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우 건강교육] 야스퍼거, 시선교감 ⑫

이훈우 2020-07-20 (월) 08:10 3년전 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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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훈우/ 동경한국학교 교감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본부장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를 실제로 관찰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은 이야기를 담은 시선교감(eye contact)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발언을 시작하라든가, 칭찬을 하라든가, 명확히 하라든가, 몸짓 언어(body language)를 읽어내라거나, 발언을 끝내라는 등의 시선교감을 알아채지 못한다. 최근의 실증 연구(Baron-Cohen et al. 1995; Tantam, Holmes and Cordess 1993)에서도 상대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상대의 눈을 보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어떤 아스퍼거 증후군의 성인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는 때는 시선 맞추기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시선교감은 그들의 집중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시선에 의해 상대의 마음 상태나 감정을 교감(交感)하는 것에도 그들은 역시 결함이 있다.

 

어떤 10대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는 진단적 평가 중에 이야기가 자신의 특별한 흥미와 관련되면 불안에 빠지곤 했다. 그것은 그 흥미에 대해 부모로부터 이상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진단적 관점에서는 흥미를 파악하는 방법에 직적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그의 불안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눈을 감게 했다고 치자. 이런 상태로 계속 이야기를 하다보면 눈을 감고서는 상대와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은데 왜 상대를 봐야 하는 거예요?’라는 의문을 던질 것이다.

 

그 때를 잘 활용해서 보는 것이란 단순히 그 위치를 알기 위해서라기보다 상대의 구체적인 표정을 보고 읽어서 응답하거나 판독하기 위한 것이며 따라서 이야기할 때 상대의 얼굴이나 눈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들에게 명확히 가르칠 필요가 있다.

 

로나 윙(Lorna Wing)(1992)많은 사람들은 눈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데 나는 거기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인 사람에 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 특히 눈을 보는 것은 나에게는 아주 힘든 일 중의 하나이다. 내가 사람을 보는 데는 보통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항상 그저 슬쩍 보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만약 내가 어떤 사람을 길게 볼 때는 정말로 상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신경 쓰지 않도록 시선을 통과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을 보는 것이 정말 싫다.

 

그 일은 내 마음의 평정을 흔들리게 만들고 지독하게 무서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마주 보는 상대와 거리가 떨어질수록 공포심은 엷어진다. 입원 중에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았는데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2년 반이 지나도록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 의사는 나를 계속 살피지만 나는 무리하게 내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의사의 설명에 의하면 내가 상대방을 보지 않으면 상대가 관심이 없다.’, ‘뭔가 불신을 가지고 있다.’ 등 단순히 예의 없다는 생각을 넘어서서 큰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상대를 그저 최대한 1, 2초밖에 볼 수 없었다.

 

상대는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나는 시선을 집중시킬 수가 없었다. 최근에 나는 얼굴이나 그림을 볼 때 그 전체를 구석구석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부분만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에 있어서 얼굴 전체를 파악하려는데 어느 한 구석만 보고서 전체를 파악하기는 무리일 것이다(Jolliffe et al. 1992, p.15).

 

시선교감(eye contact)은 언제 어떻게 되든지 결국은 익숙해질 것이지만 그 본래적인 속성의 이해까지는 불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아스퍼거 증후군의 여성 ‘Candy’는 성인기에 눈과 눈을 맞추는 것이 전보다 훨씬 편해졌지만 나는 그저 눈을 볼 뿐이지 다른 것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눈에서 나타나는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