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후추' 새끼분만 - 어머니와 아내 생각

김우영 2019-12-26 (목) 02:49 4년전 1724  

                                                   80b601ed9a1c5775396540631fccf0d4_1577294837_5572.jpg 

     

           김우영(한국어 문학박사)

 □ 들어가는 詩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앴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으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않을사 그릇될사 자식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위에 그 무엇이 높다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사람의 마음속엔 온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깍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오
                - 양주동 시인의 '어머니 은혜' 全文

  1. 異域萬里 타국에서 야생 고양이와 만남


80b601ed9a1c5775396540631fccf0d4_1577295259_499.jpg 

  지난 2019년 8월 뜻한바 있어 고국을 출발 아프리카 모잠비크&탄자니아 대외관계 외교대학 한국어학과에서 한국어를 알리며 국위선양하고 있다.

  학교 부근 숙소에서 낯설고 물설은 생활을 하는데 우연히 부근을 배회하는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었다. 그랬더니 이 고양이가 숙소 앞을 떠나지 않고 낮과 밤 동안 머무는 것 이었다. 밤에는 숙소 입구에서 자고, 아침에 출입문을 나서면 다리에 고개를 부비고 애교를 부리는 것이다.

  야생 고양이가 흙먼지 일고 모래가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먹이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만난 낯선 동양인이 먹이와 물을 주고 쓰다듬으며 예뻐하니 숙소를 떠나지 않고 따를 수 밖에 없으리라.

  본래 동물을 좋아하는 터이고 타국에서 혼자 사는데 잘 되었다 싶어 고양이와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 이름은 한국의 아내가 키우는 애견 이름 '후추'를 따라 이곳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도 '후추'라고 지었다. 아침과 점심, 저녁을 챙겨주며 후추와 생활하며 정이 들었다.

  아침에 학교로 출근하며 '잘 다녀올께!'하고 손을 흔들면 눈을 말똥말똥하며 안보일 때까지 숙소 앞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마치, 예전에 직장 출근길 앞치마에 손을 묻고 배웅하는 아내처럼 말이다.

  또 퇴근길에 숙소 부근에서 부터 '후추야— 후추야--' 하고 부르면 부근에서 놀다가 펄쩍펄쩍 뛰어오는 것이다. 마치 지난시절 아내가 퇴근길 남편을 반갑게 맞아주듯 말이다. 이러하니 이쁘고 정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2.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후추 새끼 분만

9b6cb3a7aaa53850e38e960ea0d5a1a0_1577295348_7071.jpg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는 2∼3세로 정도의 암 고양이인데 두 달 전 새끼를 배었다. 반가우면서 걱정이 되었다. 한 마리 먹이 챙기기도 쉽지 않은데 새끼를 여러 마리 낳으면 먹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후추는 숙소 안으로 들어와 먹이를 준비하는 동안 거실에서 쉬며 어슬렁거린다. 예뻐하는 쥔장의 특권을 활용하여 잘 들어온다. 새끼 낳기 전 만삭의 후추가 숙소에 들어와 구석을 찾고 옷장 안으로 들어가서 안나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밖으로 내몰았다. 고국의 자녀들 말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아빠가 동물을 이뻐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숙소 안으로 고양이 후추를 들이지는 마세요? 전염병 예방주사를 접종하지 않은 상태에서 혹시 모를 아프리카 풍토병에 옮길 수 도 있고, 고양이한테 물리면 안좋아요? 알았지요? 명심하세요?"

  이뻐하는 것은 좋지만 아프리카 풍토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귀국해야 하므로 숙소 안에 들어와 나가지 않으려는 후추를 밖으로 내몰아야 하는 쥔장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새끼 낳기 직전 후추가 숙소 안에 들어오더니 구석을 찾아 앉아 자꾸 누워 밖에 안나가려고 했다. 그래도 억지로 내몰았더니 앙탈을 부리며 도리어 쥔장을 물려고 했다. 숙소에서 나간 다음날부터 2일간 후추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를 갔는지 아침과 퇴근하여 골목골목을 다니며 후추를 부르며 찾았다.

  "후추야, 어디로 갔니? 야오옹-- 소리를 내봐라. 후추야--- 후추야---"

 

 

  예전 같으면 골목에서 뛰어 올 후추가 아무리 부르고 찾아도 소식이 없었다. 불안한 상황에서 후추 실종 2일을 넘기고 있었다.

  3. 항아리 화분 후추 분만실 안성맞춤

9b6cb3a7aaa53850e38e960ea0d5a1a0_1577295559_1763.jpg

  후추 실종 3일째 되는 날 아침 숙소 문 밖에서 후추 소리가 들린다. '야오옹--- 야오옹---' 반가운 맘에 뛰어나가 얼싸 안았다. 2일간 안보았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데 얼싸안은 후추의 몸이 홀쭉하고 수척해 보였다.

  "새끼 낳고 왔어요. 배고파요 밥주세요?"​

  "어? 후추가 새끼를 낳았구나?"

  새끼를 어디에 낳았는지 알 수 없어 후추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잠시 후 후추가 옆으로 이동하며 50미터 떨어진 항아리 화분에 올라가 안으로 쏘옥 들어가는 게 아닌가? 아뿔싸! 후추가 오목한 항아리 화분속에서 새끼 네 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오, 이곳에 새끼를 낳았구나! 기특도 하지. 아이고 이뻐라. 허허허---"

  '항아리 화분은 생각하지 못하고 골목골목을 2일간 찾아다니며 후추를 찾았으니 찾을 수 가 있나?'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후추가 새끼를 낳은 곳 항아리 화분은 장소가 적정하였다. 다른 고양이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고, 사람들의 눈길도 피할 수 있으며, 비와 바람도 예방하고, 화분 위에 있는 꽃나무 그늘이 있으니 한낮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어 안성맞춤 후추 분만실이었다.

  이곳 숙소단지는 단독주택 30여동이 있는 방갈로 형태인데 각 숙소 앞에 관상용 항아리 화분을 하나씩 진열하고 꽃나무를 가꾸어 장식했다. 주변 숙소 항아리 화분 몇 개를 일부러 살펴보았다. 어떤 항아리는 흙이 꽉 차 새끼를 낳기 어렵고, 어떤 항아리는 화분만 있고 꽃나무가 없고, 어떤 항아리는 길 옆에서 가까워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 여러개의 항아리 화분중에 지금 후추가 낳은 항아리가 적의 방어와 햇빛 가리개, 깊이, 쥔장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로서 아주 최적의 안성맞춤 분만실이었다. 그럼 후추가 새끼를 낳기 전항아리 몇 군데를 면밀하게 현장조사하고 새끼를 낳았단 말인가? 참으로 기특하고 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야생 고양이라고 예사로 보면 안되겠구나? 아하, 지혜로운 어미이구나!"

  4. 후추의 모성애와 뛰어난 지혜로움

80b601ed9a1c5775396540631fccf0d4_1577295635_6762.jpg 

  엊그제 항아리 화분 안으로 비 바람이 뿌려져 어미와 새끼가 비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어미는 한 시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자신은 등에 비를 다 맞으며 품안에 새끼 네 마리를 꼬옥 안고 있었다. 악착같은 모성애 장면 앞에 눈시울이 뜨거웠다.

9b6cb3a7aaa53850e38e960ea0d5a1a0_1577295701_2871.jpg 

  지난 어린시절 어머니는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환경속에서 우리 칠남매를 이렇게 낳고 키우셨을 것이다. 가난한 시골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젖을 빨리며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까……? 아련한 아픔이 가슴으로 시려온다.

9b6cb3a7aaa53850e38e960ea0d5a1a0_1577295764_7815.jpg 

  또한 아내도 직장생활로 겉돌던 남편 대신 작은 셋방에서 자녀 셋을 낳고 키우느라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가만이 생각하니 자신의 부덕함에 자책이 든다.

  마침 옆을 지나는 숙소의 일본 자이카 봉사단원 'Hiro taka'와 구내식당의 'Joseph'의 도움을 받아 무거운 항아리 화분을 처마 안으로 옮겨주었다. '이제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겠지!' 하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새끼 분만으로 허기진 어미의 먹이와 물, 휴지 등을 가지고 50미터 거리에 있는 항아리 화분 분만실을 부지런히 다녔다. 잠을 자다가도 잠옷 바람에 잠깐 나가서 어미와 새끼의 안전을 보살폈다. 어제는 새끼 네 마리중 한 마리가 이유 모르게 죽어 있었다. 안타까운 맘에 어미의 머리와 등을 보듬어 주며 위로했다.

  50미터 거리에 있는 숙소 앞 항아리 화분을 한낮에 살펴보았다. 낮에는 햇빛에 그을려 뜨거워 마치 난로 안 같은 더위에 시달리고 있었다. 밤에는 조금 낫겠지만 한낮 뜨거운 기운이 밤에 식는 속도가 늦어 어미와 새끼가 더위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래서 쥔장 숙소 앞 상자로 옮겨 그늘막을 해주어야겠다고 마음먹고 50미터에 있는 항아리 화분 분만실로 갔다. 그런데 어미와 새끼가 없었다.

  "어, 어디로 갔지?"

  두리번거리며 후추와 새끼를 찾았다. 당황한 눈길로 주변을 살피는데 숙소 옆 그늘막 수풀에 다소곶이 새끼 세 마리가 누워있었다. 그 옆에 어미 후추가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었다.

  "후추가 쥔장보다 생각이 앞섰구나? 항아리 화분이 덥다는 것을 이미 알아차리고 분만실을 수풀로 이전 하다니! 허허허---"

  수풀에 새끼를 그냥두면 위험할 것 같아 쥔장 숙소 앞 그늘막 상자에 분만실을 이전시키고 편안히 숙소에 누워 쉬었다.

  '이제는 50미터 거리에 있는 항아리 화분 분만실로 먹이와 물, 휴지를 가가져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5. 후추를 보며 어머니와 아내를 생각하다

80b601ed9a1c5775396540631fccf0d4_1577295837_1482.JPG 

  후추를 안전하게 숙소 앞 분만실을 이전해놓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았다. 돌아가신 어머니 모습이 떠 오른다. 어머니도 7남매를 낳고 그 어려운 시골살림에 먹여살리느라고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어머니가 잘 드셔야 자식들 젖을 먹였을 터인데? 살기 어려워 고구마와 보리, 밀가루로 가까스로 연명하며 자녀 7명을 낳고 키워 결혼까지 시켰다. 그 힘들고 먼 고개를 넘는데 얼마나 몸과 마음이 지치고 어려웠을까? 어머니는 먹을 게 없어 배가 고파 부엌에서 물을 마시고 나오면 올망졸망한 형제자매는 쪼르륵 달려가 어머니 치맛자락에 매달려 먹는 것을 달라고 졸랐단다. 참으로 철없는 어린시절이 아닐 수 없다.

  "오늘따라 어머님에게 살과 뼈를 깍아 바치는 마음으로 '어머니 은혜'를 서룸에 바쳐 노래를 부릅니다.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않을사 그릇될사 자식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하리오//' 아, 어머니, 어머니---!"

80b601ed9a1c5775396540631fccf0d4_1577295902_9945.jpg 

  결혼하여 딸 둘과 아들을 하나 두었다. 박봉의 직장생활의 넉넉지 않은 살림속에서 아내가 자녀를 낳고 키우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직장생활 한답시고 회식이다, 야유회다, 하며 밖으로 나돌아 다닐 때 아내는 셋방에서 혼자서 자녀를 낳고 키웠다. 아내는 임신중 '한도시'라 하여 허리가 심하게 아픈 고통을 겪었다.

  큰 딸은 충남 서천 한산 셋방에서 낳았는데 37전 그 당시 시골에는 조산원이 없어 인근에 아이를 많이 받으신 할머니 한 분이 도와주시어 집에서 낳았다. 둘째 딸은 충남 서천 판교 보건소에서 낳았다. 막내 아들은 충남 당진 합덕 조산원에서 낳았다.
 
  아내는 작은 셋방을 전전하며 힘겹게 자녀 셋을 낳고 키워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새끼분만을 보며 아내한테 미안함에 자책감이 든다.

  "여보 미안해요. '아내는 그래도 되는줄 알고 지금껏 살아온 부덕한 이 남편'을 용서하세요! 머리 희끗한 나이에 이제야 철이 드나보오?"
 
 □ 나가는 詩

80b601ed9a1c5775396540631fccf0d4_1577296046_2484.JPG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두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을 깍을수 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 보고싶다고,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것만 같던...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아!어머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전문

                          2019년 12월 25일

             아프리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에서

9b6cb3a7aaa53850e38e960ea0d5a1a0_1577296370_7149.jpg

   (著者紹介)

   ․한국어 문학박사
   ․Korea Koica 한국어봉사단원
   ․아프리카 모잠비크&탄자니아 대외관계 외교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중부대학교 및 대전광역시 중구 다문화센터 강의
   ․일반 행정공무원 30년 퇴직(행정안전부 認可 행정사)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대표 및 대전중구문학회 회장
   ․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전국 지역예술가 40인 선정
   ․한국어 연구서 '한국어 이야기', 다문화현상 장편소설집 ‘코시안(Kosian)' 등 5권 출간(총 33권 저서 출간)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중견작가,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