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읽는 편지] 가까이 가까이 /이준관

김인수 2018-11-08 (목) 08:27 5년전 739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모든 것이 더 가까워졌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가까이 모여 있고,

하늘이
들판에 가까이 내려와 있다.

마을의 불빛들은
내 뺨에 닿을 듯
가까이 깜박거린다.

벌레들의 알은 땅 속에서
서로 가까이 붙어 겨울을 보내겠지.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모든 것이 더,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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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仁山)편지 중에서/ 김인수 시인. 육군훈련소 참모장 준장>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세상이 온통 희뿌옇습니다. 흐린 날씨에 가을비까지 내려 늦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게 한 하루였습니다. 황사경보가 발령되거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나쁨으로 예보가 되면 우리 훈련병 아들들은 전부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합니다. 훈련소에서는 일반마스크와 황사마스크를 함께 지급합니다.

훈련병 아들들을 지도하고 관리하는 간부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건강입니다. 면역력도 떨어져 있고, 단체로 생활하다 보니 호흡기 질환 등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하나에서 열까지 부모님과 같은 정성으로 보살핍니다. 빈말이 아닙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연무대에 오셔서 우리 아들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신다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미세먼지를 씻어줄 반가운 비 소식이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들으니 낮부터는 돌풍을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린답니다. 아마도 떠나가는 가을이 아쉬워서 그럴 겁니다. 비는 새벽에 서해안부터 시작돼 아침에는 전국으로 확대되는데, 가을비치고는 양도 꽤 많이 내리고 벼락과 돌풍도 동반하는 곳이 많다고 하니 비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온은 어제와 비슷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더 춥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모쪼록 우리 인산편지 독자님들 모두 건강관리 잘 하시길 빕니다.

잠깐 세미책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자주 언급한다고 나무라지 마시고 좋은 마음으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제는 26연대 2교육대에서 세미책 8호 기증식을 가졌습니다. 병영도서관도 잘 꾸미고, 훈련병들이 생활하는 복도에 서가도 설치해서 좋은 책만 있으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잘 가꾸어 놓았습니다.

아직 훈련병들이 입소하지 않은 상태라 소대장급 이상 간부들과 분대장 등 기간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를 했습니다. 자리에 참석한 중대장, 소대장, 분대장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진정한 마음으로 당부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이었던 것은 우리 훈련병 아들들이 입소하게 되면, 첫 날부터 바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간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다짐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기쁩니다.

사실 우리 군에서는 그동안 병영 내에서 책을 읽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군 수뇌부나 지휘관이 바뀔 때마다 강조도 많이 했습니다. 그 노력에 비해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지휘관이나 간부들부터 스스로 먼저 책을 읽어야 합니다. 마음 속 깊이 느껴서 우리 용사들에게, 아들들에게 책을 읽도록 시간과 여건을 마련해주었어야 했는데 모범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세미책은 단순한 독서운동이 아닙니다. 먼저 내 자신부터 책을 읽어야 합니다. 심층독서를 통하여 책을 읽는 의미와 기쁨을 날마다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글을 써야 합니다. 굳이 서평이라고까지 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글을 써서 세상에 내 놓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책을 기부하고 나누는 것입니다.

세미책 운동에 동참하는 회원이 많아질수록, 대한민국 군대의 미래는 밝아질 겁니다. 저는 그런 마중물 역할에 충실할 겁니다. 군 외부에서도 군을 응원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장병들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모실 겁니다.

좀 우스갯소리로 얼마 전에 고려 대에 400억을 기부하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세미 책을 좀 더 일찍 아셨으면, 세미책을 위해서도 마음을 나누어 주셨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앞으로도 제게 주어진 군 복무의 소임에 충실하면서, 더 많은 분들과 세미책을 함께 하면서, 세상의 미래를 바꾸어 나가는 일에 저의 모든 열정을 바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군대의 미래가 바뀌고, 대한민국 미래가 바뀌고, 세상의 미래가 바뀐다는 이 엄숙한 사실을 분명히 직시하고 나아가도록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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