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수필] 향유(香油)의 맛을 즐기는 순천사람들

관리자 2019-09-05 (목) 20:11 4년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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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수 시인

 

가을내음 풍기는 가을 길을 간다. 후각을 파고드는 풀 향기가 고향냄새를 풍기게 한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의 손끝에서 우러나는 손맛은 잊을 수 없는 향유다. 어쩌면 고향의 풀 향기와 어머니의 손맛은 밀접한 향유관계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통상적인 향유를 찾아보면 자기의 것으로 누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필자가 말하려고 하는 향유(香油)는 각종식물의 씨앗과 줄기 뿌리 등을 볶고 짜서 얻어진 아주 고귀한 식물기름을 말하고자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하늘의 정기와 땅의 정기를 먹고 자라는 식물들의 즙을 짜서 만든 아주 독특한 향유인 것이다.

 

이런 향유를 활용해서 맛있는 음식을 곧잘 만드는 사람들이 순천어머니들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깨와 콩을 비롯해 유채, 동백, 호두 등 각종 식물성 기름을 넣어 만들어진 음식이기에 더욱 감칠맛이 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순천어머니들은 향유의 깊은 내음을 가슴으로 맡으면서 손끝에 전달하는 음식조리법과 요리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밑반찬에다 향유를 넣은 버무림 음식에서부터 풋풋한 식물 잎을 따서 만든 겉 저리까지 모두가 상큼, 고소한 냄새를 머금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향을 풍기고 있다. , 손쉽게 만드는 겉 저리와 얼가리 김치를 만들 때도 그 음식에 맞는 향유를 넣고 정성껏 버무려서 손맛을 내는 요리법인 것이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순천지역의 향유음식은 부지기수다.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전어구이에서부터 활어와 선어 그리고 어패류 등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맛을 내지만 향유를 겸비한 그 맛은 별미가 아닐까 싶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그 맛, 그 냄새는 향유와 어머니손맛의 조화가 아닐까 싶다.

 

향유의 고소하고 상큼한 냄새 따라서 순천지역의 여행을 떠나보라. 가는 곳마다 맛깔스런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질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듯 순천음식을 먹고 난후 관광을 즐기노라면 즐거움도 배가 되고 행복감에 도취되리라 믿는다.

 

향유(香油)는 오감(五感)의 하나인 냄새다. 지각으로 휘발성 물질이 콧속의 점막에 있는 후세포(嗅細胞)에 접촉하면 그 자극이 후각 신경을 통해 대뇌에 전해져서 냄새를 느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향유의 또 다른 기류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향유는 어머니품안에서 풍기는 향긋하고도 야릇한 냄새와도 같다. 아니다. 고향의 흙냄새와 정서를 느끼게 하는 아주 특수한 향유일 것이다. 그런 까닭인지, 가끔은 어머니가슴팍을 쥐어뜯는 그리움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고향 땅을 그리는 꿈도 꾼다.

 

얼마 전이었다. 일몰이 아름답다는 순천시 해룡면 와온 해변에서 문절구회 무침을 먹었다. 옛 친구들의 모임자리에 참석했던 필자에게는 문절구회 무침은 처음으로 맛본 음식이었다. 초장의 별미에 반했고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문절구회 무침에서 풍기는 특이한 향유는 일미였다. 어촌의 향내와 순천어머니의 손맛으로 버물어진 그 향! 독특했다. 더욱이 회 무침을 입안에 넣으면 바다냄새가 풍겨오고 고소함이 전해졌다.

 

순간, 필자는 친구들과 놀았던 옛날이 떠올랐다. 철없이 뛰놀면서 개구쟁이놀이를 했던 친구들의 옛 모습과 추억담이 생각났다. 닭서리를 하다가 들켜서 도망갔던 아련한 추억에서부터 캠퍼스에서 두 주먹 불끈 쥐고 싸웠던 소영웅담까지 새록새록 떠올랐다.

 

무엇보다도 친구들의 시골집을 찾아다니면서 놀았었던 지난 추억이 향유로 다가왔다. 그 당시의 친구어머니들의 손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귀한 아들친구라는 이유하나로 있는 것, 없는 것, 다 찾아서 만들었던 밥상은 잔치 상보다도 더 맛있었다. 진수성찬도 어머니의 밥상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 밥상은 어머니의 정성이 가미된 오래된 노하우였으며, 향유에서 기인된 음식요리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순천어머니들의 음식솜씨는 남다른 손맛을 지니고 있으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이야기까지 담고 있는 것이다. 도농복합도시의 장단점이 고스라니 남아있고 향유의 음식솜씨와 어머니의 손맛비법은 순천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특성일 것이다.