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황한섭 시인의 네 번째 시집『사막의 봄』출간/ 중견시인의 농익은 서정성 메타포 윤택한 결고운 시어(詩語)의 조탁미(彫琢美)

김우영 2020-12-07 (월) 14:43 3년전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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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권예술인협회회장 황한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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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 금강권예술인협회에서 발행한 종합문예지『금강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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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한섭 시인의 네번째 시집『사막의 봄』)

□ 여는 시

 

  돌을 던지는 것도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돌에 맞아야 하는 것 또한 운명이고

  돌은 그리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내 발등에 떨어지고 마는 돌을

  다시 주워 던졌지만, 곧 내 머리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마수걸이라서 좋다

  돌에 머리를 맞고

  돌에 채이고 굽은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일 또한 숙명이다

 

  삼겹살을 사러 가는 아낙의 발걸음은 언제나 반듯하다

  노릿하게 익는 살코기 몇점이 그녀를 웃게 하는 이유가 뭔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돌은 밤새도록 그 자리에 참선 중이다

   - 황한섭 시인의 시 ‘동은 밤새도록 그 자리에 참선중이다’ 전문

 

  1. 금산 인연의 강 따라 문학과 우정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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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 황한섭 시인과 대전 김우영 작가)

  인연(因緣)을 어학적으로 분류하면 명사로서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또는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그 일의 내력 또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독일의 ‘빌헬름 뮐러시인’은 인연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은 별이 하늘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이예요. 별들은 저마다 신에 의하여 규정된 궤도에서 서로 만나고 또 헤어져야만 하는 존재예요.”

 

  충남 비단골 금산 추부면 다복로 궁벽한 산골에 거주하는 외송(頠松)황한섭 시인과 인연은 문학적 산실 황금오리알에 앉아 탁배기를 마시며 밤하늘별처럼 마주앉아 세월을 논하는 우정의 무대이다.

 

  금아 ‘피천득’ 수필가의 말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며,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고 한다. 외송과 평자(評者)도 현명한 인연의 강으로 만나 문학적 풍류를 살려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친구와 우정은 나이가 들 수 록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존재이다. 아마도 수시로 만나 탁배기를 마시며 가장 소중한 장식을 없애고 서로 존경심을 제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우정에 대하여 그의 논저에 이렇게 갈파했다.


  “좋은 친구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스스로 누군가의 친구가 되었을 때 행복하다.”

 

  진정한 친구는 나 보다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우정, 이러한 우정은 어떠한 어려움도 뚫고 나아가야 한다. 평자가 종종 주변에 하는 말이다. 참된 우정(文人)은 앞과 뒤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보면 동그라미인데, 옆에서 보면 세모이고, 뒤에서 보면 네모가 그려지면 안된다.

 

  외송 시인과 평자는 탁배기를 마실 때 허리띠를 풀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한다. 격의나 절차없이 답답한 일은 나누고, 즐거운 일은 더 배가하여 함께 웃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고 있다.

 

  한결같이 거짓이 없고, 한 번 약속한 일은 끝까지 지키고, 상대가 어려우면 함께 시나브로 다가서서 같이 다독여주는 돌쇠같은 의리와 웅혼의 우정이 서린 사람이 바로 ‘외송 황한섭 시인’이다.

 

  이리하여 뜻있는 사람들이 외송 시인 주변에 있어 그는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배경에는 젊은 시절부터 연마한 프로레슬러와 축구운동 메니아로서 체육인의 기질과 뒷골목 보스 스타일이 의리와 우정의 남자로 만들었으리라.

 

  평자가 외송 시인과 우정을 여기서 끝낼 수 있다면 그 우정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끝낼 수 없는 외송 시인과 우정이기에 오래 유지될 것이다.

 

  2. 외송 황한섭 시인 시집 두 번 째와 세 번째 리뷰(Revi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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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지난해 5월 외송 황한섭 시인의 두 번째 시집『간이역』과 2020년 6월 세 번째 시집『황금오리알 트롯』에 평자는 각각 작품해설을 써 주었다.

 

  두 번째 시집『간이역』에는 서정적 자아의 시편이 압권(壓卷)이어서 ‘낭만과 풍류 가객의 뒤안길 서정적 뮤즈(Muse) 황금오리알’이라는 주제로 작품해설을 썼다. 아래는 두 번째 시집에 있는 시 ‘소 판 돈’을 소개한다. 다시 음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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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렁에 덩그라니 매달린 누런 메주덩어리에

  어느새

  파랗게 곰팡이가 일었다

 

  아이들은 지들끼리 씨끄럽게 저녁을 먹고 잠 들었다

  큰애가 작은놈들을 다 재우고 윗목에 누워

  잠이 안 오는지 부스럭 댄다

 

  소 판 돈을 며칠 새 투전판에 죄다 잃고서

  몸져누운 아버지가 어젯밤 꿈속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삽작문을 나서던

  왕방울 황소울음이 성난 파도처럼 일렁였다

   - 황한섭 시인의 시 ‘소 판 돈’ 全文

 

  우리 농촌에서의 기르는 소(牛)는 삶이요, 생명이었다. 소 판 돈으로 대처로 나간 자녀들 학비를 마련하고, 농협빚을 갚았다. 또한 외송 시인의 시에서 처럼 노름판 돈으로 치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외송은 이 시에서 유니크(Unique)한 서정적 레토릭(Rhetoric)으로 반전시킨다.

 

  이어 세 번째 시집『황금오리알 트롯』을 출간했는데 이때도 평자는 ‘속살깊은 데포르마숑(Deformation)정교한 델리카시(Delcacy)기법의 詩篇’이라는 주제로 작품해설을 썼다. 다음은 세 번째 시집에 들어있는 ‘남포동 선술집’을 함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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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생긴 고래를 키우는 여인이 있다.

  삼십 년을 넘게 키웠지만

  그 고래는 이상하게

  수염도 자라지 않았고

  조금도 변할 줄을 모른다

 

  오직 고래가 그리워하는 곳은

  망망대해 철조망이 없는

  철썩거리는 파도뿐이다.

 

  여인은 베란다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잠깐씩

  고래를 해부해 서서히

  그가 죽어 가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남포동 선술집엔 먼 바다를 그리워하는

  사연 많은 고래들이

  비틀거리며 컴컴한

  바닷속으로 잠수를 시작한다.

  - 황한섭 시인의 시 ‘남포동 선술집’ 전문

 

  외송 시인의 시를 살펴보면 젊은시절 중국 연변과 중동지역 리비아 등 너른 세상을 다니며 섭렵한 남다른 국제적인 풍류와 낭만가객의 여유가 있었다. 저 지난해 두 번째 시집 ‘간이역’에서도 유사한 문맥을 선보인 바 있다.

 

  외송 시인의 시편에는 인생의 허한부분과 사회 부조리를 조소적인 데카당스(Decadence) 풍자(諷刺)기법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중견시인의 농익은 서정성 메타포와 윤택한 결고운 시어(詩語)에 조탁미(彫琢美)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시인은 농후한 삶의 경륜으로 시어를 자유자재로 다룰줄 안다.

 

  요컨데 외송 시인에 매력과 카타리시스(Catharsis)는 바로 이런 서정적 자아의 착상과 비유, 은유가 특징이다. 이러한 기반의 휴머니즘 시각적 레토릭(Rhetoric)반전기법에 우리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3.『사막의 봄』오아시스 시원(詩園) 거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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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지금부터 외송 황한섭 시인의 네 번째 시집『사막의 봄』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아래는 본저(本著) 제목으로 뽑은 ‘사막의 봄’을 함께 감상해보자.

 

  모하메드가 빵을 구해 오라고 하던 날

  그놈의 식성을 잘 몰라 내 팔뚝을 보여주며

  긴장한 표정으로

  이만한 걸로 사오면 되느냐고 되물었다

 

  한쪽 눈이 먼 전갈처럼

  오만한

  그놈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내가 살 길이라는 걸 벌써부터 알고 있다

 

  페르시아의 여인들이 피를 흘리며 걸었던

  사막의 봄은 여간 까탈스럽지 않다

 

  빨간 선인장꽃이 웅성이며 선혈처럼

  뚝뚝 떨어지던 날 밤에도

  먼 산에

  산비둘기 울음 그치지 않았다

   - 황한섭 시인의 시 ‘사막의 봄’전문

 

  외송 시인은 서른살시절 열사의 나라 중동지역 리비아에 근로자로 파견되었다. 시 ‘사막의 봄’은 리비아 건설현장을 모티브로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쓴 작품이다.

 

  ‘모하메드’라는 현지인을 차용하여 ‘빵을 구해 오라고 하던 날/ 그놈의 식성을 잘 몰라 내 팔뚝을 보여주며/ 긴장한 표정으로 / 이만한 걸로 사오면 되느냐고 되물었다//’ 자연스런 시어의 전개와 구어체의 열림이 매끄럽다.

 

  또 이어서 살펴보자.

 

  ‘한쪽 눈이 먼 전갈처럼/ 오만한/ 그놈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내가 살 길이라는 걸 벌써부터 알고 있다// 페르시아의 여인들이 피를 흘리며 걸었던/ 사막의 봄은 여간 까탈스럽지 않다// 빨간 선인장꽃이 웅성이며 선혈처럼/ 뚝뚝 떨어지던 날 밤에도/ 먼 산에/ 산비둘기 울음 그치지 않았다//

 

  전개하는 시재중에 전갈과 페르시아 여인의 피, 사막의 봄에 빨간 선인장꽃의 선혈. 이러한 리얼한 필치로 당당하게 써 내려가는 중견시인의 시력(詩歷)감성적 맥락은 시인의 카타리시스(Catharsis)를 표출시키는 대목이다.

 

  아래는 ‘원산댁’이라는 시이다. 함께 보자.

 

  삼십여 년 전 한창 때 내가 단골로 다니던 허름한 주막

  출입문에는 늘 빨간 글씨로 외상시절

  그 할매 하루 점드락 주전자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문지방을 넘나드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텐데

  할매 헐렁한 몸빼바지가 조금만 내려오기라도 하면

  수컷들 킥킥대며 난리가 났지

 

  원산댁 씩씩거리며 한참을 노려보는데

  총각놈들 바짓가랭이가 금방

  돌덩이처럼 단단해졌다

   - 황한섭 시인의 시 ‘원산댁’전문

 

  외송의 시 ‘원산댁’에서 보면 ‘삼십여 년 전 한창 때 내가 단골로 다니던 허름한 주막/ 출입문에는 늘 빨간 글씨로 외상시절/ 그 할매 하루 점드락 주전자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문지방을 넘나드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텐데//’(中略) 시편 휴머니즘(Humanism)에 풍기는 정련된 서정과 언어의 조탁미(彫琢美)가 김처럼 서려 있다. 서정적인 감동을 주는 동시에 남녀간의 희로애락의 삶을 담은 이분론적 장치가 고달픈 현실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청량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지는 시에서 ‘할매 헐렁한 몸빼바지가 조금만 내려오기라도 하면/ 수컷들 킥킥대며 난리가 났지// 원산댁 씩씩거리며 한참을 노려보는데/ 총각놈들 바짓가랭이가 금방/ 돌덩이처럼 단단해졌다//’ 해학과 조크의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대목은 독자를 흡인시키기에 충분한 원산댁 정경이다.

 

  이어지는 시는 ‘슬픈인연’이란 시이다. 같이 감상해보자.

 

  껍데기뿐인 사랑은 싫다며

  손톱을 깨무는 그녀의

  눈빛을 보았어요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훔치는 그녀가

  이젠 나의 여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우린 손을 꼭 잡고 꽃길을 걸었지만

  그 순간뿐이었어요

  함께 호수 위를 걸었지만 마냥

  땅만 보며 걸은 것 같아요

 

  당신을 사랑한 건 정말 잠깐이었어요

  우린 아이처럼 그만 첫눈에 반해 버리고 만 거지요

  당신이 부르던 아름다운 노래가 빗소리에 잠겨 들리지 않을 때

  길가에 홀로 피어 있는 나팔꽃을 보았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에게도 아픈 사랑이 있었겠지요

  사랑은 눈물이 마를 날 없는

  슬픈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 황한섭 시인의 시 ‘슬픈인연’ 전문

 

  ‘슬픈 인연’의 시를 보며 고대인들의 무사(Musa)가 생각이 난다. 일반적으러 뮤즈(Muse)를 무사(Musa)라 부르는데 이것은 ‘생각에 잠기다, 상상하다, 명상하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통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자매 여신들로 나타날 때가 많았기 때문에 복수형으로 무사이(Musai)라고 했다.

 

  슬픈 인연의 시의 서정성에서 서룬 언어의 메타포(Metaphor)가 애절하게 피어난다. ‘손톱을 깨무는 그녀의/ 눈빛을 보았어요/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훔치는 그녀가/ 이젠 나의 여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우린 손을 꼭 잡고 걸었지만/ 그 순간뿐이었어요/ 꽃길을 함께 호수 위를 걸었지만 마냥/ 땅만 보며 걸은 것 같아요//’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가 뮤즈(Muse)로 피어나 무사(Musa)를 연상하게 한다.

 

  다음에 감상할 시작품은 ‘눈길에는’이란 시를 함께 보자.

 

  눈길엔 아직도 새들의 이야기 소리가 호젓하게

  머물러 있고

  박새가 물어온 나락 모가지에는

  가을을 말리던 노인의 숨소리 길다

  청년이 콧노래를 부르며 지나던

  들판에는 영글다만 강냉이가 쭉정이로

  짧은 삶을 마감했고

  햇볕이 길어 행복했던 그 순간들을

  기억했으리라

 

  아마도 그립던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던 것처럼

  사분사분 그리움의 강을 건넜으리라

  눈길에는 필통을 잃어버린 아이가

  학교를 못 간 채 떨며

  아직도 그 필통을 찾고 있을 테고

  어머닌 그 아이를 기다리다가

  눈길에 갇혀

  서로는 그만 긴 이별을 하고 말았다는

  까막골의 전설

   - 황한섭 시인의 시 ‘눈길에는’ 전문

 

  외송 시인의 에꼬올(Ecole)은 서술적이면서 서정시로 응축된 메타포 시 이다. 눈길과 박새, 강냉이와 쭉정이, 필통과 까막골의 전설이 아련하게 눈물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아마도 그립던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던 것처럼/ 사분사분 그리움의 강을 건넜으리라/ 눈길에는 필통을 잃어버린 아이가/ 학교를 못 간 채 떨며/ 아직도 그 필통을 찾고 있을 테고/ 어머닌 그 아이를 기다리다가/ 눈길에 갇혀/ 서로는 그만 긴 이별을 하고 말았다는 까막골의 전설//’ 동심에 젖은 시어에서 지나온 삶을 관조(觀照)하는 모티브로 묻어나고 있다.

 

  끝으로 함께 볼 시작품은 ‘8월 장마’이다. 같이 시원(詩園)을 거닐어보자.

 

  저 장맛비에 갇혀 발버둥치다 꼼짝없이 죽는

  꿈을 꾸었다

  우리 아이들도 떠내려가고

  세간살이도 죄다 둥둥 떠내려가고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물난리에 재수없이 죽은 수리부엉이, 괭이갈매기, 장수풍뎅이, 모래무지, 민달팽이의

  영혼을 불러 모아 천지신명께 제라도 올려야겠다

 

  장대비에 놀란 오래된 참나무들이 헐레벌떡 산 아래로 급하게 도망을 친다

  아직도 제원면 용화리 하늘에는 천둥 번개가 요란하고

  용담댐 수마에

  깊은 어둠 속에서 수통리 작은 예배당이 물속에 잠겼다

 

  낡은 군복을 주워 입고

  빗줄기 속에

  허탈하게 서 있는 방앗간  염씨의 눈자위가 이내 붉어진다

   - 황한섭 시인의 시 ‘8월 장마’전문

 

  영국의 위대한 시인 ‘엘리엇’은 시인의 역할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했다.

 

  “위대한 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쓰면서 동시에 자기 시대를 그린다.”

 

  그래서 시인은 시대를 낳고, 시대는 시인을 낳는다고 했다. 2020년 8월 충남 금산지방에는 물난리가 있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는 장대비와 전북 진안에 자리한 용담댐에서 쏟아내는 물에 제원면과 부리면 하류일대가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 무렵 금강권문화예술인협회 황한섭 회장과 평자는 같은 회원인 이재휘 회원댁 수해현장을 방문하여 위로를 하였다. 이때 입은 수해에 대하여 외송 시인은 힘겹게 목울대 넘기는 처연함으로 ‘8월 장마’라는 시를 쓰게 되었다.

 

  실제 수해현장을 지켜본 시인의 눈으로 본 리얼한 시편에는 처연함이 스며있다. ‘저 장맛비에 갇혀 발버둥치다 꼼짝없이 죽는/ 꿈을 꾸었다/ 우리 아이들도 떠내려가고/ 세간살이도 죄다 둥둥 떠내려가고/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물난리에 재수없이 죽은 수리부엉이, 괭이갈매기, 장수풍뎅이, 모래무지, 민달팽이의/ 영혼을 불러 모아 천지신명께 제라도 올려야겠다/ 장대비에 놀란 오래된 참나무들이 헐레벌떡 산 아래로 급하게 도망을 친다/ 아직도 제원면 용화리 하늘에는 천둥 번개가 요란하고/ 용담댐 수마에/ 깊은 어둠 속에서 수통리 작은 예배당이 물속에 잠겼다// 낡은 군복을 주워 입고/ 빗줄기 속에/ 허탈하게 서 있는 방앗간  염씨의 눈자위가 이내 붉어진다//’ 엘리엇의 시인의 말처럼 위대한 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쓰면서 동시에 자기 시대를 그린 것이다. 자기 시대를 그리기에는 너무 아프고 상채기에 비명소리가 들라는 듯 하다.

 

  4. 중견시인에 농익은 서정성의 메타포 윤택한 결고운 시어의 조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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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2월 금강권문화예술인협회에서 출간하게 될 종합문예지『금강예예술』지와 함께 선 보이는 네 번째 시집『사막의 봄』외송 황한섭 시인은 충남 금산 추부면 다복로 ‘황금오리알 書室’에서 서정적인 향토시를 쓰고 있다. 청년시절부터 문학을 좋아하여 2005년 종합문예지 월간 한울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한국문단에 등단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대한예술인연합회 부회장과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부대표, 대전중구문학회 운영부위원장으로 활동한다. 더불어 2020년 창립한 금강권문화예술인협회 회장 겸 종합문예지 ‘금강예술’지 발행인이다. 그리고 한문과 서예필체가 뛰어나며, 2019년 충남문학상 및 해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대한레스링동우회 부회장과 축구를 즐기고 있어 그야말로 문무(文武)를 겸비한 시인이다. 대전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서 지역의 어둡고 그늘진 곳을 찾아 사회봉사를 하고 있다.

   2003년 충남 금산인삼축제 전국요리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고 현재 금산 추부면 다복로 696번지에서 ‘황금오리알 가든’에서 맛깔스런 시심식감(詩心食疳)으로 식도락객을 부르고 있다. 그간 발행한 시집은『당신의 꽃이 되고 싶습니다, 2007년』와『간이역, 2017년』『황금오리알 연가, 2020년』『사막의 봄, 2020년』등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충남 비단골 금산군 추부면 다복로의 궁벽한 산골에 거주하는 외송(頠松)황한섭 시인에 문학적 산실을 만났다. 평자와는 오랜 세월 금산 인연에 강을 따라 우정의 하모니를 아우르고 있다.

   

  세 번에 걸친 시집 작품해설을 쓰면서 뜻깊은 의미로 외송 황한섭 시인 시집 두 번째와 세 번째 시집 작품해설 리뷰(Reviev)를 하였다.

 

  두 번째 시집『간이역』‘낭만과 풍류 가객의 뒤안길 서정적 뮤즈(Muse) 황금오리알’이라는 주제로 쓴 시편은 단연코 압권(壓卷)으로 다가와 독자를 사로잡았다.

 

  이어 세 번째 시집『황금오리알 트롯』을 출간했는데 ‘속살깊은 데포르마숑(Deformation)정교한 델리카시(Delcacy)기법의 詩篇’의 주제가 돋보인 시집이었다.

 

  따라서 이번의 외송 황한섭 시인의 네 번째 시집『사막의 봄』에서 보여주는 데카당스(Decadence)문학의 농도짙은 시를 살펴보았다. 외송 시인의 특유의 시적인 매력과 카타리시스(Catharsis)가 담긴 서정적 자아 실현이다.

 

 또한 그의 노련한 레토릭(Rhetoric)의 메타포(Metaphor)반전은 중견시인의 농익은 서정성 메타포이다. 시편에 흐르는 윤택한 결고운 시어(詩語)의 조탁미(彫琢美)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외송 시인의 감성짙은 휴머니즘(Humanism)에 풍기는 정련된 서정과 언어의 에꼬올(Ecole)은 서술적이면서 응축된 메타포의 표본이다. 또는 동심에 젖은 듯한 시어에서 삶을 관조(觀照)하는 자태는 중견시인에 농익은 서정성을 보이고 있다.

 

 외송 황한섭 중견시인의 농익은 서정성 메타포 윤택한 결고운 시어(詩語)의 조탁미(彫琢美)로 빚어진 네 번째 시집『사막의 봄』에 작품해설을 붙였다. 앞으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 열 번째 시집의 황금오리알 시성(詩城)을 쌓기를 바라며 외송 시인의 시 ‘8월 장마’ 닫는 시로 부족한 붓을 놓는다.

 

□ 닫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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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에다 소나무로 집을 지으면

 

  방 하나에는 구들을 놓고 찜질방을 만들어

  돌아가신 어머니 따뜻하게 해드리고

  아침마다 병마에 시달리던 어머니 보약도 달여 드려야지

 

  대문에다 가는 커다랗게 아버지 이름도 걸어드리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정종을 따끈하게 데워

  술상도 보아 드리고

 

  아버지가 꿈에 그리던 고향얘기 마음 껏 하시게

  창도 크게 내어드리고

  앞마당엔 좋아하시던 포도나무도 몇그루 심어야지

 

  안방 벽에다 얼굴도 못 본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도 걸어 드리면

  아버진 밤마다 껄껄 웃으실 거야

 

  용맹한 사자로 길들여질지도 모른다

   - 황한섭 시인의 시 ‘8월 장마’전문

    

글쓴이/ 문학평론가 김우영 작가

  금강권예술인협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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