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편지/ 이훈우

오양심 2023-07-19 (수) 12:48 9개월전 397  

누에야! 

우리 할머니가

유학 떠난 나를 기다리면서

자장가를 불러주었다고 했니?

 

너는

무럭무럭 자라서 고치를 만들고

우리 할머니는

밤낮없이 물레를 돌렸다고 했지?

 

나도 너에게

무엇인가 해주고 싶은데

우리 할머니에게

무엇이든 해드리고 싶은데

 

한여름 뽕나무에 매달린

설익은 열매를 올려다보면서

입이 시커멓도록 오디를 먹던

순이도 생각나고 철교도 생각나고

 

사랑은 왜

함께 있지 못하는지

사랑은 왜

기다려 주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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