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만난 사람) 이강현 시집 ‘비가 새는 하늘도 있구나’를 중심으로

김우영 2020-05-14 (목) 18:43 3년전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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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는 시

비가 오면
바다는
허리부터 감겨오는
원시의 성교(性交)

널름대는 혀로
육지를 애무하며
거세게 일렁이는 가슴으로
이 땅의 아픔 껴 안고
하늘 향해
일어서는 바다

들썩이는 어깨 누르고
힘 찬 율동
더 깊게 몰아쳐
억압벗고
육지로 오르는 자유

멍든 가슴 닦으며
의연하게 일어서는
우리의 바다
    - 이강현 시인의  ‘비가 새는 하늘도 있구나’ 시집중에서 全文

 1. 이강현 시인님과 41년 사제동행(師弟同行) 인연의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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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들어가는 시 ‘비가 새는 하늘도 있구나’는 이강현 시인님이 1990년 12월 1일 서울 ‘우리문학사’에서 펴낸 시집속에 담긴 작품이다. 시집 말미에서 임관수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냉소적인 표현에서 비 오는 날도 있을 수 있으며 현실속 불행을 감지하고 시인은 행복을 갈구하고

있다. 그래서 비가 오고 즉 현실이 암울해지면 그 존재가치를 시적 고뇌로 표출한다.”

  이강현 시인님과 평자(評者)와 인연은 지난 2015년 3월 중부대학교 인문산업대학원 한국어교육학 석사과정 강단에서 최태호 한국어학과장님 소개로 사제동행(師弟同行)으로 만나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학연(學緣)이 오늘날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시인님과 인연에 시공(時空)을 살펴보니? 지난 41년 전 1977년부터 1980년 까지 고등학교 사제동행이란 깊은 인연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40여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그저 하늘에 고맙고 최태호 교수님과 살가운 인연에 감지덕지 할 뿐이다.

  그러니까 1977년 부터 이미 이강현 시인님한테 문학적 기초소양을 지도받아 지금의 문학박사로 다듬어주시는 곤고한 시절 학연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앞으로 더 겸손하고 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40여년을 다듬어주신 은사님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이 든다.

  이런 은사님 시집 ‘비가 새는 하늘도 있구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일은 행운이라 생각된다. 시심(詩心)여행에 함께하자.

 2. 예지(叡智)의 도(道)닦는 이강현 시인님은 구도자(求道者) 길,  할 말 많은 세상 체험의 언어와 내면세계 정서투영 시원(詩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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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현 시인님의 ‘비가 새는 하늘도 있구나’ 자서(自序)에서 언급했듯이 ‘예지(叡智)의 도(道)닦는 구도자(求道者) 길, 할 말 많은 세상 체험의 언어와 내면세계가 정서투영된 명징(明徵)한 시작품들이라고 먼저 말하고 싶다.

  비, 바다, 바람, 수수단, 가을, 단풍, 꽃 같은 자연전령사를 도입 시대의 아픔을 체험하고 거기에서 오는 고뇌를 시로 한 단계 승화시키려는 모습이 투영된다. 또한 시어의 간결성과 관조의 내면이 서린 시각의 메타포(Metaphor)로 끌어올리는 시력(詩歷)은 그간의 연구한 인문학의 달관자로 평가된다.

  그럼 이강현 시인님의 시원(詩園)을 거닐어 보자. 아래는 시 ‘새벽비’ 전문(全文)이다.

  비와 어머니로 문을 연 시는 새벽산과 징징우는 소란한 여명, 북으로 끌려간 아버지 이야기를 하다가 어머니는 모시옷으로 곱게 단장하고 새벽하늘로 간다. 이런 시문장이 이강현 시인의 독특한 카타리시스(Catharsis)라고 볼 수 있으며, 현실세계에 대한 냉소적인 관조가 하늘 또는 희원사상(希願思想)을 이분법으로 배치 승화하며 용해되고 있는 것이다.

비만 오면 어머니는 조용히 머리를 빗었다

새벽산이 징징우는 소란한 여명
북으로 끌려간 아버지는 소식이 없는데
어머니는 모시옷으로 곱게 단장하고
이 땅의 한 무리져 오는 하늘을 보며
머리를 빗었다

임자 잃은 땅을 휩쓸고 내려온 빗물이
아버지의 발자욱 소리가 되어 동녘 창을 때리면
어머니는 몸을 털며 일어서는 안개가 되어
바람이 우는 새벽
하늘로 간다
   - 이강현 시인의 시 ‘새벽비’ 全文

  다음은 ‘1980년 겨울’이란 시이다. 시대의 암울한 현실, 노뇌 등이 슬픈 언어로 시인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다. 감히 용해 할 수 없는 현실을 시인은 희원이라는 출구를 항하여 몸부림치고 있다. 이를 보고 흔히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고 하던가! 현실존재 가치에 대한 시인은 아련한 눈망울속에서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상성을 향한 시인의 유니크(Unick)한 레토릭(Rhetoric)의 수작(秀作)으로 돋보인다.

겨울에 일어서는
아침은 절망으로 왔다

거세게 밀어닥쳐
마른 잎새 소리내며
부서지는 몸짓
발길로 걷고
정적으로 덮는 위선
덜 깬 불빛 내몰며
부랑아처럼 와서
하루를 매어 달면
핏빛 말린 들녘으로
눕는 절망

덜 턴 수수단 위로
스러지는 가을 위로
허울 덮는 소란한 폭풍

매섭게 부딪쳐오는
거치른 손길로
소스라쳐 젊음 묶어
비웃으며 새우는
서러운 연기
1980년 겨울의 아침은 서글픔으로 왔다.
   -이강현 시인의 시 ‘1980년 겨울’전문

  다음은 ‘망월동 가을’ 이란 시를 함께 보자. 여기에서의 시적 상황파악을 위한 관조의 자세를 유지하며 이를 초월하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가고 친구와 사이를 바람 앞에 시인의 서정적 자아가 절망에 빠진다. 생사의 갈림길 다리위에서 친구는 돌아가라고 손짓한다. 시인은 이러는 가운데 허무의 강에 빠져 아파하고 있다.

말없이 건네는 술잔 위로
그림처럼 모양 내민 척박한 절망

모두들 일어서서
채워 오는 골목 그 깊은 자리에 서 있어도
이제 나를 잡는 너는 없었다

흔들리며 다리 위를 갈 때
다리를 먼저 건너는 넋의 아픔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너의 모습은
불켜진 창문 너머로
바람처럼 안겨오며
고개 숙인 처절한 넋
그러나 이제 5월도 지나
별이 빛나는 밤에도
너는 보이지 않았다
비 내리는 날에
너는 이야기 할 것이다
돌아가라고
돌아가라고
그러나 돌아갈 곳이 없다
이 땅 어느 곳에도 없는 너를
찾아 나설 곳은 없다

바람이 분다
가을의 망월동에도
모두를 잃은 척박한 가슴에도
눈물처럼 바람이 분다
   - 이강현 시인의 시 ‘망월동 가을’ 全文

  아래는 시인의 작품중에 비교적 고뇌에서 다시 사건들을 반추하며 관조의 경지를 승화시키려고 노력하는 ‘단풍’이란 작품이다.

  ‘(前略)밑에서 오르는 열기 닦고/ 하늘시 내리는 불꽃담아/ 아프게 피어오른 성숙// 거세게 부는 남녘바람에/ 저며오는 갈등 견디며/ 바타오는 넋/ 오늘은 거리 위로 피었다// (中略) 눈시리게 쏟아지는/ 허무 담아/ 예약없이 오는/ 별빛 묻어/ 이 땅에 져서 핑 아름다움/ / 그들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승화시켜 고귀하게 죽어간 이들을 단풍으로 승화시키려는 포용력과 인간성회복의 휴머니즘(Humanism)을 보여주는 좋은 대목이다.

선연한 빛 머금어
이 땅 위로 핀 가을꽃

밑에서 오르는 열기 닦고
하늘시 내리는 불꽃담아
아프게 피어오른 성숙

거세게 부는 남녘바람에
저며오는 갈등 견디며
바타오는 넋
오늘은 거리 위로 피었다

눈 시리게 쏟아지는
허무 담아
예약없이 오는
별빛 묻어
이 땅에 져서 핀 아름다움
   - 이강현 시인의 시 ‘단풍’ 全文

  끝으로 이번에는 이강현 시인님의 ‘야초’라는 시이다. 함께 거닐어보자.‘

바람이 부는 날만 골라 일어나는 들풀이고 싶다
모두들 잠들어 파한 곳부터 일어서서 걸을 수
없는 숙명으로 하늘에 매어 달려
밤 늦게까지 이슥하게 우는 넋이고
싶다
흔들거려 가슴을 치고, 일어서서 가슴으로
껴안는 이 새벽을 지키는
깨어남이고 싶다
거울이 없어도 하늘을 보며 자신을 가꾸는 빛깔
있는 들풀로 태어나
소리를 삼키고 우는 모든 사람들 곁에
비 오는 날만 골라 눕는 들풀이고 싶다
밟혀도 일어서는 작은 몸짓을 가지고 멍 들어도
깨어지지 않는 순수로
이 시대를 지키는 작은 넋이고 싶다
하늘을 가르는 아픔도, 몸이 마르는 가을의
서러움도, 안으로 삼키며 우는 작은 세상이고
싶다
모두들 서서 걸을 때 조용히 눕는 들풀이고 싶다
   - 이강현 시인의 시 ‘야초’ 전문

  시인은 시대의 아픔인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지식인의 고뇌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어의 행열마다 ‘~이고 싶다’는 어휘로 이색적으로 시어를 배치했다.

  ‘바람이 부는 날만 골라 일어나는 들풀이고 싶다/에서 존재의 확인과 바람과 새벽, 하늘과 빛깔 등 들풀이고 싶다는 여운처리로 다양한 변주곡을 연출하고 있다. ‘비 오는 날만 골라 눕는 들풀이고 싶다’는 희생적 존재와 ‘모두들 서서 걸을 때 조용히 눕는 들풀이고 싶다’는 관저와 냉소적인 자세에서 시대의 아픔을 문학적 가치세계로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컨데, 즉 시인의 상승과 하강 갈등근원은 상승의지가 강하기보다 하강에 대한 대항의식의 표증이다. 상승의지에 시어 조탁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강현 시인님은 예지(叡智)의 도(道)를 닦는 구도자(求道者)길에서 시를 썼으며, 할 말 많은 세상 체험의 언어와 내면세계 정서가 투영된 시원(詩園)이라고 볼 수 있다.

 3. 독립군 이화춘 장군의 손자, 광주민주화 운동의 주역 이강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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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중부권 현학들의 요람으로 일컫는 중부대학교 이강현 시인이자, 교수님은 1954년 출생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학사를 졸업하고 이어 세종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를 거쳐 동 대학원 문학박사 마치고 1994년부터 중부대학교 방송영상학과 교수, 한국어학과 교수, 교무처장, 학생처장 등 요직을 역임하였다.

  사회활동은 한국청소년동아리연맹 이사장을 비롯하여 한국문인협회, 세종포럼 상임대표, 교육과학부 연구책임교수, 미래창조부 국책과제 연구책임교수, 농수산식품부 국책과제 연구책임교수, 연구저서 현대소설의 자의식(전문학술도서)외 7편, 시집 ‘비가 새는 하늘도 있구나’ 등과 40여편의 논문발표, 수상은 생활지도유공 문교부장관상, 5.18 민주화 국가유공자, 대통령 홍조근정훈장 등이다.

  또한 이강현 시인님은 시대의 아픔으로 자리매김한 5.18민주화운동의 주역 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인권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5.18민주화유공자로 등록되어 있다.
 
  이강현 시인님은 지난 5.18민주 항쟁 당시 전북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며 인권신장을 위한 노력을 하였다. 또한, 이강현 시인님은 독립군 이화춘장군(건국훈장 애족장수훈)손자로 국가 유공자 후손이다.

 □ 시대의 아픔을 희원의 강으로 승화한 이강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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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는 사상과 감정의 주관적 이미지를 운율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이다. 저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는 자연의 모방’이고 영국의 극작가 ‘세익스피어’는 ‘연극은 일생의 거울’에 비유했다.

  시의 표현기법에서 비유와 은유, 직유, 대유와 상징법 같은 메타포의 레토릭 수사학을 자연과 인생에서 체험한 생각과 느낌을 통해 율문적인 언어로 압축 형상화하는 것이 시의 창작문학의 양식이라고 볼 때 이강현 시인님의 시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의 말을 소개하면서 시대의 아픔을 희원의 강으로 승화한 이강현 시인님에 대한 부족한 소감을 접는다.

  “시인은 어떤 방법으로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시대와 혼연일체가 된다. 시대는 시인을 만들고 시인은 시대를 위해 만들어졌다.”  

 

글쓴이/ 문학박사 김우영 작가
한글세계화운동연합 대전본부장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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