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우의 기록여행2] 나의 영국 연수기

이훈우 2019-10-21 (월) 06:53 4년전 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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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우. 일본동경한국학교 교감,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 본부장

 

당시 나는 174센티미터 키에 72킬로그램의 근육질 몸매였다.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농사일을 했었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핸드볼 선수를 했었다. 그 덕분에 자랑할 만한 몸매는 아니지만 떨어지지 않는 몸매와 건강미는 가지고 있었다. 신이 내린 몸매라는 칭찬을 받아 잠시 기분이 좋아진 상태였다.

 

12시가 넘어 홈스테이 집에 도착했다. 상상했고 말로 들었던 멋진 궁궐이 아니라, 붉은 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2층집이었다. 상상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잠시 실망을 했다. 1층에는 텔레비전과 찬장 하나가 서로 마주보며 놓여 있고, 그 옆에 2개의 소파가 놓여있는 거실과 식당이 딸린 주방 그리고 6.6 평방미터 정도 넓이의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는 아주 작은 방 하나가 있었다. 2층에는 아기 방이 별도로 딸린 부부용 방 하나와 작은 다용도 방 3개가 있었다. 집 뒤로는 작지만 잘 다음어진 정원이 있었다.

 

나는 2층의 방 하나를 차지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화려하게 꾸며진 거실과 넓은 정원이 있는 궁전 같은 성을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에 실망과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방안엔 달랑 싱글침대 하나 그리고 조그만 조립식 옷장 하나가 고작이었다. 벽은 손수 페인트로 칠한 듯 했고, 바닥엔 몇 군데 담뱃불 자국이 있는 털이 짧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내 집 같은 포근함 보다는 서양인 특유의 땀 냄새와 함께 적응할 수 없을 듯 한 이국적인 어설픔이 밀려왔지만 너무나 지친 하루였던지라 대충 씻고, 침대에 몸을 던져 잠을 청했다.

 

이튿날 아침에 나온 식사는 더욱 어설픔을 더했다. 우유 한 잔에 씨리얼 한 접시, 식빵 한 조각이 아침 식사였다. 하지만 홈스테이 가족들과의 첫 대면인지라 딜리셔스!, 원더풀!’을 외쳐대며 아주 맛있는 듯이 먹었다. 참 적응하기 힘든 식사시간이었다. 아침을 먹고, 일요일인지라 수업이 없어서 동네 구경을 나갔다.

 

영국의 남쪽 끝에 자리 잡은 인구 15천 정도의 조그만 도시 bognor regis의 멋진 해변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모두들 제멋대로의 자유로운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있었다. 자유랄까? 무관심이랄까? 거리는 잘 정돈되어 있었고 대부분 단층집에 집집마다 작은 정원들을 가꾸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너무나 작고 잘 다듬어져 있어 마치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큰 규모의 대영제국을 생각했던 모습과 너무 달라 얼떨떨함 속에, 휴일이라 정원을 손질하는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국비로 유학을 왔다는 사실이 사뭇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