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기 수필] 가나다라, 사랑해요!

오양심 2024-06-05 (수) 05:34 8일전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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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기/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인도네시아 자바센트럴본부장 

 

열대에는 두 계절이 있습니다. 건기와 우기의 두 계절이 교차하면서 세월이 이어집니다. 캘린더에서 해가 바뀌는 12월 말과 1월 초에는 매일 비가오는 우기가 세월의 경계를 걸터타고 넘으며 멈춤없이 달립니다. 계절뿐 아니라 예로부터 문화도 국경을 타고 넘어‘UN비자’라도 받은 듯 어느 나라나 제지받지 않고 드나들며 퍼져가는 현상을 우리는 여실히 보고 있습니다.

 

교만하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늘 겸허하게 섬겨야겠다고 마음먹다 보니 의식적으로 내 조국 대한민국의 문화는 접어두고 행동하여야만 했습니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돌아가는 순리에서 벗어나지 않게 실천 계획을 세워 적용하고, 더불어 개간하여 경작하며, 속전속결보다는 느리더라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여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방법을 택하였습니다.

 

2012년도 어느 날 몇몇 고교생들이 캠프로 찾아와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간절히 요청하는 이변이 생겼습니다. 준비가 미흡했지만 같은 해에 고교생 다섯 명으로 시작하여 한국어 클라스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소속감과 긍지를 갖도록 클라스의 이름도 ‘한류 Halyu’라 작명하고 시작하였습니다. 

 

인터넷 매체를 타고 빠르게 유행하는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알아듣고 싶은 열망과 한국문화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용기로 가르쳐달라고 찾아왔기에 청소년들은 열심으로 수업에 참석하였습니다. 첫 1기로 시작한 고등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할 즈음인 2017년까지 꾸준히 수업을 받았기에 사회인으로 우리 곁을 떠날 때는 한국어 실력이 놀라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1기 외에도 해마다 새로운 학생들로 기수가 편성되어 수업도 함께 이어졌기에 저희 부부 둘만으로는 교사가 부족하여 교민 자원봉사 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청년들이 대학생이 되고 혹은 취업을 하여 대도시로 떠나서도 주고받는 SNS를 한국어로 대화하기에 마치 한국청년들을 대하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납니다.

 

한국어반 초기, 그들의 한국어 실력은 단지‘사랑해요!’‘감사합니다!’를 발음 그대로 흉내내는 정도였지만, 배워가면서는 이 간단한 한마디 말의 그 깊은 의미를 가슴에서 녹여 존경의 마음까지 얹어서 하는 감사인사를 들을 때는 큰 기쁨으로 심장이 뜁니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면 그 문화를 먼저 이해하여야 한다고 누군가 말하였듯이, 학생들은 한국문화를 스폰지처럼 빨아드립니다. 

 

새해를 맞아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는 풍습을 설명하면서는 카펫을 깔고 시범을 보여주고는 따라해 보라고 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엎드려 절을 하고 일어섰다가 다시 단정히 앉아“아버지 어머니, 부디 건강하시고 장수하세요!’라고 말씀드리는 세배의 순서를 배우면서 학생들은 매우 신기해하며 흥미 있게 따라합니다. 

 

물론 인도네시아에도 어른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인사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온 몸을 바닥에 낮추어 인사하거나 절 하지는 않습니다만, 공경의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윗 어른의 오른 손등에다 입술을 데고나서 목례를 하며 자신의 오른손을 가슴에 갖다 데는 정중한 예법이 있습니다. 그런 인사의 자세 속에는‘나는 가슴으로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의 의미가 충분히 담겨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문화 가운데는 예절뿐 아니라 음식문화가 빠질 수 없어 한국의 대표적 음식을 소개하고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가집니다. 예를 들면 비빔밥의 재료와 영양학적으로 어우러지는 시너지 효능과 조리법까지 나누며 함께 음미해 보는 시간에는 모두가 더욱 화기애애합니다. 그럴 때 마다 한국의 비빔밥도 유명하지만 ‘나시고랭’(인도네시아식 볶음밥)이야말로 세계 맛있는 요리 2위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는 것을 언급하며 그들의 문화의 우수성에 박수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음악을 통하여서도 언어공부의 진도에 큰 도움을 얻습니다. 비록 악기 연주까지는 어렵지만 노래는 같이 부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악을 감상하고, 팝송과 가곡의 가사 해설과 함께 노래 할 때는 진지함과 화사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시간입니다. 노래를 배우다 보면 언어 숙달의 속도가 빨라지고,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조국에도 국악인‘가믈란Gamelan’이 있고, 대중가요‘당둣Dangdut’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언어가 다른 400여 종족 가운데는 음악적 재능이 탁월한 종족이 많아서 서양에서 건너온 록, 헤비메탈, 일렉트로니카 등의 장르에서도 높은 수준의 연주실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배워서 얻게 된 한국어 실력으로 현지 한국회사에 취업하여 긍지를 가지고 일하고 있는 청년들을 보노라면 교사인 제가 오히려 청년들에게 ‘고마워! ‘사랑해!’라는 인사말을 하게 됩니다. 중도 포기 없이 끈기 있게 한국어를 배워 그것을 사회생활에서도 귀하게 사용하고 있는 그들이야말로 아름다운 열매요 소중한 자랑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