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인문학) ‘전래동요’ 이태백이 놀던 달에서 배운다

이훈우 2018-11-09 (금) 23:03 5년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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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前건국대학교

통합논술 주임교수>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 내어 금도끼로 다듬어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천년만년 살고지고

 이 노래는 우리나라의 전래동요이다. 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 음악교과서에 실려 있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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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폴로 우주선(네이버지식백과)>

인간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이태백이 놀던 달’에 발자국을 새긴 날은 1969년 7월 20일 오후 4시 17분 40초(미국 동부 시간, 한국 시간 21일 오전 5시 17분 40초)이다. 인간이 탄 우주선이 케이프케네디를 출발한 지 102시간 45분 40초 만에 달에 무사히 착륙한 것이다. 미국은 몇 년 동안 그 순간을 위해 그 많은 투자와 노력을 했던 것이다.

아폴로 우주선에는 선장 ‘닐 암스트롱’과 함께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 1930~)’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Buzz Aldrin, 1930~)’이 달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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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폴로 11호 달착륙 장면(네이버지식백과)>

달에 착륙하기 전에 닐 암스트롱은

“착륙선 창밖은 비교적 평평한 평원인데 지름이 1.5m에서 15m 정도 되는 여러 분화구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6~9m쯤 되어 보이는 자그마한 봉우리들이 있습니다. 30~60m 크기의 수천 개의 분화구들이 주위에 깔려 있습니다. 전방 수백 m쯤 앞에는 뾰족뾰족 모가 난 바위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시야 저편에 언덕이 하나 있습니다.”

라고 달착륙선의 창문으로 보이는 달의 경치를 알려 왔다.

과학의 발달로 달의 매력은 사라졌다. 우리의 삶이나 정서도 점차 이태백의 시로부터 멀어져 갔다. 하지만 디지털과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아날로그와 인간감성에 대한 향수는 더욱 강렬해졌다.

중국 고전들 중에서도 이백 시의 뛰어난 상상력과 언어감각은 시대를 뛰어넘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어, 물질적 풍요 속에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정서에 자양분이 되고, 또 인문학적 상상력을 불어넣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노래 속에 등장한 이백(李白701~762)의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는 중국 최대의 시인이며, 시선(詩仙)이라 불러지고 있다. 


​약 1,000수 가량 남아 있는 이백의 시는, 그의 생애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양하다. 세상을 구제하고자 하는 정치적 이상과, 여의치 못한 현실 속에서의 모순된 심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풍은 풍부한 상상력과 호방하고 스케일이 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중국 역대의 어떤 문인도 범접할 수 없이 독특하고 초월적이다.  


이백은 거의 평생을 방랑시인으로 살았다. 단순한 방랑이 아닌, 정신의 자유를 찾기 위한 방랑이었다. 그가 채석강에서 술을 마시다가 물속에 비친 달을 잡으려고 강에 뛰어들어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을 낳기도 한, 이백의 대표작은, 달빛 아래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움을 나타낸 <월하독작>이다.

(제1수)

꽃 사이에서 놓인 술 한 단지, 아는 사람 없이 홀로 마신다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잔 들어 달을 청하니, 그림자까지 세 사람이네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달은 마실 줄 모르는 그림자는 부질없이 나를 따르는구나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니 즐겁기가 봄이 된 듯한데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내가 노래하니 달이배회하고, 내가 춤추니 그림자가 어지럽게 오가고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술 깼을 때는 함께 즐거움을 누리지만, 취한 후에는 각자 흩어지니

醒時同交歡, 醉後客分散

영원한 정을 맺으며, 은하수 저편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리라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월하독작>의 1수는, 이백 혼자 술을 마신다. 하지만, 달과 그림자를 의인화시켜 자신까지 세 사람으로 묘사해 놓고, 함께 술을 마시는 장면은 신비롭고 낭만적이다.


​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졌다고는 해도, 사람은 이백 혼자인 것이다. 제 아무리 상상력이 기발한 이백이지만 사람은 사람과 함께 술잔을 주고받아야 근심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백이 고백한 것처럼, 술을 취한 후에는 달도 그림자도 흩어져 버린다고 서글퍼한다. 또한 달과 그림자와 영원히 벗을 하고 싶은 심정은 기약에 불과할 뿐, 이백의 외롭고 쓸쓸한 심정을 엿볼 수 있다.

 4수 연작시인 이 시는 이백이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長安)에 머물 때 지었다. 이백은 40여 세가 되어서야 간신히 장안에서 관직을 얻어 황제 현종의 주변에서 머물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수는 없었다. 정치적 타격을 받아 1년 반 동안의 관직생활을 마치게 되자, 그의 심정은 우울하고 괴로웠다. 그때 지은 <월하독작>은 표면적으로는 그때의 허망한 심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제2수)

하늘이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주성(酒星)이 하늘에 없었을 것이고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땅에는 응당 주천(酒泉)이 없었겠지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천지가술을 사랑했으니, 술 사랑하는 것 하늘에 부끄러울 것 없으리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듣자니 청주는 성인에 비견할 만하고, 또한 탁주는 현자와 같다하네

已聞淸比聖, 復道濁爲賢

성현들도 술을 마셨거늘, 굳이 신선이 되길 바랄 것이 있겠는가?

賢聖旣已飮, 何必求神仙

세 잔을 마시면 큰 도와 통하고, 한 말을 마시면 자연과 합해지니

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술

마시는 흥취를 알면 될 뿐, 깨어있는 사람에게 알려주지 말게나

但得酒中趣, 勿爲醒者傳

 <월하독작>의 2수는, 애주가의 궤변이자 술의 덕을 찬양하는 주덕송(酒德頌)이다. 이백은 술을 마시는 이유를 하늘에 있는 술 별(酒星)과 땅에 있는 샘(酒泉)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술을 좋아하는 것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다고 하니 궤변 중에 궤변이다.

 이백은 옛 성현들이 술을 좋아했으니, 자신도 술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신선이 되길 노력하는 것이, 술을 마시는 것만 못하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술을 마시는 것은, 세상의 큰 이치를 깨닫는 것과 같으며, 끝내는 자연과 합치된다고 하니, 술에 대한 최대의 찬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인(詩人)은 ‘술 마시는 흥취’는 단순히 술에 취한 좋은 기분만은 아닌, 형언할 수 없는 근심이 드러나지 않은 흥취라고,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그 이백이 한국의 전래동요에서는 달아달아 이태백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어린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달아달아’라는 노래를 부르며 놀았고, 이태백은 달 속에서 달과 함께 놀았다.

이백(李白)은 서역의 무역상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촉(蜀)에서 보냈다. 젊은 시절 신선이 되고자 도교(道敎)에 심취했던 이백은, 의협심이 강한 사람들과 어울려 쓰촨성[泗川省] 각지의 산을 떠돌기도 하였다.

이때 공부를 하기 위해 상의산(象宜山)에 들어갔던 이백이, 공부에 싫증이 나 산에서 내려와 돌아오는 길에, 한 노파가 냇가에서 바위에 도끼를 갈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이백이 물었다.

  "할머니,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 것입니까?"  

"바늘을 만들려고 한단다."  

노파의 대답을 들은 이백이 기가 막혀서  

"도끼로 바늘을 만든단 말씀입니까?"  

하고 큰 소리로 웃자, 노파는 가만히 이백을 쳐다보며 꾸짖듯 말하였다.  

 "얘야, 비웃을 일이 아니다. 중도에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 도끼로 바늘을 만들 수가 있단다."


​이 말을 들은 이백은 크게 깨달은 바 있어 그 후로는 한 눈 팔지 않고 글공부를 열심히 하였다고 한다. 그가 동서고금을 통하여 대시인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러한 경험이 계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을 고사성어로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고 한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마침내는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고사성어의 일화를 남긴 이백은,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는 중국 최대의 시인이며, 시선(詩仙)이라 불러지고 있다. 이백(李白)의 한시(漢詩) <산중문답>을 함께 낭송해 보자.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문여하사서벽산, 問余何事棲碧山)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소이부답심자한, 笑而不答心自閑)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도화유수묘연거, 桃花流水杳然去)

별천지일세, 인간 세상 아니네

(별유천지비인간, 別有天地非人間)

논술로 풀어보는 중국 시인 이백

<문제1> <월하독작>의 1수에서, 잔을 들어 달을 청하니 그림자까지 세 세 사람이 되었다는 뜻을 한자로 써 보시오.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문제2> <월하독작>의 1수를 100자 내외로 설명해 보시오.

홀로 술이 마시는 시인은, 달과 그림자를 사람처럼 의인화시켜, 자신과 함께 셋이 되어 술을 마신다. 이 구절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구상으로, 이백의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문제3><월하독작> 2수중에서,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주성(酒星)이 하늘에 없었을 것이네.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땅에는 응당 주천(酒泉)이 없었을 것이네라는 뜻의 한자어를 써 보시오.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문제4> 문제 3에서 이백이 강조하고 있는 애주의 변을 200자 내외로 설명해 보시오.

문제 3은 <월하독작> 2수중에 나오는 구절이다. 술을 좋아하는 시인은 스스로 술을 사랑하는 이유를 하늘에 있는 술이라는 별과, 땅에 있는 술이라는 샘을 이용하며 설명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 또는 술을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백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이백 시인을 주선(酒仙)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문제5>달은 어린 시절부터 우리에게 맑고, 밝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상징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학의 소재로 사랑을 받아왔다. 그 중에서도 이백은 왜 달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졌는지 500자 내외로 설명해 보시오.

달은 이백의 개성표현이면서, 시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풍격을 나타낸다. 이백은 달(月)자에 다양한 빛깔과 감정의 색채를 입히고, 하늘과 구름, 산과 호수, 꽃과 돌, 바람과물 같은 자연물을 달과 결합하여 그 이미지를 다채롭게 만들어냈다. 또한 시에 신화적 인물을 소생시켰다. 이러한 상상력은 이백의 상상력이 풍부하고 호방한 성격의 특징을 잘 나타내준다.

또한 달은 이백이 소년에서 청년, 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에 늘 존재해왔다. 한마디로 천상에 떠 있는 그 달은 이백 자신인 것이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하늘에 떠 있는 달은 같지만, 시 안에서 달의 모습은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그 양태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인이 살았던 삶의 각 단계마다 발생했던 사건과 그것을 대하는 이백의 정서는 시에 오롯이 표현되어있고, 그때마다 달의 모습은 시인의 마음과 닮아있다. 그래서 달은 이백의 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시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된다.

<문제6>마무작침의 한자어와 뜻을 써 보시오.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마침내는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7> 다음은 이백의 한시 산중문답이다. ①한국의 비슷한 시는 무엇인지 쓰고, ②산중문답을 나의 시로 패러디를 해 보자.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일세, 인간 세상 아니네


①산중문답과 비슷한 한국의 시를 찾아 써 보자.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 건 웃지요.

②산중문답을 패러디 해 보자.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일세, 인간 세상 아니네

자연문답
오양심

왜 산에서 사냐고 네게 물었더니
대답은 하지 않고 빙그레 웃어주더라
왜 물에서 사냐고 다시 물었더니
한가로운 물이 되어 물색이 되어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