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작가가 만난 사람(충남 논산 편)놀뫼골 선비시인 전민호 시인과 함께 아름다운 춘사월 호시절의 밤

김우영 2020-04-03 (금) 14:31 4년전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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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산 전민호 시인         

  시집『아득하다, 그대 눈썹』 

 

  1년중 가장 아름답다는 봄이건만 우리들 마음은 아직 봄이 아니다. 언필칭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No flowers and grass in this land, I can't feel spring as spring)이다. 봄이 왔지만 봄같지 않게 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유는 ‘코로나19(SARS-CoV-2, Corona viridae)탓이다.

  지난 2019년 대한민국 외교부 한국해외봉사단 일원으로 출국하여 아프리카 탄자니아 외교대학 한국어학과에서 소임을 마치고 올 봄에 귀국하였다. 열사의 남쪽나라에서 고생하고 귀국하여 편안히 쉬어야 하는데 고국의 상황은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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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湖北) 우한(武漢)에서 폐렴이 시작되어 한국어 건너오고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유럽과 미국, 중남미, 아프리카로 번지자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1일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세계 대유행)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고국을 떠났다가 귀국하여 그간 그립고 만날 사람이 있건만 ‘코로라 19’라는 괴물에 함몰되어 방콕에 운둔생활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평소 오랫동안 호형호제하며 잘 지내는 논산계룡교육지원청의 이희빈 과장한테 연락이 왔다.

  “형님 귀국하시고 적적하실 터 인데 논산에 다녀가세요. 논산시청 전민호 국장님이 계시는데 시를 잘 써요. 전 시인님을 소개하여 드릴께요. 그리고 논산의 맛있는 음식과 막걸리 대접할께요?“

  격조하고 반가운 마음에 맞장구를 쳤다.

  “그려, 아우님 나도 보고 싶네. 또한 훌륭한 놀뫼 시인도 소개하여 준다니 갈께. 고마우이!”

  이렇게 불현듯이 약속되어 4월 2일(목) 이른 저녁. 대전에서 김근수 시인과 박관식 시인이 동행속에 서대전역에서 무궁화 기차를 타고 논산을 향하였다. 일행을 태운 기차는 뚜-- 기적을 울리며 플렛트홈을 떠난다. 달리는 기차에서 창밖을 보니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울긋불긋한 각종 야생화가 화사하게 산야에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일행은 송화가루 날리는 춘사월 호시절 이른 저녁 여행 분위기를 만끽하며 달렸다. 계룡역과 개태사역을 지나 30여분 만에 논산역에 기차는 가쁜 숨을 내쉬며 끼이익--  하고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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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논산은 지난시절 눈물의 서정시인 박용래 시인과 천재적 시인으로 불리는 김관식 시인의 고향으로서 문향(文鄕)이어서 살갑고 정겨운 고장이다. 스무살 청바지 문학청년시절 이 고장의 대표적인 권선옥 시인를 비롯하여 논강 김영배 수필가, 김종우 시인, 김진성 시인, 맹남섭 시인과 공주 나태주 시인 등을 종종 만나던 추억어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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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사한 꽃의 봄기운과 후끈한 봄내음을 담고 달리는 기차는 논산역에 도착하고  플렛트 홈 까지 이희빈 과장과 전민호 국장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대전 김우영 작가님과 김근수 시인님, 박관식 시인님. 문화예술의 고장 우리  논산 방문을 환영합니다.”

  “아이고 고마워요. 역내까지 나와 영접을 해주어 반갑습니다.”

  일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미리 예약된 역 근처에 있는 해월로 210번지 반월동 ‘엄지식당’으로 갔다. 식당에는 푸짐한 상차림이 준비되어 있었다. 반가운 맘에 논산 양촌 막걸리와 돼지고기 수육, 오징어 무침과 두부부침을 상추에 싸서 맛있게 곁들여 시식을 했다.

  김근수 시인과 박관식 시인이 풍성한 성찬을 보고 탄식을 한다.

  “아, 이 맛이란! 구수하고 감칠맛이 입안에 감기는 식감이네요!”
 
  그러자, 이희빈 과장이 말한다.

  “여기 오징어와 고기는 전민호 국장님이 직접 시장에서 구입하여 이곳 식당에 조리를 부탁하였기에 더욱 맛있을 겁니다.‘

  “오. 이런 정성이 있나요? 고맙습니다. 맛있게 잘 먹을께요.“

  “짝짝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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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행은 살가운 만남의 반가움과 맛난 음식에 반하여 건배사를 외쳤다.

  “봄날 청명해서 한 잔, 꽃이 피었으니 한 잔,  기분이 경쾌하니 한 잔. 자, 쭈우욱--- !”

 

  “술과 시, 노래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평생을 바보로 보낸답니다. 건배--!”

  “인생은 짧다. 그러나 술잔을 비울 시간은 아직도 충분하도다. 건배에---!”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고 인간의 가슴에는 따스한 사랑이 있다. 마시자--!”

 

  일행은 정겨운 논산 황산벌 너른 들판과 자연풍광에 대한 이야기와 문학이야기를 꽃피우며 맛과 멋이 어우러진 봄밤의 분위기를 오손도손 즐겼다. 맛있는 음식이 소진될 무렵 논산의 유명한 빠알간 딸기를 전민호 시인이  내놓는다. 이 뿐이 아니었다. 전민호 시인의 첫 시집『아득하다, 그대 눈썹』에 자필 서명과 함께 즉석이 재치있는 인사글, 또 논산의 명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마스크 2셋트 4개’를 대전에서 간 일행에게 각 각 선물을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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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공자풍으로 잘 생기고 깔끔한 외모에 품성까지 따뜻한 정성 마련의 선물에 일행은 감사의 말을 나누었다.

  “역시 전민호 국장님입니다. 아무나 시청 국장님 하는 게 아니군요? 고맙습니다.’


  “요즘같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수상한 시절에 마스크 선물은 금보다 더 귀한 선물이어요. 감사합니다.”

   “역시 맘 따스한 전민호 시인의 정성에 감복했어요. 고마워요.”

  풍성한 먹거리와 근사한 자리에서 즉석 시낭송과 노래로 분위기를 한껏 띄우며 맛깔스런 논산 양촌 막걸리에 흡족한 대접을 받고 대전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아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 앞에서 인사를 나누려고 했으나 논산역까지 배웅을 하겠다는 전민호 시인과 이희빈 과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남의 기쁨, 맛난 음식, 고마운 선물까지 받아들고 기쁜 맘에 논산역 플렛트홈으로 발길을 돌렸다. 4월의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일행은 가벼운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다.

 

  서대전역을 향하여 밤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기차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전민호 시인의 시집『아득하다, 그대 눈썹』을 살갑게 열었다. 한국전통 서정시의 시인정신을 절묘하게 변주하고, 득음의 경지이며 해탈의 절창이라는 시집 94쪽 ‘시(詩)방’이 꽃잎처럼 시나브로 열리고 마침 창가에는 기찻길 옆 벚꽃나무 아래로 하염없이 꽃잎이 날리고 있었다.

꽃잎이
나무를 떠나는지
나무가 꽃잎을 버리는지
시방 꽃눈이 날린다

나무는
꽃잎을 떠나는데

오래
비어있는 가슴에
바람이 분다
   - 전민호 시집 『아득하다, 그대 눈썹』제4부 ‘벼루도 묻어야지’ 중에서 ‘시(詩)방’ 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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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다, 그대 눈썹
                                
                    전민호

아득하다, 그대 눈썹
간절하게 머물던 날들
달빛에 어린 잎새
떨고 섰는 그림자

보고 싶다, 그대 이마
겨울은 서서 언덕을 넘는데
온기없는 방으로 돌아올 때 마다
주저앉는 슬픔

걱정이다, 젖은 치마
기적없는 밤기차로 보낸 날들
그대 떠난 철길 위에
폭설은 내려도
묻어지지 않는 그리움


이 또한 지나가기에


눈 오고 추워 아랫목에 있는데
고단한 날들을 쉽게 견디려는지

산수유 피어 설레고 기쁜데
행복한 순간이 그냥 스쳐 가는지

무성한 청춘은 산하에 가득한데
못 오는 시절, 쓸모없이 보내는 건지

구월은 와서 보고 싶어 갔는데
그리운 모습은 이대로 잊어지는가


산목련

저만큼
그대도 환했지

오래 아니 본 듯
돌아서는데

꽃잎 위에 내리는
저녁


그리고 놀뫼

백두산 천지물이 한라산 백록담까지
직진으로 흐르고 동해 호미곶에서
곧장 서해 외연도에 닿으면 만나는 터
여기가 한반도 단전 놀뫼이더라

옥녀봉 갈물에 치맛자락 적시면
아침마다 갈매기 비단강 거슬러와
끼륵끼륵 슬픈 전설 부리고 가는
강 마을이더라

탑정호에 철새는 날아가고
계백을 따라와 뚝뚝 능소화로 져버린
황산벌엔 별이 떠서 새벽안개 흐르는 산성마다
고운 빛 스러지는 언덕이더라

갓난 애기 손 같은 반야산 기슭
풀물 배인 옷깃에 풍경소리 번지면
아주 잊고 산다던 그대 그리워
헬쓱한 그늘로만 숨어오던 산길이더라

들은 넓고 산은 저만큼 멀어
어디가나 옹색한 곳이 없는
그리하여 웅색한 마음조차 찬바람이 채가버린
휘휘 걸음마다 선비다운 들길이더라

한반도의 기운이 자리한 시종의 터
맺음으로 슬프고 시작으로 기뻐서
돌아와 샛강에 발을 씻고 계룡산을 베고 누워
가이없는 꿈을 꾸는 사랑채이더라

(전민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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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도 선비상과 전통서정 시혼(詩魂(시혼)을 올곧게 담아낸다는 전민호 시인은 논산에서 태어나 은진초등학교와 기민중학교, 논산고등학교를 나와 중경공업전문대학 건축학과, 건양대 행정학과, 충남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학했다. 뜻한바 있어 국가경영에 참여하고자 1985년 서울 강동구청에 공무원으로 첫발을 디뎠다. 그 후 부친의 부름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와 현재 논산시청 동거동락 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문학활동은 놀뫼문학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였으며 저 저난해 계간시전문지『애지』여름호에「외딴집」외 4편이 나태주 시인의 추천으로 한국문단에 등단했다. 첫 시집『아득하다, 그대 눈썹』은 한국전통 서정시의 시인정신을 절묘하게 변주해내고 있으며, 득음의 경지이고 해탈이고, 절창이라는 문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 추천의 글​

 바람의 손이 되고 구름의 발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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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나태주

  전민호 시인은 오래 전 부터 시인이었습니다. 태생이 시인이고 체질이 시인이란 말 입니다. 그런데 그만 게으름이 길었습니다. 그 게으름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나 입니다. 늦게나마 부추겨 새워놓았으니 이제부터는 게으름 피우지말고 부지런히 멀리까지 가 주기 바랍니다.

  전민호 시는 매우 간결하고 겸허합니다. 어디서 이런 간결과 겸허가 나왔을까요? 아무래도 같은 논산 출신 시인인 박용래 시인을 떠 올립니다. 그럽습니다. 그의 시에서는 박용래 시인의 숨결을 다분히 느낍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말은 칭찬의 말이 아닙니다.

  우선은 출발이 그러하고 체질이 그렇다는 말일 뿐 입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나의 경험을 비우어 말하던데 시란 대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대상이 아닙니다. 여간해서는 그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전민호 시인! 시의 진면목을 보기위해 매진하십시오.

 첫 째는, 부지런함이고, 둘 째는 영혼의 깊이까지 시를 찾아 떠나는 언어의 공부입니다. 그리하여 끝내 그 누구도 흉낼 수 없는 자신만의 시를 만났을 때 죽어도 죽지않는 존재가 될 것 입니다. 그렇습니다. 죽어도 죽지않는 시인이 되십시오. 또 다시 나의 축원입니다.

  전민호 시인! 당신은 끝내 그 일을 해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모질어야 합니다. 맑기도 하고 아득하기도 해야 합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부가 중하고 급합니다. 당신은 그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믿고 또 믿는 마음으로 당신의 등을 밉니다.

  자, 가십시오. 바람의 손이 되고 구름의 발이 되어서 갈 수 있는 데 까지 멀리 아득하게 가십시오. 사람이 한 번 세상에 와서 그런 길을 시도해보지 못하고 떠남도 어리석은 일이고 답답한 노릇입니다. 당신은 그 일을 충분히 헤낼 수 있습니다. 다음번 시집에는 더욱 독한 당신만의 향기를 담으십시오.
            (충남 공주 풀꽃문학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