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우 건강교육] 아스퍼거, 사회적 행동⑤

이훈우 2020-05-07 (목) 09:49 3년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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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우/ 일본동경한국학교 교감,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본부장

어떤 사람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그 사람의 외모나 행동 말하는 방법 등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의 사람들은 신체적인 특징은 특별히 없지만 그 독특한 사회적 행동과 말하는 방법의 특징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첫 대면에서부터 이상한 인상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어떤 아스퍼거 증후군의 여성은 어린 시절, 건너편에 새롭게 이사 온 집을 찾아가서 그 집 아이들에게 ‘사이좋게 같이 놀자.’ 등과 같은 인사 대신에 가까이 다가가서는 갑자기 큰 소리로 ‘9 곱하기 9는 81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바로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장면이다. 이러한 엉뚱한 사회적인 행동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사회 행동에 관한 진단 기준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 기준은 그 능력이나 행동의 특이한 모습을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기준에서는 사회적 행동의 문제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1989년 스웨덴의 ‘Carina’와 ‘Christopher Gillberg’ 두 사람은 자기 나라에서의 연구에 근거하여 6개 항으로 구성된 진단 기준을 설정했는데 그 중 2개 항목은 사회적 행동의 모습을 기술하고 있다. 제 1 기준은 ‘사회성의 결함’으로 불리는데 다음의 항목이 여기에 해당된다. 


  ․ 대등한 또래 관계를 만들어 가는 능력의 부족
  ․ 대등한 또래 관계를 만들려는 의욕의 부족
  ․ 사람들로부터 사회적 사인(sign)의 이해 부족(상황 파악의 부족)
  ․ 사회적, 감정적인 것에 적절하지 못한 행동

  또 하나의 기준은 비언어 의사소통(눈짓이나 몸짓을 통한 상호 이해)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동시에 사회적 행동의 결함도 반영하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에게는 다음의 항목 중에 적어도 1개에 해당된다. 


  ․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의 부족
  ․ 서툴고 어색한 몸짓 언어(body language)
  ․ 표정의 부족
  ․ 표현이 장면이나 상황과 맞지 않음
  ․ 시선이 이상하고 서먹서먹함

  같은 해 캐나다의 ‘Peter Szatmari'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들도 진단 기준을 발표했는데 거기에는 5개의 기준 중에 3개의 항목에서 사회적 행동의 특이한 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길버그(Gillbergs) 등이 말한 기준에서도 구체적으로는 나타나지 않은 몇 개의 측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즉, 사람의 기분을 느끼는 것을 어려워한다거나 사람에 관한 일이라고 간주하지 않는다거나 ‘눈짓으로 메시지(message)를 보내는 것’을 잘 못하는 등 사람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것이 강조되어 있다. 소년기의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는 사적 공간(私的 空間) 관념이 결여되어 있어 다른 사람들의 사적 공간에 침입하여 불쾌감을 주는 일이 허다하다. WTO(세계보건기구)에 의한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 기준은 1990년에 발표되었다. 거기에서는 아이들의 사회적 놀이 장면에서 상호 관심, 활동, 감정 등을 공유하거나 사회적 문맥(社會的 文脈)에 어울리게 행동을 조정하는 능력이 부족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신의 기준은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의 분류와 진단의 안내] 제 4판으로 1994년에 발표되었다.

제1기준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 결함으로 이전의 진단 기준에 맞는 많은 특징이 포함되어 있고 사회적 및 감정적인 응답성이 부족한 것을 첨가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그 아이가 서로의 주고받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지배해 버리는 것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수반된 사회 행동이 특이한 측면에 관한 우리들의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그 진단 기준은 더욱 명확하게 될 것이다. 현 단계로서는 그러한 지식의 대부분은 엄밀한 과학적 연구보다 오히려 임상적인 연구에 근거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과의 놀이
  ‘한스 아스퍼거’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에 관한 것을 처음 채택한 논문에서 그들은 쉽게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그룹이나 단체에 억지로 밀어 넣으면 공황(panic) 현상까지 일으킨다고 말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어떤 아이는 사람들과의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고 또래 아이들과 노는 것에 흥미가 없으며 놀이의 방법도 모르고 있다. 혼자서 놀 수 있는 대상이 있으면 그것으로 매우 만족한다. ‘Suls Wolff(1991)’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모습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나에게는 친구가 전혀 수 없다. …… 동전 작품(coin collection)을 혼자서 바라보고 있고 싶다. …… 집에는 햄스터가 있다. 그것으로 친구는 충분하다. …… 나는 혼자서 놀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기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자기중심적이다. 또래의 놀이에서 주로 관찰자가 되거나 자신보다 훨씬 어린 아이 또는 오히려 나이가 많은 아이와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함께 활동을 하는 놀이에 끼어들 때는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 할 것을 강요하거나 지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상대가 자신이 주장하는 규칙에 따라 놀고 있는 수준이라면 그럭저럭 견뎌낸다. 그들이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하는 것은 단지 놀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활동을 전부 조절하고 싶은 욕구 때문인 것이다. 그것은 ‘Donna Welleam's(1992)’가 어린 시절의 일에 관해 서술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케이’는 근처의 또래 가운데서는 아마 가장 인기 있는 여자아이였다. ‘케이’는 자신의 친구들을 일렬로 나란히 서게 하고 ‘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너는 2번째, ……’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22번째였다. 마지막이 된 이유는 마치 어른 같은 ‘유고슬라비아’의 여자아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귀엽고 명랑하고 때로는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하면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지 잘 몰랐다. 주로 혼자 지냈고 기껏해야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극히 간단한 게임이나 모험(冒險)놀이를 생각하거나, 완전히 내 생각대로의 방식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정도였다.

다른 아이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해석이나 결론이 생기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즉 자신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도입하고 그것에 대처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는 다른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투명한 돔(dome)’ 가운데서 놀고 있는 것 같고 자신의 놀이에 다른 아이들이 들어오는 것에도 분노를 느끼거나 적어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아이가 자신의 생각으로 놀고 있는 가운데 다른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끼어들면 자신의 고독을 지키기 위해서 퉁명스럽게 반응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때도 있다. 그들이 혼자 있는 것은 자신의 활동을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휴식 시간에는 혼자 말을 하거나 운동장의 한 쪽 구석에 혼자 있거나 도서실에 가서 자신이 흥미를 가진 책을 읽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어떤 아이가 혼자 있는 것이 안쓰럽고 걱정이 되어서 말을 걸어 보면 ‘걱정 하지 마, 나는 필요 없어.’라고 대답한다. 이 아이들은 자신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인기가 있으며 자신이 사회적 의식이 없음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는 어른들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그들은 자신을 어느 특정 그룹의 일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또래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보다 혼자만의 흥미를 추구하려고 한다. 상대와 승부를 다투는 스포츠나 팀 대항의 놀이에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Rounder(영국에서 여학생 아이들이 자주 하는 야구와 비슷한 게임)경기에서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가 참여했을 때 공을 치거나 던지거나 하는 것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한다.

그러나 팀 동료가 베이스를 달려 앞지르는 상황에서 팀 전원이 열심히 응원하며 승리를 위해 열중하는 성원을 보낼 때 아스퍼거 증후군의 소년만은 한 마리의 나비가 날아가는데 정신을 빼앗기고 혼자서 무표정하게 그것에 몰두한다. 그는 자신의 팀 승리에는 아무 관심도 갖지 않는다. 어떤 아스퍼거 증후군의 청년은 상대방에게 패배를 하게 되면 도대체 어떻게 되고 또 어떤 기분이 되는지 전혀 이해하거나 관심가지지 않으며 팀 대항에서 승리해도 쾌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는 유행하는 장난감, 액사서리 등에도 빠져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축제에도 그다지 초대받지 못하거나 정말로 거의 친구가 없는 경우도 많다. 어린 시절에는 계속 혼자서 놀거나 형제자매와의 놀이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고립적인 상황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좀 더 성장하면 드디어 자신의 고독을 알아차리고 또래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 때는 그들과 놀기에는 생각이 어리고 유연성이 부족한 점이 분명해져서 그들로부터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것은 아마도 부모에 있어서도 가장 슬픈 장면 중의 한 가지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