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 지난 밤사이 꺼이이—꺼이이— 울더니 기어히?
異域萬里 타국에서 외로워 만난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후추'

김우영 2020-01-04 (토) 23:36 16일전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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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영(한국어 문학박사)

   

  □ 여는 詩

 60여일 母體胎盤 영양을 공급받고

그리도 원했던 아름다운 세상나들이

그러나 이 세상 弱肉强食 험난한 세상

불과 며칠 살아보겠다고 어미젖 열심히 빨더니

지난밤 꺼이이-- 꺼이이--

처연하게 어미품에서 울부짓더니

기어히 기억 저 편으로 사라졌느니

말없이 허망한 눈망울 껌벅거리며 가슴에 안고

바라보던 처연한 어미의 모습 잊을 수 없으리

한 순간 바람같은 소풍길 세상나들이

가면 가고, 오면 오는 것이려니ㅡ

이것이 어디 야생 동물세계일 뿐이랴?

우리네 삶도 같을 지리니 

         - 자작시 '소풍길 같은 세상나들이'

  1. 이역만리(異域萬里) 아프리카 동인도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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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 대전 한밭벌 문화동 앞마당 한 켠에 서 있는 감나무 푸른잎에 햇빛이 쏟아지며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19년 8월 19일. 그간 뜻한 바 있어 '한국어 자원봉사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고국 인천공항을 새벽에 출발하여 이역만리(異域萬里) 아프리카 동인도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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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와 문화가 낯선 땅에 와서 겪는 괴리감과 어려움이 많았다. 학교와 숙소는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 나라는 남극 적도에 있어 1년 365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와 바람, 모래, 흙먼지로 주변이 뿌옇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륵— 주르륵--. 한국보다 햇빛이 몇 배 무더운 가마솥  더위이다.

  2. 외로운 지구촌 나그네와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후추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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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 자리를 잡은지 얼마지나 숙소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어떤 고양이가 한 마리가 어스렁 어스렁거리며 시나브로 다가왔다. 2~3살 정도 보이는 아프리카 야생 암고양이였다. 배가 쏘옥 들어가 배가고파 보였다. 안스러워 햄쏘세지를 던져주었더니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금새 먹는다.

  그 후 아침 저녁으로 먹이를 주었다. 그리고 오가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좋다고 다가와 몸을 부비며 애교를 떤다. 더위와 바람, 모래, 흙먼지이는 대륙광야에서 보듬어주는 인정이 그리웠으리라! 아프리카 광야에서 누가 밥을 챙겨 주겠는가? 야생에서는 먹이가 없으면 굶고, 기아로 죽는 게 동물의 세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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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만나 인연이 되어 이제는 아예 숙소 앞을 지키고 앉아 같이 생활하는 한 가족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면 야오옹—- 하고 인사를 한다. 학교를 갈 때 '다녀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하면 눈을 깜박거리며 숙소 입구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것이다. 또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근에서 놀다가 긴 꼬리를 치켜세우며 펄쩍펄쩍 뛰어온다. '잘 있었니? 그래 반갑다' 하면 다가와 다리에 머리를 부비며 애교를 떤다.

  그렇치 않아도 이역만리(異域萬里) 낯선 대륙, 아는 사람하나 없이 외로운 타국에서 의지하며 잘 지내면 좋을 것 같았다.

  야생 고양이 이름은 고국 아내가 아프면서 반려견으로 입양하여 키우는 푸들 '후추' 이름을 따서 '후추'라고 지었다. 숙소 인근을 산책 할 때 같이 가지고 손짓하면 촐랑촐랑 따라온다. 이러니 낯선 동양의 외로운 지구촌 나그네가 이뻐하지 않을 수 없으리!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후추와 같이 생활한지 두어 달 만에 새끼를 배었다. 임신으로 배가 불룩하여 힘들어하여 먹이를 더 주고 알뜰히 챙겨주었다. 그러던 후추가 갑자기 2일간 안보였다. 새끼를 분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아침 저녁으로 숙소부근 골목골목을 다니며 찾았다.

  "후추야 어디로 갔니? 후추야—- 후추야--"

  다른 때 같으면 뛰어와 반가워 할 후추가 2일간 안보였다. 학교에 가서도 오로지 실종된 후추 걱정을 했다. 그러던 3일차 아침 숙소 입구에서 '야아옹--" 하는 소리가 들려 반갑게 뛰어나가 후추를 끌어안았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후추야, 어디 다녀왔니? 후추야—후추야-- 반갑다!"
  "야오옹— 야오옹--!"

  끌어안고 배를 만져보니 만삭이던 후추가 배가 홀쭉하였다.

  "어? 새끼를 낳았구나? 음 잘했다. 어디에 낳았니?"
  "야오옹— 야오옹--!"
 
  3. 후추가 선택한 지혜로운 항아리 화분 분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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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추 배가 홀쭉하고 핼쓱해 보였다. 출산직후라서 아직 양수가 흘러나오고 있어 휴지로 닦아주었다. 새끼 난 장소를 알아보기 위하여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후추가 숙소 옆쪽으로 가기에 뒤를 따라갔더니 50미터 정도 떨어진 남의 숙소 앞 항아리 화분으로 올라가더니 쏘옥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래서 살금살금 따라갔다.

  "아뿔사……? 후추가 여기에 새끼를 낳았구나!"

  항아리 화분 안을 들여다보니 고양이 새끼 네 마리가 옴실옴실거리며 어미품에 안겨 젖을 빨고 있었다. 앙징스런 새끼에게 젖을 빨리고 있는 후추를 보니 눈물이 핑— 돈다.

  "아, 여-- 여기에 새끼를 낳다니? 이곳을 생각하지 못하고 2일간 찾았구나? 생명의 잉태가 참 숭고하구나! 후추야 수고했다. 잘 했다. 정상적인 새끼 분만을 축하한다. 잘 키워라."

  숙소 부근 여러 개의 항아리 화분중에 후추가 선택한 분만실은 깊이나 외부 침입자로부터 보호받기 좋고, 사람의 손길을 피하는 곳으로서 안성맞춤한 최적의 분만실이었다. 아마도 후추가 분만 전에 여러 개 항아리 화분을 미리 사전 조사하여 선택하였다는 지혜로움에 놀랐다.

  후추의 항아리화분 분만으로 쥔장이 바빠졌다. 숙소 앞이 아닌 50미터에 떨어진 남의 숙소 앞 항아리 화분이 후추 분만실이어서 아침 저녁으로 다니며 밥을 주고 보살펴야 했다. 한밤중에도 후레쉬를 들고 수시로 항아리 화분 분만실을 다니며 보살폈다,

   50미터 거리에 있는 항아리 화분 분만실을 다니기가 번거로웠다. 그래서쥔장 숙소 앞에 종이박스 분만실을 만들어주고 후추와 새끼 네 마리를 조심스럽게 옮겼다. 여기에 먹이와 물을 주고 아침과 저녁, 밤으로 수시로 들여다보며 보살폈다.

  그러다가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후추가 낳은 새끼 중에 한 마리가 분만한지 3일만에 죽었다. 또 며칠 후 한밤중에 어느 큰 고양이가 숙소 앞 박스분만실을 습격하여 새끼 두 마리를 물었다. 한밤중에 숙소 앞의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나갔으나 이미 큰 고양이는 사라진 뒤 였다.

  약육강식(弱肉强食) 야생 세계의 섭리라지만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이 습격으로 한 마리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나머지 한 마리 검은새끼는 머리와 어깨, 목을 물렸다. 어미젖도 먹지못하고 시름시름 보름정도 아파했다.

  검은새끼가 아파 비실거리자 숙소 문을 잠그지 않고 창문에 모기장만 걸친 채 문을 열어 놓았다. 지난번처럼 한밤중에 큰 고양이 습격이 있으면 뛰어나가려고 했다.

  4. 지난 밤새 꺼이이— 꺼이이— 울더니 기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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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머리와 목, 어깨까지 물린 까만새끼가 꺼이이—- 꺼이이—- 울었다. 가끔 새끼들이 작은 소리로 짓기는 했지만 머리를 물린 검은새끼 울음소리는 유난히 서럽고 처연하게 들렸다. 어미가 누워 품안에 우는 새끼를 끌어안은 안스러운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어미젖을 먹지못하고 온몸이 쳐지는 것을 봤을 때 오늘밤을 못넘길 것 같았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차리고 유언이나 의상을 정갈하게 갈아입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새끼도 스스로 생을 마칠 것을 알고 밤새 꺼이이—꺼이이— 울었단 말인가? 어미 후추는 울부짓는 검은새끼를 품안에 안고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후추야 미안하다. 한국 같으면 동물병원에 가서 살리고 싶다만 이곳 아프리카에서 어찌할 수 없구나. 생의 문턱에서 울부짓는 모습을 바라보아야 하니 참으로 맘이 아프구나!"

  밤새 숙소 앞에서 꺼이이—-꺼이이—- 하는 검은새끼의 처연한 울부짓는  그 소리는 쥔장의 가슴을 후비는 아픔이었다. 1시간 간격으로 숙소 문을 열고 파란박스 분만실을 들여다보여 확인하며 잠을 설치었다.

  아프리카 동인도양에 해가 뜨고 눈부신 하루를 여는 아침 숙소 문을 열고 후추 고양이 분만실을 먼저 살펴보았다. 예상처럼 검은새끼는 한쪽으로 쓰러져 차디찬 몸이 되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검은새끼를 들어내었다.

   "죽음을 맞으려고 지난 밤새 꺼이이—꺼어이— 그리도 서럽게 울어댔구나. 소풍길 같은 이 세상에 잠깐 나왔다가 저 세상으로 이름없이 사라졌구나!"

  □ 내가 언제 이 세상에 태어나라고 청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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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중국 초나라 황실보의 희곡 '서상기 성탄(西廂期 聖嘆)'의 내용이 생각난다.

  "내가 언제 이 세상에 태어나라고 청했기에 무단히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며? 이왕 태어났으면 오래 머물게 하지? 왜 또 잠시 머무르게 하였으며 그동안에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들은 또 이렇게 다정다감(多情多感)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