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시] 이제 누가 흰옷을 입어야 할까요?/ 백기완 선생님 빈소에서

오양심 2021-02-26 (금) 09:16 3년전 691  


 

 

선생님!

오천년 전

단군 할아버지가

구월 구일에 승천하여

구월산이 되었다는 풍치가 아름다운

그 아사달에서 태어났다고 하셨나요?

삼일운동 때 수천 수만 장의 태극기를 제작하여

나누어주셨던 할아버지가

독립군에 군자금을 대다가 감옥에 갇혀서

옥사 전 어떤 유언을 남기셨나요?

흰옷을 입어보지 않고는

목숨보다 귀한 것이 무엇인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고 하던가요?

조선의 정신을 이어받은 당신은

애국애족정신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당신은

해방이 되자마자 월남 후 우리민족을 대변하는

흰옷을 입고 불의와 맞서 싸웠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산림녹화운동을 하고

농민운동을 하고 빈민운동을 하고 통일운동을 하고

민주화운동을 하고 나랏님도 꾸짖어가면서

세상의 모든 잎이 지고 난 벼랑 끝에서도

홀로 푸르고 푸르시더니 오늘은

무슨 까닭으로 말씀이 없으십니까?

우리 단군 할아버지가 흰옷을 입고 조선을 세웠는데

우리 할아버지들이 흰옷을 입고 조국에 목숨을 바쳤는데

우리 아버지들이 흰옷을 입고 나라의 가난을 물리쳤는데

당신이 흰옷을 입고 여러 방패막이 되어 주셨는데

누가 흰옷을 입고 나라걱정을 할까요?

누가 흰옷을 입고 통일을 부르짖을까요?

당신이 딛고 가신 발자국 위에서

조선여인이 되어 엎드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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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벡기완, 정치인이고 사회운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