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수필] 가을햇살 달구는 순천만에서

관리자 2019-10-22 (화) 08:10 4년전 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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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수 시인,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순천본부장

 

가을햇살 달구는 순천만

서걱거리는 갈밭 저 멀리

짜릿한 갯냄새 콧등을 타고

막막한 갯벌 밭

삶을 부른다

 

뻘 배타고 갯것 잡는 누이야

가을햇살 떨어지는 시린 손을

흐릿한 갯물 속 헤집고 헤집어

꼬막잡고 칠게 잡고 낙지도 잡아

갈밭오라버니 학비 챙기는 누이야

 

비비 비비새 울거들랑

바삐 오거라 어서 오거라

때 이른 저녁밥 챙겨먹고

갈밭에 가자

밤 모실가자

 

저녁놀 치렁치렁 걸쳐드는 하늘밑

기러기 떼 나는 개똥 섬 물밑에서

아빠 넋 떠받들고 엄마입김도 서려

가을햇살 달구는 순천만 갈밭으로

 

은은한 갈꽃

휘어잡는 누이야

노을빛 붉게 물든 와온 바다에

해맑게 비쳐오는 그날의 갯것이

오늘의 누이 꽃으로

내일의 어미 꽃으로

피워내는 순천만 그곳

가을햇살이 떨어지고 있다

(필자의 졸시 가을햇살 달구는 순천만전문)

 

가을볕이 뜨겁다. 자발없는 사람들의 입방아 찧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덥다. 춥다. 환절기다. 별의별 소리가 들려온다. 귀를 막고, 입도 닫고 눈으로만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가을햇살 달구며 살아가는 나그네 인생인지 모른다.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삶이기에 더욱 아쉽고 그립다.

 

순천만의 가을은 군중속의 고독이다.”아니다. “풍요속의 빈곤이다.”가 더욱 어울릴 것 같다. 고독도, 빈곤도 생각의 차이겠지만 순천만의 가을은 유별나다. 시대의 흐름이 안겨준 부산물이라 여기기엔 너무 큰 풍요속의 고독이 아닐까 싶다.

실지로 갯벌, 갈대에 흐르다’, 21회 순천만 갈대제가 열리는 순천만에는 크나큰 고독이 흐르고 있다. 주민들이 원칙을 만들고 주도하는 생태환경축제와 순천만 생태보전을 위한 과거 20년 미래 20년의 주역들이 모인다고 해도 그 옛날 정든 마을향수는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순천만을 둘러싼 순천만 습지와 화포해변, 와온해변 일대의 아름다움은 그대로이지만 옛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옛사람은 만날 수 없는 것이다. 옛정이 그립고 옛 시절이 그리워 찾아온 지인들의 발길은 왠지 모를 허전함과 쓸쓸함이다.

 

더욱이 가을타는 사람들의 발길에서 묻어나는 향수는 정을 찾는 그리움일 것이다. 혈육인 부모형제와 이웃사촌 그리고 다정한 친구와 산천이 보고픈 계절이 가을이 아닐까 싶다. 이 계절 앞에서 순천만을 달구는 가을햇살은 그리움의 알갱이다. 추억을 되살리고 오늘을 불태우며 내일을 익게 하는 삶의 그림자다.

 

그런 까닭인지, 21회째를 맞는 순천만 갈대축제의 운영은 순천만 갯벌을 지켜온 시민들이 주도해 개최된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순천만습지에서만 개최되던 행사를 순천만을 둘러싸고 있는 해룡면 와온마을과 별량면 화포일대에도 행사장을 마련해 교통 혼잡으로 인한 주민불편과 축제로 인한 생태계 간섭을 최소화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소외되지 않는 주민의 적극 참여, 친환경, 일회용품 사용제한 ’NO플라스틱의 생태환경보전 4대 원칙을 적용해 진행한다는 것이다. 시와 추진단은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를 막는 작은 실천으로 순천만갈대제가 대한민국 친환경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환경생태보전을 위해 홍보 현수막 또한 최소화된다. 안내판은 순천만 주민들이 맨손어업에 사용했던 노후 뻘배에 지역문화를 가미해 홍보 안내대로 사용함으로써 또 다른 볼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주민들이 원칙을 만들고 주도하는 생태환경축제에서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불협화음발생 우려도 크다. 따라서 참여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축제 주관 단체인 ()순천만생태관광협의회에서는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순천환경운동연합, 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순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청년문화기획추진단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해룡면 주민대표, 별량면 주민대표, 대대동 주민대표들과 함께 순천만갈대축제학교를 개설해 갈대제의 프로그램과 운영방안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순천시민에게 돌아온 제21회 순천만갈대제가 성공리에 끝나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람사르 습지도시 순천과 2020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순천만습지의 생태적 위상을 대외적으로 알려야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민에게 돌아온 순천만갈대제를 달구는 가을햇살이 예사롭지 않다. 소외되지 않는 주민의 적극참여와 생태환경 등 4대원칙을 지키면서 대한민국 친환경대표축제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