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회고록] 눈물 한 방 울/ 이어령

오양심 2022-07-22 (금) 05:56 1년전 775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디지로그’ ‘생명자본에 이은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

 

ea695b5fbd7b84ba3a635d3dd7ead02e_1658436932_6581.jpg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201911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1월까지

삶을 반추하고 죽음을 독대하며 써내려간 미공개 육필원고

 

탁월한 통찰력으로 문명의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생의 마지막 순간 남긴 새로운 화두, ‘눈물 한 방울’.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작은 눈물방울에서 그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씨앗을 보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부터 가장 작아서 가장 큰 가치 눈물 한 방울까지, 세상을 놀라게 한 자유로운 사유와 창조적 영감부터 병마와 싸우며 가슴과 마음에 묻어두었던 절규까지, 끝까지 펜을 놓지 않고 생명과 죽음을 성찰한 인간 이어령의 마지막 말.

 

탁월한 통찰력으로 문명의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남긴 마지막 육필원고인 눈물 한 방울이 김영사에서 출간되었다. 2022226일 별세한 저자는 2017년 간암 판정을 받은 뒤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집필에 몰두했다. 약속된 프로젝트들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뜻밖에도, 저자가 출간 계획 없이 내면의 목소리를 기록 중인 별도의 노트가 있다는 사실은 얼마 전에야 알려졌다. 201910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1월까지, 저자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고 생명과 죽음을 성찰했다. 하지만 자신의 친필과 손 그림이 담긴 이 노트를 생전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사멸해가는 운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하루하루 대면하는 일상과 기억은 과연 저자의 내면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새로운 화두로 제시한 눈물 한 방울은 무엇일까?

 

▶ 『눈물 한 방울북트레일러

 

목차

서문

2019

2020

2021

2022

 

책 속으로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눈물은 사랑의 씨앗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지만 눈물은 희망의 씨앗이기도 한 것이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려갔다. 구슬이 되고 수정이 되고 진주가 되는 눈물 한 방울’. 피와 땀을 붙여주는 눈물 한 방울’. 쓸 수 없을 때 쓰는 마지막 눈물 한 방울’.

_서문, 7~8

 

지금까지 나는 의미만을 찾아다녔다. 아무 의미도 없는 의미의 바탕을 보지 못했다. 겨우겨우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의미 없는 생명의 바탕을 보게 된다. 달과 별들이 사라지는 것과 문자와 그림들이 소멸하는 것을 이제야 본다. 의미의 거미줄에서 벗어난다.

_38

 

아주 사소한 것들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에게 그 재앙은 너무 큽니다. 큰 욕심, 엄청난 것 탐하지 않고 그저 새벽바람에도 심호흡하고 감사해 하는 저 많은사람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거기에 제 눈물도요. 그들은 눈물이라도 솔직히 흘릴 줄 알지만, 저는 눈물이 부끄러워 울지도 못해요.

 

감사합니다.

코를 푼 휴지가, 클린샷. 네이트 아치볼트가 던진 농구 볼처럼 휴지통에 들어갔네요. 그래서 기뻤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루종일.

_121~122

 

! 살고 싶다. 옛날처럼외치다

눈물 한 방울

벌써 옛날이 되어버린 오늘 하루.

 

코로나만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한다.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세상으로.

 

누구에게나

남을 위해서 흘려줄

마지막 한 방울의

눈물

얼음 속에서도 피는 기적의 꽃이

있다. 얼음꽃

_144

 

많이 아프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신호다.

이 신호가 멈추고 더이상 아프지 않은 것이 우리가 그처럼 두려워하는 죽음인 게다.

고통이 고마운 까닭이다.

고통이 생명의 일부라는 상식을 거꾸로 알고 있었던 게다.

고통이 죽음이라고 말이다.

아니다. 아픔은 생명의 편이다. 가장 강력한 생의 시그널.

_171

 

한 발짝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걷자.

한 호흡이라도 쉴 수 있을 때까지 숨 쉬자.

한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하자.

한 획이라도 글씨를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자.

마지막까지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사랑하자.

돌멩이, 참새, 구름, 흙 어렸을 때 내가 가지고 놀던 것,

쫓아다니던 것,

물끄러미 바라다본 것.

그것들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었음을 알 때까지

사랑하자.

_179

 

누구에게나 마지막 남은 말,

사랑이라든가 무슨 별 이름이든가

혹은 고향 이름이든가?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시인들이 만들어낸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지상에는 없는 말, 흙으로 된 말이 아니라

어느 맑은 영혼이 새벽 잡초에 떨어진 그런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내 몸이 바로 흙으로 빚어졌기에

나는 그 말을 모른다.

죽음이 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_199쪽 닫기

 

출판사 서평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마지막 3년간

삶을 반추하고 죽음을 독대하며 써내려간 내면의 기록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관용과 사랑의 눈물 한 방울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화두

 

저자는 병상에서도 사유와 창조의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새로운 화두를 모색했다. 바로 눈물 한 방울이다. 그 흔한 눈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선 화두들과는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디지로그생명자본등 저자가 이전에 제시한 문명론의 핵심은 변화와 융합이다. 시대의 변화를 날카롭게 포착하고 이질적인 개념을 감쪽같이 연결하는 지성과 사유가 거대 담론의 원동력이다. 남이 못 보는 걸 보고, 없던 걸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날갯짓은 차이를 발견하고 비교하는 비평적 두뇌를 엔진으로 삼아 비약한다.

 

눈물 한 방울은 심장에서 시작한다. 언어 이전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저자가 병상에서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말을 찾아 노트를 써내려가면서 발견한 것은 디지로그’ ‘생명자본같은 거창한 개념어가 아니라 눈물 한 방울이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 나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다.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7). (정치)와 땀(경제)의 논리로는 대립과 분열을 극복할 수 없다. 저자는 작은 눈물방울이 품은 관용과 사랑에서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씨앗을 보았다.

 

시대 변화를 앞서 꿰뚫어본 프로메테우스의 에필로그

 

자서전, 회고록을 대신할 인간 이어령의 내면 일기

 

적요한 밤에 하루를 되돌아보며 쓰는 일기처럼, 이 책은 인간 이어령이 써온 88년 인생의 에필로그와 같이 읽힌다. 항상 앞을 내다보던 선각자가 쓴 에필로그. 저자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남긴 적은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살아온 삶의 면면을 짐작해볼 수 있다.

 

지성과 상상의 원천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죽을 때까지 다 셀 수 없는 모래알들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징표로 등장한다(“어머니나는 지금 아직도 모래알을 세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 다 헤지 못하고 떠납니다.”, 12).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죽음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망연자실의 감정이 드러나는 글(“지금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는데 국어 시험 치듯. 다 풀 수 있었는데”, 78), 고통이 생명의 일부라는 깨달음의 기록(“아픔은 생명의 편이다. 가장 강력한 생의 시그널.”, 171)은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눈물 한 방울연작의 시작은 저자 개인의 회한이다. 발톱 깎다가 잊고 있었던 새끼발가락의 존재를 환기하면서 흘리는 눈물 한 방울(98), 지인과 헤어지면서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가늠하다가 흘리는 눈물 한 방울(131)은 병마와 싸우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고단하고 쓸쓸한 저자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큰 욕심, 엄청난 것 탐하지 않고 그저 새벽 바람에도 심호흡하고 감사해하는 저 많은 사람들,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세요.”(121)라며 신에게 올리는 청, “누구에게나 남을 위해서 흘려줄 마지막 한 방울의 눈물 얼음 속에서도 피는 기적의 꽃이 있다.”(144)는 아포리즘은 눈물방울에 담긴 고귀한 인류애적 가치를 보여준다.

 

, 산문, 평문 등 다양한 형식의 글

 

글과 어우러지는 손 그림으로 담은 사유와 영감의 흔적

 

저자는 전문 영역에 붙박인 상아탑 안 학자가 되기보다 자유로운 사유와 창조적 영감으로 새로운 의미와 재미를 생산해내는 크리에이터들의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했다. 이 책에는 88년간 이어온 저자의 독창적 생각의 편린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