 사람, 연극인 등을 모두 광대라고 불…
 긍께참말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 깨댕이를 벗은 아담과 이브처럼 원초적인 본능 그 자체였어. 순식간에 마음을 주고마음을 뺏겨버리고 마음을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을 때 덕유산 상고대가 말했어.   내일은 울 일이 생길지라도 이 순간만은 행복하자고   시인은 늦가을 산을 오르다가 환상적인 상고대를 본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넋을 잃은 상태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만들어진 얼음 꽃의 신비로움을 감상하며, 태초의 아담과 이브, 즉 원초적인 본능을 생각한다. …
    오.매 단풍들것네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오.매 단풍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니바람이 자지어서 걱졍이리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오.매 단풍들것네     ▲이광희 作   이 시는 김영랑이 1935년에 발표했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 경치를 보면서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로 누이와의 교감이 물씬 풍겨나게 쓴 작품이다.   시인은 장독대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있다. 가을이 왔다고 놀라워하는 누…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장서호 作   신경림의 ‘갈대’는 인간의 비극적인 생명 인식을 보여준 작품이다. 삶의 근원적인 비애를 ‘갈대’의 울음으로 형상화했다. 자신의 삶이 흔들림이고 울음이라는 것을…
    쟁반가운데에 놓인 일찍 익은 감이 곱게도 보이는구나.유자가 아니라 해도 품어 가지고 갈 마음이 있지만감을 품어가도 반가워 해 줄 부모님이 안 계시니 서럽구나.​​▲ 이광희 作   조홍시가(早紅枾歌)'는, 1601년(선조 34) 박인로가 지은 연시조이다. 모두 4수. 박인로의 문집인 <노계집(蘆溪集)> 권3에 실려 있고, 『청구영언』·『해동가요』 등에도 전한다.   선조 34년 9월에 박인로는 평생 친구인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 선생을 자주 찾았다. 반가운 손님을…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올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신경림 시> ▲이광희 作<갈대1>​​▲이광희 作<갈대2>이 시는 신경림의 대표 시이다. 인간 존재의 비극적인 생명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삶의 근원적인 비애를 '갈대'의 울음으로 형상화한 것이…
     벼가 익으니까 고개를 숙이고코스모스가 익으니까 고개를 숙이네요. 세월도 물 따라 수만리 흘러와서 와온 바다에 이르러 하구에서 지쳤는지 순천만 갈대밭 베고 질펀하게 누웠네요. 사그라지는 노을 앞에 납작 엎드린 삼라만상들지고 온 무게만큼 이마에 주름도 보이네요.   내 인생만 적막하게 저물어 가는 줄 알았어요.   <오양심 시, 순천만에서>     ▲이광희 作  ▲이광희 作  …
    그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잎이 되기 전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사라진 그 자리에서 당신이 꽃으로 피어났을 때도 그것이 사랑인줄 나는 몰랐습니다. 그토록 어여쁘고 아름다운 당신이여!오직 곧은 마음으로 나를 기쁘게 해 주었지만 나는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당신이 셀 수없이 많은 사랑을 주고 간 그때부터였을까요?   그대라는 꽃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뿌리박혀 있네요. 내 가슴 한가운데서 환하게 웃고 있네요.     <이호주​/ '상사화' 필리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