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의 인문학> ‘한국 고전시선’에서 글의 향기를 배운다.

오양심 2018-11-08 (목) 14:21 5년전 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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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심/

前 건국대학교 통합논술 주임교수>
 

한국고전시가는 한국문학의 시원으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근대 이전에는 시와 노래였으나 시대적 변천을 거쳐 왔다. 상고시대에는 고대가요(古代歌謠)로, 신라시대에는 향가(鄕歌)로, 고려시대에는 고려가요로, 조선시대에는 고전시가로 변천되어 왔다. 문학과 음악이 함께한 시(詩)와 가(歌)의 결합 형태를 유지해 온 ‘고전시가’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반영한다.

‘꽃의 향기는 십리를 가고, 말의 향기는 백리를 가지만, 배품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글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옛말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 사는 이야기는 가슴이 뭉클하고 애틋하다.


붉은 바위 끝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자포암호변희/집음호수모우방교견/오힐不유참힐이사등/화힐절질가헌호리음여,
紫布岩乎邊希/執音乎手母牛放敎遣/吾肸不喩慚肸伊賜等/花肸折叱可獻乎理音如)

<헌화가> 는 신라 성덕왕 때 노옹이 지은 향가이다. 소를 몰고 가다가, 벼랑에 핀 꽃을 꺾어 바친다는 내용이다.

이 노래의 작자는 노옹이고 서정의 대상은 수로부인이다. 암소를 끌고 가던 노옹은 누구인지 모르나, 수로부인은 <삼국유사>에서도 자태와 용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워 깊은 산,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번 신물(神物)에게 붙잡혀 갔다고 한다. 이 시는 인간이 인간에게 건네는 구애의 노래가 아니라, 신을 노인으로 형상화한 신화적 인물이, 인간(여성)에게 바치는 사랑노래라고 할 수 있다.

“펄펄 나는 꾀꼬리는 암수가 정다운데 외로운 이 내몸은 뉘와 함께 살아볼까?

(편편황조 자웅상의 염아지독 수기여귀,翩翩黃鳥 雌雄相依 念我之獨 誰其與歸)

<황조가>는 고구려 제2대 유리왕이 지은 시가이다. 4언 4구로 되어있다.

앞부분은 자연의 전경인 이상을, 뒷부분은 화자의 내면인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는 자연과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괴리이다. 현실은 짝을 잃은 화자의 고독한 처지로 이상은 꾀꼬리 같은 정다운 부부관계를 노래하고 있다. 이상적인 삶의 추구가 강렬할수록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결손의 상처는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아 산아 추영산아 놀기 좋다 유달산아/강강술래 강강술래
꽃이 피면 화산이요 잎이 피면 청산이라/강강술래 강강술래
청산 화산 넘어가면 우리 부모 모시려만/강강술래 강강술래
우리 부모 명자씨는 어느 책에 적혀있나/강강술래 강강술래

<강강술래>는 전라도지방에서 전승된 민속놀이이다.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쾌지나칭칭나네//이수를 건너서 백로로 가자/ 쾌지나칭칭나네
하늘에는 별이 총총/ 쾌지나칭칭나네// 대밭에는 대가 총총/ 쾌지나칭칭나네
서산에 지는 해는/ 쾌지나칭칭나네//그 뉘라서 잡아매며/ 쾌지나칭칭나네
우리 님이 가시면은/ 쾌지나칭칭나네//어느 때나 돌아올까/ 쾌지나칭칭나네

<쾌지나칭칭나네>는 경상도지방 민요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놀 때에 즉흥적으로 가사를 붙여 한 사람이 메기고 여러 사람이 받는 방법으로 부른다.

호남지방에서 전승된 <강강술래>나 영남지방에서 전승된 <쾌지나 칭칭 나네>는, 우리의 평범한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만들고 다듬은 음악이자 춤이다. 악보는 물론이고 리듬을 만든 작곡가도 가사를 지은 작사가도 없다. 선창과 후창이라는 가창 방식의 노랫말을 공유하고 있을 뿐이다. 리듬감과 변화무쌍한 몸동작으로, 참가자들이 신명 나게 즐길 수 있는 놀이인 것이다.

이 노래는 삶의 애환이 녹아 있는 어휘와 반복되는 후렴, 리듬의 강약, 변화무쌍한 의성어와 몸동작으로 다양성을 보여 준다. 우리 고유의 정서와 말과 리듬이 잘 담겨있는, 시간과 공간도 초월하고 있는 노래에서, 여성들의 삶과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두 노래에서는 산이 등장하고 꽃이 등장한다. 하늘이 등장하고 별이 등장한다. 자연물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자연이 등장한다. 인간의 손에 의해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은 어느 것 하나 풍성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서산에 지는 해는 누가 잡아매며, 우리 님이 가시면 어느 때나 돌아올까?”라는 대목에서는 숨이 멎는다. 풍성한 자연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현실과 이상의 불협화음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고전시전의 참맛을 이해하려면, 주관적인 인생관과 객관적인 세계관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인생관은 인생의 본질, 의미, 가치 등에 관한 총체적인 견해이고, 세계관은 지적 측면뿐만 아니라 실천적, 정서적 측면까지를 포함한 포괄적 세계 파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용비어천가>는 조선 세종 때 지은 악장(樂章)의 하나이다. 목판본 10권 5책이며, 보물 제1463호 지정되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을 통해 대자연의 섭리를 노래했다. 꽃 좋고 열매 많음은 자손의 번성과 풍요를 노래했다. 시내를 이루어 바다로 흘러가는 물을 통하여 문화융성을 노래했다.

인간의 생명은 단 한 번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과 생활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은 사라지는 일이 없다. 인간은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누구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은 만인(萬人)의 것이다. 인생관 세계관을 찾게 되는 것은 개인이 어떤 불행을 당하고, 사회가 모순에 부딪쳤을 때다. 사색하고 결단하고 행동하는 문제는 주관적인 인생관 그리고 객관적인 세계관과 깊은 관계가 있다.

논술로 풀어가는 인문학

<문제1> 내가 좋아하는 민요를 쓰고 불러보자.
<문제2> 우리 누나, 또는 어머니는 어떤 민요를 불렀는가?
<문제3> 나는 누구인가? 
<문제4> 나는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문제5> 인생관과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문제6> 살신성인(殺身成仁)이란 무엇인가?
<문제7> 살신성인 3인을 조사하자.
<문제8>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문제9> 강강술래 선창을 현대 정서에 맞게 써 보자.
<문제10> 쾌지나칭칭나네 선창을 현대 정서에 맞게 써 보자.

<출처: 국립국악원, 네이버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