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과 함께 읽는 편지] 여덟 단어 중에서/ 박웅현(저자)

김인수 2018-10-31 (수) 06:32 5년전 709  


 

선배님!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후배가 물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딱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자존을 선택하겠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으면 어떤 상황에 처해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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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편지 중에서/ 김인수 시인. 육군훈련소 참모장 준장>

‘아모르파티(Amor fati)’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용어로 ‘운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라틴어입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입니다. 자기를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의 ‘사랑’, 자기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자존’이 바로 '아모르파티'입니다.

저는 매 주 금요일 제 동료들과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갖습니다. 한 주 동안의 생활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요즘 여러 일들로, 어느 때보다 바쁘지만 이 시간만은 꼭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오후에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가져서 더 좋습니다. 곧 휴일을 맞는다는 기쁨이 있기에 함께 자리한 동료들의 얼굴이 밝습니다. 아무리 유익하고, 의미가 있는 시간도 월요일 오전에 한다면 기쁨이 덜하지 않을까요?

다른 하나는 '인문학 특강'을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유명한 학자나 교수들의 동영상 강의를 듣고, 소감과 감동을 나눕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시간, 잠시나마 삶에 대해 성찰할 시간을 함께 하고 있음이 기쁘고 행복합니다. 때마침 어제 주제가 '자존감'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청년실업'입니다. 3포를 넘어 5포, 7포의 시대라는 자조적인 말도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 7포라고 합니다.

참으로 나열하고 싶지 않은 단어들입니다. 무엇을 포기한다는 것만큼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가족들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자녀, 우리들의 동생들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모르파티'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각자가 천하보다 귀한 존재입니다. 절대자가 이 땅에 내신 이유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입니다. 행복의 기준, 성공의 기준이 결코 돈과 명예와 지위에 있지 않음을 확실하게 깨달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이 남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때로 일이 잘못되어 낮은 곳에 처해있다 할지라도 더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자신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남을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습니다. 지나온 삶을 후회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동생들, 자녀들, 우리의 뒤를 면면히 이어갈 후손들이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와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아모르파티'는 우리의 삶의 지표가 되어야 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