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룡 수필/ 역사에 대하여

강지혜 2024-01-06 (토) 10:19 1개월전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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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룡한글세계화운동연합 사무국장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이다"라고, 중국 사상가 공자가 말했다. 쉰 살이 되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내일 모레면 육십 줄에 들어서고 있는 나의 육체적인 역사가, 별수 없이 닳고 닳아진 팔꿈치와 무릎 관절을 통하여,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적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통증치료를 받는 동안 무엇을 할까 잠시 고민을 한다. 몇 년 전에 구입해서 대강 훑어보고, 노트북 받침대로 사용하고 있었던 역사의 역사(History of Writing Histor)’라는 책을 무심코 들추어본다. 시대를 읽는 작가 유시민이 쓴 책이다.

 

그때는 저자들의 인용 글이 많아, ‘참 쉽게도 책을 발간했구나?’ 하는 선입견으로 대수롭지 않게 방치해버린 책. 몇 년 동안 책상위에서 나와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같이하면서도 쓸모없이 버려진 도구에 불과한 책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자유여행이 아니라, 가이드 역할에 불과한 패키지여행을 한 것 같은 의미 없는 책일 뿐이었다.

 

2018년도에 서점에서 샀던 책이니까, 오직 먹고 살기위해서 동분서주했던, 나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건강의 적신호에 비애를 느껴서일까, 아니면 인생의 단맛 쓴맛을 맛본 하늘의 뜻을 알 나이가 훌쩍 넘은 탓이였을까?

 

다시 집어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자 특유의 지성과 통찰이 가슴에 비수처럼 다가온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화법으로 나의 지나온 역사를, 또한 다가올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랬다. ‘역사의 역사'를 집필한 유시민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인 헤로도토스와 투키디테스, 중국 전한시대의 사마천, 이슬람의 이븐할둔, 독일의 랑케와 마르크스, 한국의 박은식, 신채호, 백남운, , 슈펭글러, 다이아몬드, 하라리까지, 역사를 정의한다거나 자신의 의견을 높이지 않았다.

 

역사를 전문으로 연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할뿐이고, 그 속에 숨겨진 메시지와 감정을 공감하는 데만 집중했다. 위대한 역사가들이 우리에게 전하려고 했던,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실마리를 찾는 여행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다.

 

책 속에는, 역사의 종말, 진보, 문명의 충돌, 아와 비아 투쟁의 기록, 인지혁명, 과학혁명, 직선적 사회구조의 변화, 도전과 응전의 패러다임, 창조적 소수와 비창조적 다수 등의 내용이 응축된 언어로 표현되어 있어서 좋다.

 

역사책을 읽을 때는 역사가가 선택한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해석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 “인간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그 자체를 역사라 한다.”는 역사에 대한 작가의 두 줄 요약도 좋다.

 

책속에서 신채호는 조선상고사를 쓰면서 조국의 광복 없이는 우리민족 구성원 누구도 의미 있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외부침략을 물리친 전쟁영웅에 대하여 관심을 쏟았다.

 

박은식은 한국통사의 서문에서 나라는 멸할 수 있으나, 역사는 멸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형체는 허물어졌지만, 정신이 보존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정신이 멸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부활이 된다고도 했다. 신채호도 박은식도 시대적 상황에 비틀거렸지만,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이스라엘 출생 하라리의 사피언스에서는, 유인원부터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에 관심을 끌고 있다. 인류 역사와 미래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통찰력은,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데, 또한 세계평화와 지구의 지속 가능성 유지를 위한 대안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나 자신을 알고,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다. 나의 역사 너의 역사 그리고 우리의 역사는 조상대대로 내려온 질문이자 평생 동안 찾아야 하는 숙제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끈질기게 역사를 탐구하는 까닭은, 평생 동안 돈의 노예가 되어, 세끼 밥을 해결해가는 덧없는 삶이 아니고, 흔적 없이 사라질 인생의 집착도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성찰이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언행일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생의 스승인 간접경험의 명작을, 새 역사를 창조할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