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수필] 피서는 누이손맛이 있는 순천으로

관리자 2018-07-17 (화) 11:57 5년전 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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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시인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순천본부장>

 

“아따! 더와서 미쳐 불겄네. 순천선암사계곡과 낙안읍성 아니면 순천만에서 땀을 식히고 쉬었다 가세”

 

이 말은 요즘 들어 많이 들리는 소리다. 선암사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난 후, 세인들은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는 말이다. 

 

초복이다. 초복을 맞은 사람들은 아침부터 쉼터를 찾기에 분주하다. 푹푹 찌는 염천더위를 피하고 몸보신을 하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특히 도시민들은 아스팔트에서 쏟아내는 열기와 자동차 매연으로 시달린 탓인지, 도시를 빠져나가 시원한 계곡이나 물가를 찾는 것이 통례다.

 

그런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순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산과 바다 그리고 강이 있는 순천시의 천혜적인 자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즉,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명승유적지와 엄마와 누이의 손맛을 직접 맛 볼 수 있는 전통음식이 있다는 것이다.  

 

예부터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은 맛과 멋을 알아야 했다. 아마도 맛과 멋은 삶의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생활터전에서 맛과 멋을 떨쳐버린다면 무의미한 삶이 아닐까 싶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갯벌풍류를 노래하는 시인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곳이 순천 땅이다.

 

청 갈대와 먹빛 갯벌이 펼쳐진 순천만의 여름은 시원함, 그 자체다. 아무리 땡볕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시원한 해풍과 갈대의 푸르름을 보는 순간 더위는 물러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갯벌에서 난 조개류와 해산물로 만든 엄마와 누이의 손맛은 게미와 그늘이 있다. 그 게미와 그늘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다.

 

이뿐 아니다. 낙안읍성의 팔진미비빔밥은 이순신장군과 얽힌 사연들이 전해질 뿐 아니라 낙안들에서 얻어진 여덟 가지의 진미가 있다. 다시 말해  팔진미(八珍味)는 '성대한 음식상에 올리는 여덟 가지 음식의 진귀한 맛'이다. 따라서 '낙안 팔진미'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낙안읍성을 방문한 이순신 장군에게 고을 주민들이 읍성 주변에서 나는 여덟 가지 귀한 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 데서 유래했다.

 

낙안읍성팔진미는 금전산 석이버섯, 백이산 고사리, 오봉산 도라지, 제석산 더덕, 남내리 미나리, 성북리 무, 서내리 녹두묵, 용추천어(불재 용소의 맑은 민물에서 자라는 물고기)다. 

 

멋과 맛을 아는 선인들의 이야기는 곧 현대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풍습과 다름이 없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먹고 입고 자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 풍류를 즐기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반면 뭔가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상징물이 아닐까 싶다.

 

순천만 갯벌에서 나는 해산물은 먹빛 그리움이 서성이고 엄마 누이의 손맛이 듬뿍 담겨있어  맛과 멋이 어우러져 있다. 청갈대 우거지고 해풍이 불어오는 순천만국가정원에는 풍류와 함께 더위를 식히는 미량요소가 함유돼 있다.

 

무더위에 지친 지인들의 입에서 더위를 식히는 별의별 방법을 다 들먹인다. 하지만 맛과 멋이 가득 담긴 음식물을 먹지 않고서는 피서지의 효과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엄마와 누이의 손맛이 제대로 전수되고 있는 순천갯벌의 전통음식과 풍류를 즐겨봄이 어쩔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누이의 소금꽃”이라는 졸시를 게재해 본다. 

 

산천을 훑고들판을 쓸어강물을 따라새하얗게 바다에 핀누이의 소금꽃을 아는지

거무스레한 갯벌 뒤집고 뒤집어백파로 되살아난 짭쪼름한 단맛누이의 손끝에서 우러나는 그 맛을 보았는지

지가심 간하는 누이의 예쁜 손흩어 뿌리는 미학을 배웠는지눌러 숨죽이는 법을 익혔는지송알송알 맺혀진 땀꽃을 피우다가사근사근 삭혀진 김치꽃을 보았는지 

누이의 소금꽃 끝에는 썰물과 밀물이 바다울음으로 나들고죽어가는 것도 살아나는 것도 되풀이 한다는 것을

아는가 누이의 손끝에서 우러나는 손맛을보았는가 누이의 소금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