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만난 사람)봉곡리 야생화농장 육근철 시인의 가제로 메그로(Kazeo Megure)물리적 미학(美學)

김우영 2021-04-04 (일) 10:52 3년전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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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반포 봉곡리 야생화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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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농장 넉 줄 시의 저자 육근철 시인님)

□ 자연음악의 '희망'

조용한 은빛의 새벽빛에
별의 그림자가 흔들린다
넘쳐오는 노래를 안고
멀리 흘러가는 바람이여

산들바람이 부는 하늘을 넘어
하늘 구석구석 어디까지든지
흘러넘치는 빛을 받아서

아득한 그대에게
아득한 그대에게

일곱 색깔로 빛나는 비는
가만히 부드럽게 모두를 적신다

그 화려함을 숨기고
멀리 흘러가는 바람이여

산들바람이 부는 하늘을 넘어
하늘 구석구석 어디까지든지
흘러넘치는 빛을 받아서

아득한 그대에게
아득한 그대에게

조용히 빛은 채워져
흔들리는 은빛의 원을 그린다

그리고 가는 바람이여
나의 이 노래를 전해다오
끝없이 높은 하늘이여
멀리 흘러가는 그 바람이여

채워져 가는 노래를 가득 받아서
이 노래를 전해다오

어디든지 울려 퍼지듯이
이 노래를 전해다오
  - 어느 큰 나무가 죽기 전 마지막 노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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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노래는 1995년 당시 15세였던 일본의 소녀 ‘가제오 메그르(風緖輪)’가 처음 자연의 멜로디와 치유파동을 듣고 이것을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공유하였다. 가제오 메그르는 자연식물에게서 영감을 얻어 음악을 한다고 한다. 또한 어떤 화가는 뜰에 엉겅퀴를 키우고 있는데 거기서 소재를 얻는다고 했다.
 
  자연의 치유력을 신뢰하며 자연과 대화하고자 하면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자연음악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 것이다. 나무나 꽃이 어떻게 노래를 부른단 말인가? 그러나 식물의 호흡이 있다고 한다. 식물이 뭔가 말하고 있으며, 식물이 숨을 쉬고 있고, 식물이 싫어하고 있다. 또는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소리, 산들산들 부는 파동의 소리, 이런 것이 ‘가제로 메그로’가 말하는 자연음악이며 자연의 시이다.

  1. 육근철 시인님의 ‘언어는 짧고 침묵은 긴 넉 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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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철 시인님의 세월에 빛바랜 '야생화농장' 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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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야생화농장을 안내한 충남 공주경찰서 서장님이자『햇살같은 경찰의 꿈』저자 심은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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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주말을 맞아 일행과 함께 충남 공주 반포면 봉곡리 이석(理石, 물리를 아는 돌’)육근철 시인님이 운영하는 ‘야생화농장’을 방문했다. 야생화와 함께 사는 육 시인님을 보면서 문득 가제로 메그로(Kazeo Megure)의 자연음악을 생각났다.

 

  육근철 시인님은 자신의 시집에 손수 서명하여 준다. 시집『봉곡리에서 날아온 편지』『야생화농장』『설레는 은빛』등이다. 육 시인님은 70대 시인이자, 물리학자이다. 물리학자답게 완고하게 시와 산문으로 풀어낸 넉 줄 시 세계와 자연음악을 시로 풀어낸 것을 보면서 등가개념(等價槪念, Equivalent Concept)의 논리로 귀결되었다.
 
  육 시인님의 주요 시론 레토릭(Rhetoric)은 짧고 침묵은 하염없이 긴 ‘넉 줄 시’와 자유시를 넘나들며 시의 지평을 넓혀온 문장이다. 문장구조는 3, 5, 4, 3, 단 15자로 완성되는 넉 줄 시를 싣고, 그 시에 담긴 의미와 세계를 시인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글의 형식에 맞춘 넉 줄 시는 4계절에 우주를 더하여 시문장을 구성하고 있었다.

  육 시인님의 『봉곡리에서 날아온 편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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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글은 첫 머리와 중간, 말미에 각기 다른 넉 줄 시를 보여주며, 각 시는 산문을 통해 한 몸처럼 매끄러운 메타포(Metaphor)로 풀어낸다. 다양한 넉 줄 시와 산문을 통해 언어는 짧고 침묵은 긴 넉 줄 시의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으로 승화시킨다. 이런 자연과 교유와 접합에서 물리학자인 시인님의 깊은 통찰과 몽환적 직관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야생화농장』을 나들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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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뒤에 한양대 국문과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담은 화첩 물리학자 육근철 시인님의 네 번째 자유시집’이라며 해설하고 있다.

  이 시집도『봉곡리에서 날아온 편지』에서 처럼 ‘넉 줄 시’라는 새로운 시적 장르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우주로 나누어 싣고, 시와 함께 시인이 직접 그린 삽화를 중간중간에 삽입하여 읽는 독자를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육 시인님은 오랫동안 야생화농장에서 나무와 꽃을 손수 가꾸면서 야생화의 자연과 교감하며 떠오르는 시상을 시로 옮겼고, 그 시들이 모여 시집『야생화농장』이 탄생되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일본의 소녀 ‘가제오 메그르(風緖輪)’의 자연의 멜로디와 치유파동이라는 자연음악의 시가 연상된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육 시인님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살면서 만나는 4명의 스승 중 마지막 스승이 자연이다.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는 물리학 전공자답게 자연속에서 꽃과 나무를 기르며, 아침저녁으로 들려온 꽃과 나무의 말을 받아 적었고, 이는 한 편, 한 편의 시가 되었다. 이런 시들이 실린『야생화 농장』은 시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을 뿐, 자연현상의 다양성과 신성성을 그득 품은 아름다운 화첩이다.”

  육 시인님의 시집 『반쪽은 그대 얼굴』을 함께 보자. 아래는 육 시인님이 덧붙인 시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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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한 순간 길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혜성처럼 발견은 짧게 왔다 간다. 걷다 자전거 타다 문득 눈길 가는 반짝임의 유혹에 멈추어 섰다. 순간으로 찾아오는 낯익은 자연현상을 낯설은 규칙으로 시를 만들어 낯익게 해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지난 40년. 용수철, 그물망 필통, 선풍기에서 발견했던 물결무늬의 낯설음. 그 낯설음을 수식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던 물리의 방식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형식은 시조의 종장 3, 5, 4, 3이지만 마음은 초장으로 돌아가 발견한 그대로의 심상을 짧게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자유도 질서정연한 자연의 틀 안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그 엉뚱함과 낯설음의 창작과정에서 지난 5년을 즐겼다.

  복잡한 마음을 비워내고 꽃 창 마음 하나 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열 다섯 자 넉 줄 짧은 시 ‘반쪽은 그대 얼굴’과 함께 독자들과 공감의 춤을 추었으면 한다. 특히 어린 소년 소녀들의 습작으로 이 시가 자연을 사랑하는 노래로 불려졌으면 좋겠다. 짧게 스쳐 지나가는 혜성의 잔상처럼 말이다.

 2. '물리학' 또는 '동기' 부여에 대하여

  다음에는 육 시인님의 『물리학 향기』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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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과 논리의 학문인 물리학과 감성의 예술인 시가 조화롭게 만나 새로운 문화양식을 만들어낸 시집 『물리의 향기』는 흔히 재미없고 딱딱한 학문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쉬운 물리학을 매우 재미있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도록 도와준다.

  육 시인님의 또 하나 저서『동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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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저서에서 육 시인님은 이렇게 갈파한다. 행복한 영재를 만드는 8가지 비법이 있다. 성취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동기’가 중요하다. 천재와 영재의 차이는 뭘까? 천재가 타고나는 것이라면 영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한국영재학회 부회장인 육 시인님은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 많은 영재들을 지켜보며 소위 영재로 불리는 아이들의 행동 및 심리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 영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동기'였다고 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타고난 재능을 가진 천재와 달리 영재들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동기 부여를 하며 원하는 목표를 성취해 나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동기』는 이처럼 천재가 아닌 평범한 아이가 과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그것에 집중하여 원하는 것을 이뤄나가는지를 육 시인님은 영재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났던 8가지 지도 방법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다. 

  3. 물리(文理)가 트인 육근철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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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그간 주변에서 어떤 하나의 일에 대해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되어 있는 사람을 보고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사람 물리(物理)가 트인 사람이다!”

  그 물리의 개념 정의는 물리(物理)는 문리(文理)라고 보여진다. 물리는 문리(文理)의 발음상 표기를 의미하며 여기서 물리가 트였다는 말은 그 일에 통달하여 달인이 되었다는 뜻이다. 글의 이치와 사물을 깨달아 아는 힘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전적 정의와 물리의 개념적 의미를 유추해보면 문리는 ‘글의 이치가 트였다’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글의 이치를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사물의 이치를 스스로 깨달아 아는 능력이 생겼다고 넓게 해석이 된다.

  따라서 육근철 시인님은 평생동안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물리학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물리(物理)에서 문리(文理)가 트여 오늘날 중후한 원로시인님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육 시인님의 시집『반쪽은 그대 얼굴』에 해설을 써 준 충남 공주풀꽃문화원장 나태주 시인님은 이렇게 표현했다.

  “물리의 뜻은 시인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겠지만 잘만 조화시키면 매우 찬란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요인이 되겠다. 시집의 구성도 매우 철학적으로 되어 있다. 동양 철학과 인생관의 근간인 음양오행설을 쫒아 다섯 부분으로 나누되 사계절과 간절기 등 다섯 부분으로 나누었다. 육근철 시인은 또 놀랍게도 우리의 고유시 형식인 시조의 종장 한 줄을 끌어와 15자 시를 선 보이고 있다. 3, 5, 4, 3의 형식을 갖는 정형시이다. 과연 물리학자답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발견이요, 그 발견의 발전이다.”

  4. 자연의 이치를 보며 우리네 미려한 인생에 대한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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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농장에 새겨진 육근철 시인의 문학비)

 

  충남 공주 반포 봉곡리 야생화농장의 다양한 자연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연의 꽃이 지는 것도 가지가지이다. 옥매화와 개나리는 새잎이 파랗게 돋아날 때지지 않고 누렇게 빛이 바래 측은함을 보여준다. 선뜻 자리를 내어주지 못하고 앙탈을 부리는 것이다. 우주질서를 어기는 듯하다.

  모란이나 설토화 같은 꽃은 꽃이 질 때는 미련없이 우수수--- 무너진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처럼 자기분수를 알고 깨끗이 자리를 내어준다. 시원스런 거취는 대장부의 기상과 같다. 인생은 끝을 맺음이 아니라 새롭게 생을 다시 시작하는 환생의 이치를 알게 해준다. 이처럼 각기 다른 자연의 이치를 보면서 미려한 인생에 대하여 생각할 점이 많다.

  문득 독일의 대표적인 시인 ‘요한볼프강 괴테’의 말이 생각이 난다.

  “자연은 농담하지 않는다. 자연은 늘 진실하고 늘 진지하며 늘 엄격하다. 자연은 언제나 옳고 언제나 잘못과 실수를 범하는 것은 사람이다.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경멸하며, 오직 정당하고 순수하며 진실한 사람에게만 자연은 자신의 비밀을 공개한다.”

  5. 넉 줄 시 4계절에 우주를 더하는 육근철 시인님은?

de9d51680951e50b5fa36dbc4e01e6b9_1617500337_8963.jpg ('야생화농장' 정자 네 귀퉁이에 새겨진 '理石(물리를 아는 돌)육근철 시인'의 넉 줄 시 木板)

 

  한편, 국토의 중심 대전 한밭벌에서 태어난 우리들의 육근철 시인님은 일찍이 남달리 글쓰는 물리적 문리(文理)가 트여 시전문예지 ‘시와 정신’으로 한국문단에 등단한 물리학자이다.

  그간 충남 공주시 반포면 봉곡리 야생화농장에서 가제로 메그로의 자연음악을 통한 시적 영감을 얻어 유니크(Uniuque)한 넉 줄 시집을 출간했다. 시집은『물리의 향기』『사랑의 물리학』『길을 묻다』『야생화농장』『반쪽은 그대 얼굴』『설레는 은빛』『처마 끝 풍경소리』등이 있다.

  대학에서 응용광학 전공으로 ‘무아레 간섭무늬의 해석과 응용에 관해서 연구’를 하였고, University of Georgia의 Torrance Center에서 창의성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창의성 프로그램인 PEPC, WHA 모델을 개발, 보급한 공로로 WHO'S WHO 세계 인명사전에 등재됐다. 공주대학교 명예교수로 풀꽃시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넉 줄 시 동인회장을 역임했다. 그간의 공로로 ‘2019 공주문학상’을 수상했다

  육 시인님 시론의 주요 레토릭(Rhetoric)은 단장의장(短章意長)이다. 즉, 짧은 넉 줄 시 이지만 뜻이 긴 시문장을 구사하고 있다. 가제로 메그로의 자연음악 파장을 통한 교유로 생성된 영혼을 호홉하는 3, 5, 4, 3, 단 15자로 완성되는 섬세한 순수무구형의 정형시를 추구하고 있다.

  육근철 시인님의 ‘야생화농장’ 물리적 미학의 문리가 훨— 훨-- 트여 육근철 시인님의 넉 줄 시 세계가 한없이 열리기를 바라며 부족한 붓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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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넉 줄 시의 하염없는 미학 

떨어져
무릎을 꿇고
별도 울고
싶은 밤
  -육근철 시인의 ‘동백꽃’ 전문

민들레
야! 요것 봐라
밟혀도
꽃 피우네
   - 육근철 시인의 ‘길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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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문학평론가 김우영 작가
아프리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 외교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역임
한글세계화운동연합 대전본부장
대전중구문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